'찍고 끄적 끄적...'에 해당되는 글 89건

  1. 2011.11.14 경복궁 야간 개방
  2. 2011.11.11 오메! 단풍들것네!
  3. 2011.08.05 조카 녀석 작품
  4. 2011.07.25 덕수궁과 정동길
  5. 2011.05.16 코엑스 아쿠아리움
  6. 2011.04.23 꽃 본 날
  7. 2011.02.14 돌, 얼음, 나무(石氷木) 그리고 결(結)
  8. 2011.01.26 삼청동 북카페 <내서재>
  9. 2010.12.29 Hello~ My Angel!
  10. 2010.11.23 우리만의 사파리
찍고 끄적 끄적...2011. 11. 14. 05:53
조선시대 공식적인 법궁!
경.복.궁.
문화재청 50주년을 기념해서 지난달 경복궁(10/5~10/9)과 창덕궁(10/3~10/9)을 10시까지 야간 개방했다.
종묘도 하루 개방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다.
그나마 경복궁도 토요일에 찾아갔을 땐 9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는데 들어갈 수도 없었다.
입장은 9시까만 된다고 해서...
그래서 다음날 다시 찾아가 경복궁만은 기어이 보고 왔다.
경복궁에 대한 로망은,
시간을 아우르는 고요하고 신비로운 깊이감에 대한 경외다.
거리와 깊이.
아무리 먼 거리라도 수평의 개념이라면 결국 그 끝에 도착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이라면...
찍어누르는 거리와 시간이 갖는 수직적 무게감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왕의 밝은 은혜가 아래로 두루 미치면 나타난다는 전설 속의 신령스러운 짐슴 청록(靑鹿)).
영제교 위에 무심히 앉아있는 청록을 보면서
저 짐슴은 지금의 세대를 바라보면 어떤 심정일까 답답했다.
어쩌면 그저 바닥의 넓적한 편석(片石)에 눈만 주고 있을지도...



경복궁 전체를 개방한 건 아니지만
어둠이 내리는 근정전과 경회루를 둘러보는 운치는 그윽하고 신묘했다.
중인 출신 박자청에 의해 8개월만에 완공됐다는 경회루.
박자청은 이 건물로 임금에게서 상당히 높은 벼슬(아마도 종 2품이었을거다)을 하사받아
신분의 설움에서 벗어났다.
물론 사대부들의 불같은 반대로 조정이 들썩이긴 했다.
철저한 신분제 국가였던 조선시대에 이렇게 자신의 능력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그래선지 이 경회루가 그 강력한 물증으로 느껴져 왠지 강단지게 보인다.
경회루는
시간이 지나 점점 어두워질수록 물 속의 비친 음영이 더 선명해진다.
마치 거대한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



출사나온 동호회들도 많고 가족까리 밤나들도 많아 나와
경회루 앞은 은밀한 자리싸움이 한창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어전지 흥미로웠다.
경회루의 인공호수 한켠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었다는 조그만 정자가 빛을 밝히며 앉아있다.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지 않는 곳.
이곳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낚시를 하면서 여가를 즐겼다는데
굳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영 볼품없고 불편하다.



사람들에 들썩이는 경회루를 빠져 나와 근정전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창호문 사이로 빛이 쏟아지는 모습도 예뼜고
꼭 동네 시골 골목길 같은 한적하고 소박한 풍경을 보는 것도 그윽하니 좋았다.
마춤으로 알맞게 떠있던 달을 향해 어설픈 카메라 셔터도 몇 번 누르고...
제멋데로 마구잡이로 난사하는 초보이긴 하지만 사진을 찍다보면 
명암의 신비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래선가?
나는 어두운 곳에서 프래시를 터뜨리며 사진 찍는 걸 아주 싫어한다.
사물 자체가 주는 명암 속에 사진기의 인위적인 빛을 더하는 게 왠지 불경스런 행동 같아서...
달과 궁궐.
어쩐지 오래 알고 지낸 지기(知己)처럼 참 편안하다.
갚이와 시간이 교차하는 바로 그곳!
아마도 잠시동안 내게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는 게 허락됐었나보다,

시간의 문은 달빛 속에 다시 굳게 잠겼다.
오롯이 남은 공간 속에 또 다시 길을 잃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11. 11. 05:40
가을을 지나오는 건 참 힘겹다.
매번 수월하지가 않다.
나이를 먹을수록 수월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가을은 힘겹다.
최대한 바쁘게 살기 위해,
눈을 쉬지 않게 하기 위해
늘 뭔가를 읽거나 보려고 애쓴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내 속으로 또 다시 들어가
관(棺)에 누운 시체처럼 될지도 모른다.


사진기를 들고 단풍을 보자고 찾아간 도심.
3주 동안 대학로와 한성대를 지치게 걸으면서 여러번 눈 마주쳤던 나무들.
설익은 가을은 점점 다 익어갔고
심지에 뚝뚝 떨어지기까지 했다.
그대로 실감나버렸다.
"오메! 단풍들것네~~!"


그러나 가을은,
아직 너무 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8. 5. 08:47
지난 주말에 일본에서 온 조카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자기가 직접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해서
몇가지 설명해주고 사진기를 넘겨줬더니 좋아하면서 셔터를 누르던 조카 ^^
카메라를 넘겨주면서도 별 기대 안했는데
느낌이 좋은 사진을 몇 컷 찍었다.


구도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느낌이 괜찮다.
금관 뒤로 열심히 도자기를 살펴보고 있는 나랑 언니의 모습도 흥미롭고...
조카녀석이 의도하고 찍은 건 아니겠지만 제법 잘 찍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을 찬찬히 둘러보는 게 참 좋다.
그리고 도자기를 보고 있으면 맘이 차분해지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꿈꾸는 도자기!
시간이 지나도 저런 빛깔과 광채를 보일 수 있다는 게
마냥 신비롭고 대견하다.

 

 시간과 공간을 품고 있는.
완벽하고 온전한 하나의 세계!
그 세계는
언제나  경의롭고 황홀하다.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장의 조명은 참 맘에 안 든다.
   (특히 3층은 전시실은 더더욱)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조명을 설치했을까?
   너무 어둡거나 아니면 반사광이 심해 가오리눈을 해야만 제대로 볼 수 있을 정도다.
   그건 은밀함이 아니라 감춤과 숨김에 가까운 빛이다.
   조명때문에 이 멋진 작품들이 제 빛을 맘껏 보이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안스럽고 안타깝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7. 25. 06:25
일본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언니가 2년 만에 한국에 왔다.
비보잉 공연을 보고싶어하는 조카.
그래서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비보잉 공연 <Return to Street>을 보여줬다.
공연 후에 정동길을 걸어 덕수궁을 산책!
오랫만에 고궁을 걷기도 했고
그리고 오랫만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나이가 들면?)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잡으면 잡을수록 어색해지는데
조카들은 그냥 막 셔터를 눌러도 이쁘게 나온다.
사진기 앞에만 서면 어색해지는 나는 이게 아무래도 늘 신기하다.


보수의 손길이 역력한 덕수궁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많은 느낌을 준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안타까운 최후의 모습들을 생각케하는 건축물을 보는 건
왠지 측은하고 안스러워 눈길조차 조심스러워진다.
고종의 아픈 흔적들은 참 슬프고 서럽구나...


개인적으로 비오는 덕수궁을 걷는 운치를 참 좋아하는데
늦은 오후의 덕수궁은 또 다른 신비감을 준다.
빛의 움직임을 따라 그 반짝임이 달라지는 모습을 쫒는 건
꼭 비눗방울을 쫒는 석류알같이 톡톡 터지는 상큼함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도심 속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 공간 속 시간을 느리게 걷는 사람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5. 16. 06:25

리모델링을 했는지 몇 년 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공간 구성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조명이나 전체적인 색감이 예뻐졌다.
약간 비릿했던 냄새도 전혀 없고...
해저터널은 처음 봤을때만큼 신비롭진 않았지만
역시 다른 생명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건
여전히 놀라운 신비이고 경이다.
움직임이 주는 아름다움!
생명은 그렇게 진화되고 그렇게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 움직임의 동선을 연결하면 물고기들의 나이테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식인물고기 피라냐가 빛깔이 이렇게 예뼜던가!
그 황금빛 움직임이 오랫동안 눈길을 잡아 끈다.
빵빵하게 부풀어른 작고 노란 복어를 보면서
그 모습을 따라하는 조카들의 웃음이 꼭 하늘처럼 푸르고 맑다.
몽유같은, 혹은 유령같은 눈을 가진 작은 물고기들은
어쩌면 24시간 꿈을 꾸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길조라는 쌍두거북의 모습은 어쩐지 섬득하고 측은하다.
두 개의 생각을 한 몸에 담고 산다는 건
결코 당사자에겐 길조가 아닌 혼돈일텐데...
길게 목을 늘리고 물 속을 헤엄치는 거북을 보면서
길조의 위대함보다 자유의 소박함이 백 배쯤은 더 황홀해보이더라. 
이것도 다 이기적인 내 생각에 불과할 뿐이겠지만...



아이들의 움직임과 물고기들의 움직임은 공통점이 많다.
자유롭고 예측할 수 없다는 거,
그리고 묘하게 질서가 있다는 거,
그런 모습이 천진한 웃음소리처럼 깨끗하고 청량하다는 거.
그렇겠지!
하나하나 계산하면서 동선을 그리진 않을테지.
그 자유로움을 보는 건 한없는 부러움이고 찬사였다.
그게 전부 진실은 아닐지라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유연한 움직임이 마냥 부럽기만 한 건 어쩔 수 없다.



거대한 수족관은 보는 사람을 몽유상태로 이끈다.
혹은 아름다운 최면이라고 해두자!
꿈꾸는 자유를 나는 이 작은 생물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면서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그게 또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들의 한때는 정말 좋았으리라...
그 기억이 아마도 지금 저들의 물길을 만들고 있는지도.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기다리고 있나.
어떤 기억으로 나는 내 길을 꿈꾸고 있나.
무겁고 거추장스런 물길만 끌고 있는 나는
그래서 늘 고단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4. 23. 06:19
봄이 올 때쯤이면 한상 다짐하는 일 하나.
꽃을 보리라...
더 정확히 말하면
꽃이 터지는 순간을 목격하리라.
어느 날 난데없이 활짝 핀 꽃들을 보면서 난감했던 기억이 몇 번이던지.
언제나 꽃은 나란 존재를 피해서
늘 은밀하고 조용히 핀다.
이상하게 그 모습을 보면 묘한 배신감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번에도 꽃은 여지없이 나를 등지고 피어났다.
그리고 도무지 따뜻한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는 축축하고 찬 비...
오래 앓은 사람처럼 감기로 허덕이다 반쯤 몽롱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
벗꽃은 이미 눈물처럼 뚝뚝 떨어져 
사람들의 거친 발걸음에 눈물자욱 흥건하고
팝콘처럼 터진 목련의 목은 절단이라도 날 듯 금방이라도 위태롭다.
화단엔 작은 생명들이 색은
그래서 오히려 이국적이다.
아, 꽃의 세상에도 늙음과 신생이 한 뿌리 속에 나란히 공존하는구나...
목격되지 않는 것에 불안했고
확인할 수 없는 것에 가슴이 섬뜩하다.

 

누군가의 과거를 보는 건,
꽃의 과거를 보는 것 만큼이나 안스럽고 강팍한 일.
시간은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
누가 눈 앞에 있는 걸 다 볼 수 있다고 말할까?
볼 수 있다면 당신이 이미 이 세상을 버린 사람이다.
뚝뚝 떨어져내린 꽃처럼...
꽃은 생명을 다 버릴 때,
그 때가 되야 진짜 피어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2. 14. 06:10
겨울궁이 좋은 이유는
결을  품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대면할 수 있어서다.
코끝이 더 쨍해질수록
손끝이 더 많이 얼얼할수록
겨울궁은 더 많은 숨을 쉬고
그 숨 속에 시간의 흔적을 천.천.히. 발설한다.
차가움 속에도 분명 온기는 있다.
느끼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선택된 권리!
겨울궁 차가운 석물 앞에서 나는 감히 권리를 누린다.
눈으로 쉬어지는 차가운 숨.
손끝으로 물드는 차디찬 돌의 결.







꽝꽁 언 연못 위에 서 있는 경회루는
의연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따뜻해보였다.
그러지 않았을까?
오래전 조선의 임금들도 꽝꽝 얼어버린 연못을 지나
경회루에 올라 차고 두꺼운 얼음 속에 숨어있는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생명 얻어 태어나는 번성의 시간을 그리지 않았을까?
가만히 얼음의 결을 내려다보면서
차가운 얼음의 숨을 들으면서
차곡차곡 응집해야할 모든 힘들에 대해 숙연하지 않았을까?
회색 하늘을 이고 있는 경회루 앞에서
잠시 그 목소리를 추억했다.
험난했겠구나...
위로같은 깊은 묵상과 함께.



찬 바람 속에서
푸르게 혹은 잎을 보내고 가지만 꼿꼿히 세운 나무들.
그 결 속에 숨겨진 건 정말 시간이리라.
푸르러 오히려 비현실적인 소나무.
집현전 앞을 지키는 저 소나무는
항상 그렇게 자신의 숨결을 유지했으리라.
배우기 위해선, 더 많이 알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야만 한다는 독경일까?
경복궁을 찾을 때마다 잊지 않고 한참을 보게 되는 영목(靈木)
이들이 본 시간의 일부라도
우리는 온전히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었다면 나무는 더 이상 지치게 푸르지 않아도 됐을지도...



우스개소리로 그랬었다.
전생에 공주나 황후였나보다고...
그래서 궁궐이 그렇게 눈에 담기는 것 같다고...
그런데 이젠 점점 궁궐을 가꾸고 다듬던 나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더 많이 생각이 기운다.
보는 것만으로 아름답고 고요한 게 아니라
거칠고 힘든 숨과 노고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어깨가 묵직하다.
아마도 아주 오래 전에 이 길을 수없이 쓸고 닦았던 건 아닐까?
그랬더라도...
이제 와 행복하니 참 다행이다.
石氷木...
세도 세도 끝이 없는 결(結)의 세계.
전생과 이생을 그 속에 함께
가.두.고.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1. 26. 18:21
눈이 펑펑 내린 지난 일요일,
대학로에서 연극 한 편을 보고 삼청동을 향했다.
우연히 보게 된 북카페 <내서재>
삼청동 시작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보이는 내서재는
지금까지 내가 가본 북카페 중에서 가장 탐나고 포근한 곳이었다.
카페 이름 그대로
누군가의 서재를 옮겨놓은 느낌.
작고 조용조용한게 오래 앉아 책을 읽기에 딱인 곳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눈치주지도 않는 것 같고...
세 분 정도가 함께 일하고 계시던데 틈나는 대로 책을 손에 잡고 읽는 모습도 따뜻했다.



솔직히 구ql된 책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
장하준의 최근 베스트셀러에서부터
왠만한 소설책들도 신간으로 다 구비하고 있더라.
그리고 민음사와 창작과 비평 시집들도 한켠에 나란히 꽂혀있고....
박노해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가 꽂혀있는 걸 보고는
정말 화들짝 놀랐다.
종교, 인문, 소설, 미술, 시, 고전...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고 있어
가만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주인장의 다정한 손길이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몇 장은 괜찮단다.
"참 좋은 책들이 많네요" 라고 말했더니
정기적으로 책을 사서 비치하고 오래된 책들은 기부도 하고 그런단다.
흐뭇하게 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니까 왠지 모를 부러움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막무가내로 발버둥치며 우기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여기서 살겠노라고...
갑자기 어디선가 굴러들어와 꽉 박힌 돌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카페를 감싸는 음악도 너무 좋아 염치 불구하고 또 다시 물었다.
역시 웃으며 CD 케이스 하나를 건네준다.
하지메 미조구치.
귀에 가득 담기지도 않으면서 책을 읽는 집중도를 높이기에 딱 적당한 음악이다.
잊어버릴까봐 CD도 한장 사진으로 담았다.
진한 핫초코 한잔을 주문하고
가지고 있던 은희경의 신작 <소년을 위로해줘>를 펼쳤다.
이런 표현 이해될까 모르겠지만...
꿀같이 달디단 책이 단잠처럼 솔솔 잘 읽혀졌다.
 


아쉬운 게 있다면 차맛이 조금 더 좋았으면 싶은거랑
차 향이 더 그윽했으면 좋겠다는 거.
그리고 조금 더 바란다면 1번 정도 리필이 되면 좋겠다는 거...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카페를 유지하려면 좀 야박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눈치 안 보고 오랫동안 책을 볼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것만도 어딘가 싶기도 하고...
혼자 가서 책 읽어도 절대 어색하지 않을 그런 곳.
정말 내서재로 홀딱 만들어 버리고 싶은 곳이다.
아마도 앞으로 이 곳에 찾아가 단잠같은 책읽기 하는 날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내서재>
힘들 때 위로 받을 곳 하나 생겼다.
내가 "찜"한 곳. <내서재>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12. 29. 06:23
주변에선 말한다.
조카들 이뻐하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아는데, 정말 다 아는데...
나는 이 녀석들만 보면 완전히 무장해제가 된다.
이 녀석들이 "이모~~~" 라고 말하면
그 단어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단어가 되버린다.
스티브 잡스의 현실왜곡장보다 훨씬 강력한 뭔가로 이 녀석들은 나를
완벽히 사로잡는다.
그건 아마도 아이가 갖는 순수성이리라.
angel!
그래 딱 그런 느낌!



얼마전 크리스마스에
조카들이 교회에서 공연을 한다고 또 그 예의 무장해제 "이모~~~"를 외쳤다.
이모가 꼭 와야 한다며 며칠 전부터 나만 보면 종알종알 새처럼 말했고
그날 아침에도 잊지 않고 친절한 모닝 콜까지 해줬다.
그래서... 정말 백만년만에 교회를 찾았다.
(나 아직은 여전히 기독교인데 이상하게 교회는 점점 어색해진다.)



이 녀석들은 확실히 내겐 천사가 분명하다.
내가 이 녀석들에게 바라는 게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있다.
계속 이모랑 놀아줬으면...
선하고 현명하게 자라줬으면...
그리고 언제나 나를 무장해제 시켜줬으면...

고맙다!
My angels!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11. 23. 06:25
에버랜드에 가면서 제일 기대했던 건 사파리 투어!
조카들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기대를 많이 했다.
짚차로 투어하는 걸 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15만원이라 포기했다.
(이건 좀 너무 비싸다...꿈과 희망을 주는 에버랜드에서... ㅠ*ㅠ)
사파리 투어는 약 15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생각보다 무지 짧다.
초식동물인 기린, 낙타, 코끼리를 지나서
육식동물 호랑이, 사자, 라이거,
그리고 정글의 청소부라는 하이에나를 지나온다.
백호 3형제 관우, 유비, 장비가 정말 늠름한 어른이 됐더라.
약간 시크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모습에 혼자 많이 웃었다.
(에버랜드에 시크한 동물들 참 많다...)
역시나 엄청 시크한 판다곰은 등판만 보여줬고
흑곰 무리들은 팝콘을 먹기 위해 운전사에게 필사기 애교를 부리더라.
신기하기도 하고 불쌍한 마음도 들고...
이놈들에게 야생성이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까?



사파리 투어 외에도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많다.
특히 직접 새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장은 조카들이 많이 좋아했다.
새들의 색든 또 얼마나 예쁘던지...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가 귀를 쫑긋 세운 모습도 귀엽다.
헤리포터에 나왔던 수리부엉이,
제 물 만난 북극곰과 수영하는 펭귄 무리.
엄청 도도하던 백조, 그리고 뒤뚱거리는 청둥오리.
여기서 보니까 심지어 닭이랑 병아리까지도 무지 신기하더라... ㅋㅋ



조카들 덕분에
오랫만에 어른아이까지도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이 녀석들 아니면 내가 여기 올 생각을 과연 할 수나 있었을까?
Thank you my angel~~~!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