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 끄적...'에 해당되는 글 89건

  1. 2014.09.15 어제의 하늘색, 물색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색.
  2. 2014.06.10 조카의 졸업식
  3. 2013.04.19 꽃이 진다...진다...진다...
  4. 2012.11.07 국악꽃 향기에 취하다.
  5. 2012.08.22 가족 여행 1
  6. 2012.08.17 사랑 그 흔한 말
  7. 2012.07.30 선유도 공원
  8. 2012.05.11 나는 이모다!
  9. 2012.04.20 꽃 본 밤 (花夜)
  10. 2011.11.30 Mama
찍고 끄적 끄적...2014. 9. 15. 07:04

망설이다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이번에는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를 만나면 주저앉아 읽으려고 책까지 챙겼다.

우유랑 콘프레이크 약간, 그리고 물까지...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그런데...

만약 계속 망설이다 나가지 않았으면 많이 후회했을것 같다.

어제 만나 하늘빛, 물빛, 세상빛은 정말이지 너무 예쁘고 상쾌했다.

여름과 가을의 중간을 지나가는 풍경 속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대로 그 속으로 스르륵 형체도 없이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요즘 하늘이 그야말로 너무 유혹적이라 자꾸 카메라를 챙기고 싶어진다.

핸드폰 말고 제대로 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당분간은 좀 자제를 해보겠지만

어느날 등짝에 커다란 배낭이 매달려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면서 뛰고 싶어 안달난 상황 ^^ 한 손 놓고 타는 것도 못하면서...)

어제는 구리에서 서울러 넘어가는 초입 벤치에서 한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요즘 다시 오르한 파묵의 책들을 읽고 있는데

역시나 몇 번씩 읽어도 좋다.

(아마 수백 번, 수천 번을 읽는다해도 오르한 파묵의 책은 실증날 일이 없을거다.)

한강이 전면에 펼쳐진 벤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러다 잠깐 고개를 들면 눈부신 풍경에 넋을 잃고...

 

진심으로,

"천국"이더라.

세상 모든게 그곳에, 그 순간에 다 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필요한 게 없는 완벽한 시간이었고, 완벽한 장소였다.

아마도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었던 것 같다.

 

아주 많이 편안했고

아주 많이 포근했다. 

그거면 충분하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4. 6. 10. 08:23

이번 일본 일정의 특급 이유는 단연코 "조카의 졸업식" 참석이었다.

3살때 일본으로 떠난 꼬맹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8월이면 미국 서부의 명문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로 떠난다.

전공은 Biological sciences.

그야말로 글로벌한 학업생활을 이어 가게 될 조카.

어릴때부터 고베에 있는 canadian academy라는 외국인학교를 다녀서 조카의 영어 실력은 그냥 네이티브 스피커다.

일본에 사니까 일본어를 하는 건 당연한거고

학교에서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공부해서 그것까지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어는 모국어니까 당연히 할 줄 알고!

내 조카지만 대견스럽고 대단하다.

게다가 인성까지도 참 곱다.

외동딸이고, 외국에서 자라서 이기적으로 변할까 걱정했는데

너무나 예의 바르고,  밝고, 애교도 많아서 작은 친절에도 꼭 껴안으면서 "Thank you"를 연발한다.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소리로 입에 달고 살고...

눈물나게 이쁘고 사랑스런 조카.

 

요 이쁘고 사랑스런 조카가 canadian academy를 차석으로 졸업했다.

(이 학교가 올해 100주년이 되는 기념적인 해이기도 하다)

졸업식 오프낭 연설을 시작으로 어찌나 연단으로 자주 올라오던지...

숱한 외국인들 앞에서 나까지도 무지 자랑스러웠다.

오프닝에, 피아노 연주에, 차석 트로피에, 장학금 수여에, 학생 대표 연설에...

사진을 찍겠다고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앞자리에 앉았는데 그만 프로그램을 잃어버려서

조카가 나오는 순서를 몰라 셔터가 자꾸 뒷북을 쳤다.

놓친 순간들이 너무 많아 어찌나 미안하던지...

(조카 녀석이 너무 자주 나오기도 했다. 이젠 안나오겠지 했는데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한국에서도 못가본 외국인학교 졸업식을 다 참석하고...

이게 다 똑똑한 조카 덕분!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졸업생들의 모습이 참 이채롭고 기념적이더라.

조카도 원래는 한국에 들어와서 한복을 맞출 예정이었는데

대학입학 준비가 길어지면서 결국 못오게 돼서 그냥 드레스를 입었다.

드레스도 예뻤고 언니가 해준 화장도 아주 예뼜고...

내 눈에 우리 조카가 제일 이쁘고 사랑스럽더라.

조카를 따라다니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외국인들은 도무지 나이가 가늠이 안된다.

조카에게 "선생님이야?" 라고 물어보면

자꾸 "친구야..." 라고 대답해서 나중엔 포기했다.

계속 틀리니까 혼자 민망해서....

 

8월 말이면 조카는 가족과 헤어져

혼자 UC 버클리 기숙사로 들어가야 한다.

조금 안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안된다.

똑똑하고 현명한 아이니까 잘 해나가리란 건 알기 때문에!

선하고 예의 바르고 밝은 조카 녀석.

그곳에서 녀석은 더 크고 더 넓게 세계를 꿈꾸고 만들어갈거다. 

조카가 만들어가는 세계를 믿고 지켜봐주는 것.

이모가 할 일은 이게 전부다.

 

다만 딸을 보내놓고 한동안 허전해할

언니와 형부가 걱정이다.

 

Grace Yun!

네 세계는 이제 또 다시 시작이다.

맘껏 눈부시게 날아 올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3. 4. 19. 07:46

바람이 찼다.

차가운 바람과 비가 두서없이 내리기도 햇다.

흐드러진 벗꽃을 보기가 쉽지 않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기어이 꽃이 진다.

벌써 초록 잎은 톡톡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혀간다.

난.분.분.

바람에 날리는 분홍 꽃잎의 화려한 낙화를 보고 싶었는데

아마도 그 소망은 내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점점 낙화가 이상해지고 있긴 하지만...

 

그나마도 놓칠까봐 출근길에 카메라 셔터를 성급하게 눌렀다.

6시가 조금 넘어선가?

사진이 흐리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시간,

그 시간은 늘 그렇게 흐리다.

그래도 그 명암 속에는 온전한 하루가 꼬박 담겨있다.

나는 그 순간을 절정"이라고 말하련다.

균형이 이제 막 깨지려고 하는 찰나.

어쩌면...

벗꽃도 지금 그 찰나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초록 잎사귀들의 폭격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은 연한 분홍 꽃잎들의 세력도 만만치 않다.

어느 순간 역전이 되겠지만

아직은 "공존"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다.

서로의 순서를 존중하면서...

 

하늘 위에 걸린 두 개의 세계.

혼돈 위에 얹힌 순간적인 평정.

정직하게 흔들리고

깨끗하게 상처받자!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2. 11. 7. 12:42

지난 5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해금을 배운다.

"국악이 꽃피는 나무"라는 곳에서 일요일 12시에 개인수업을 받는데 언제쯤 좀 들을만한 실력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연습을 많이 해야하는데 현재까지는 개인 연습을 잘 못하고 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집에 와서 시간이 영 나지 않는다.

거의 깽깽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소음성 연주(연주라고 할 수나 있나???) 

시간 무시하고 연습할만큼 철면피는 아니기에...

내가 말씀드려서 이 동호회에서 아빠도 대금을 배우신다.

게다가 아빠는 정말 연습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시는 착한 학생이시다.

나름대로 레파토리도 가지고 계신다.

딸은 사이비지만 아빠는 거의 연구원 수준으로 열공이시다.

급기야 공연까지 오르셨다.

 

지난 일요일 (2012.11.04.)

삼성동 한국 문화의 집 KOUS에서

"국악꽃 향기에 취하다"라는 제목으로 국악이 꽃피는 나무 수강생의 두번째 발표회가 있었다.

아빠도 공연에 참가하셔서 오빠네, 동생네 가족들과 엄마랑 코우스를 찾았다.

아빠 덕분에 오랫만에 가족나들이를 한 셈이다. 

 

- Program -

 

1. 도드리 (수연장/송구여) - 정악 합주

2. 가야금 연주 파헬벨의 "케논"

3. 김동진류 대금산조

4. 해금 연주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5. 거문고 연주를 위한 "탱고"

6. 대금 연주 - 천년학, 오빠 생각

7. 거문고 연주 - 탈놀이

8. 대금 연주 - 아리랑, 구아리랑

9. 해금 + 대금 앙상블 - 섬집아기

10. 춴장현류 대금 산조 - 진양, 중모리

11. 대금연주 트로트 메들리 - 빈잔, 무조건, 어머나

12. 창작 판소리극 - 온 누리에 꽃피는 사랑

13. 남도민요 - 새타령, 가시버시사랑

14. 특별무대 - 국악가요 "배 띄워라" ((노래, 대금 : 전명신)

 

솔질히 말하면 아마추어들의 공연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조명도 너무 좋았고 연주자들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서 은은한 감동도 있었다.

그리도 상당한 연주실력을 보이는 팀도 있어 깜짝 놀랐다.

3명의 여자분이 연주한 창작곡 "거문고를 위한 탱고"는 정말 멋졌다.

해금으로 듣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너무 좋았고...

(아! 나는 언제쯤 해금이로 이런 곳들을 연주할 수 있을가???)

아빠는 9번째 순서인 대금. 해금 합주팀으로 나오셔서 "섬집아기"를 연주하셨다.

작년에 힘든 수술을 하시고 열심히 회복중이신 아빠의 멋진 대금 정복기!

우리 아빠지만 일흔이 넘은 연세에 참 대단하신 것 같다.

소리내는 것도 쉽지 않던데...

 

내년쯤엔 아빠랑 합주를 할 수 있을까?

글쎄....

난 너무 불량 학생이라서.. ^^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2. 8. 22. 08:04

언니 덕분에 정말 오랫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입시생이 둘이나 있는 큰오빠네 4명과 일본에서 혼자 있는 형부를 제외한 12명 대가족의 이동이었다.

12인승 승합차를 렌트해서 금요일 밤 10시 경에 서울을 떠나 새벽 1시 경에 성우 리조트에 도착했다.

몇 년 전에도 강화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이번 여행은 이상하게 많이 설래고 기대됐다.

올 초에 수술을 하신 아빠도 그동안 어딜 다녀보지도 못했다.

엄마도 마찬가지셨고...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게 내게 좀 감동이었다.

승합차 맨 뒤에 앉아 가족들의 뒷모습을 내내 바라보면서

나는 노인네처럼 흐뭇하고 뿌듯했다.

진종일 재잘대는 조카들의 수다조차도 마냥 이쁘고 사랑스러웠다.

늦은 시간인데도 어쩜 그렇게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지...

조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같은 상상을 잠깐 했다.

저 에너지를 모아서 풍력이나 수력같이 사용할 순 없을까 하고!

(의욕상실에 빠진 사람에게 줄 수 있으면 더 좋고!)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도 한 몫 했지만

그냥 그 순간에 내가 빠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는지도 모르겠다.

내 가족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면서

둥지를 튼 한 무리의 새같다는 생각을 했다.

끝없이 부비고, 확인하고, 기웃거리고 바라보면서

작은 움직임 하나에까지도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나는 사람이 시(詩)시 되기도 하고

음악이 되기도 한다는 매순간 절절히 체감하고 있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있다는 건.

아름다운 거구나!

순간, 모여있는 무리에 대해 늘 가지고 있었던 일종의 거부감같은 것이 스르르 녹는 걸 느꼈다.

어쩌면 나는 조금씩 유연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좀 두렵다)

 

앞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 물론  더 있겠지만

(어쩌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날들처럼 뭉클하고 애뜻한 감정을 갖기는 아마도 쉽지 않으리라.

여행을 돌아와서야 생각이 났다.

함께 있는 가족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았다는 걸.

아마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이 생겨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왜 아무도 가족 사진 찍자는 말을 안 했을까?

우리 모두 그때 그정도로 따뜻하고 행복했던건가?

난 우리 모두 그랬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난 그 날들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하려 한다.

때로는 시였고, 때로는 음악이었고,

그리고 때로는 완전한 잊음이었던 시간. 

나는...

많이 행복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2. 8. 17. 08:19

전생을 기억하는 사랑.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

세상의 모든 반대를 이겨내며 꿋꿋하게 지켜가는 사랑.

그런게 있다는 건 안다.

그런데 실제로 그걸 체감한다는 건 정말 먼 나라 이야기.

그건 내 몫으로 오지는 않더라.

그래도 이 모든 게 다 괜찮은 건.

내게도 절절하고 유일한 사랑이 아직 있기 때문에...

 

조카들을 이뻐하는 건

다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그리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 녀석들 때문에 나는 즐겁고 기쁘고, 그리고 아이처럼 웃을 수 있다.

어쩌면 부모가 아니라서 일정부분 갖게 되는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이 덜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이 녀석들은 한결같이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내게 사랑 그 흔한 말을 흔한 말이 되지 않게 만들어주는 존재들.

조카들을 향한 사랑 속에는 그래서 감사함도 함께 있다.

 

일 년만에 한국에 들어온 언니와 조카들과 남이섬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소중한 시간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진기 프레임 안으로 풍경이 아닌 사람이 들어온 것도 참 오랫만이다.

전동자전거와 하늘자건거에 4인승 자전가까지.

열심히 패달을 밟은 조카들을 쫓아다닌 기억은

두고두고 나를 웃음짓게 만들 추억이다.

햇살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이 녀석들의 웃음과 모습을 담기에

이모의 사진술을 알랑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이모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는 조카들이 있어 행복했다.

풀밭 위를 점프하고, 타잔놀이를 하고, 나무를 오르고...

이 녀석들은 정말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고 꺄르르 웃는다.

조카들의 웃음은 내내 신비였다.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성우리조트로 가족여행을 간다.

수험생이 있는 큰오빠네를 빼고 전부 12명이 이동할 예정이다.

이 녀석들 말고 조카 2명이 함께 할 거라 또 얼마나 웃을지 기대가 된다.

8월은 조카들 덕분에 내겐 참 이례적인 달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웃은 기억이 있었던가!

조카들이 없었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기쁨에

나는 마냥 감사하다.

조카들을 생각하면,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

 

사랑한다!

내 이쁜 조카들!

많이 많이 사랑하고, 많이 많이 고마워~~~

 

* 아이들은 사진기를 향해 그저 순수하고 환하게 웃는다.

  어른들처럼 얼짱각도를 생각하지도, 어떻게 웃어야 이뻐보이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거침없이 웃는다.

  어른들 사진은 여러장 찍어도 몇 장 건지기 어려운데

  아이들 사진은 어떻게 찍어도 다 예쁜 게 그런 이유다.

  그 웃음은 카메라와 나를 완벽하게 무장해제시키는 웃음이며.

  풍경과 모든 배경을 이기는 강력함이다.

  부럽고 또 부러운 가벼움이다.

  이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 가벼움의 세계가 나는 한없이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2. 7. 30. 13:25

병원에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그 첫번째 주자가 사진 배우기!

전부 8번의 강의가 있었는데 재미있었고 그리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사진찍는데 적용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완전 초보자인 내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는 함께 수업 들었던 사람들과 선유도 공원으로 출사도 갔다.

5시에 모여서 10시 넘어서까지 제법 오랜 시간 진행됐다.

RAW 파일로 사진찍어서 후보정이라는 걸 하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다.

집에 있는 컴퓨터가 전사하셔서 당분간 집에서 해보진 못하겠지만

컴을 구입하면 이 프로그램 먼저 깔아놔야겠다.

구비해야 할 것들도 많다.

야경사진의 필수라는 삼각대도 사야하고

필터도 2개 정도 구입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제일 급한 건 망원 렌즈.

사진을 찍다보면 자꾸 가까이에서 당겨 찍고만 싶어서...

 

야경사진은 아직 좀 자신은 없지만 매력있는 것 같다.

어두워지기 전에 "개와 늑대의 시간" 때도 너무 은근한 매력이 있고

떨어지는 해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실루엣 사진 찍는 재미도 남달랐다.

화이트발란스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사진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도 신기했고...

근데 카메라 렌즈 인간적으로 너무 지저분하다.

이런 줄 모르고 좋다고 찍었는데 사진보고 맨붕왔다.

 

삼각대를 이용해서 장시간 노출을 주고 찍은 야경사진.

수업시간에 배운 빛갈라짐도 현상도 어설프지만 찍었다.

하늘에 별도 찍혀서 신기했다.

어설픈 사진이지만 그래도 처음이니까...

나중엔 더 잘 할 수 있을거라 믿자!

풍경이 담긴 사진.

참 좋다.

역시 난 인물사진을 찍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진은 애정이라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2. 5. 11. 05:51

조카들은 나의 트라우마이자 웃음이다.

난 조카에겐 한없이 약해진다.

예전에 안 그랬는데

이젠 가족이 힘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가족과 나는 별개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족은 아직 내가 살아있는 이유다.

5월 5일 어린이날.

1박 2일로 조카들과 함께 휘닉스 파크을 다녀왔다.

순전히 조카를 위한 봉사 ^^

이제 4학년, 5학년이 된 연년생 조카녀석들은 그야말로 신나게 천진하게 즐거워했다.

얘들 엄마가 도착해서 전동 바이크타다 제대로 넘어져서 덕분에 이틀동안 열심히 두 녀석들을 쫒아다녔다

결국 예정에도 없던 워터파크까지 들어갔다.

(원래는 동생이랑 조카들이 워터파크에 있는 동안 우아하게 책을 읽을 예정이었는데...쩝!)

바이크타기, 워터볼, 양먹이 주기, 그리고 물놀이.

다친 동생 덕분에 열심히 밥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도시락도 만들고...

몸은 고달펐지만 그래도 조카들이 너무 좋아하고 재미있어해서 행복했다.

주변에서 그런다.

조카바보라고.

우리 조카들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이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조카들 이뻐하는 거 다 쓸데없는 일이라지만

난 조카 7명이 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다.

조카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울 게 솔직히 하나도 없다.

물론 부모의 사랑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조카들은 내가 아무 의심없이 무한 사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조카들의 밝은 웃음.

어린이날, 나는 어린이도 아닌데 하루종일 선물받은 아이처럼 행복했다.

다 이 녀석들 때문이다.

나는 이모다!

 

사랑한다!

이모 조카!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2. 4. 20. 06:19

꽃잎 터진 날.

꽃들은 하루 종일 말을 했더랬다.

수런수런 낭창한 수다가

우수수 웃음으로 떨어질 때,

땅은 이야기 품은 꽃비를 넉넉히 받아냈다.

 

바람에 밀려 

이곳으로 혹은 저곳으로

꽃들은 못다한 이야기를 꿈처럼 날리며 내내 재잘댔다.

 

폭죽처럼 터지는 꽃을 보며

밤에도 사람들은 몇 번씩 만개(滿開)했다.

짧은 계절이 주는 선물은,

몸서리치게 아름답다.

 

돌아서지 못하는 발걸음은 그대로

꽃도장되어 땅을 꾹꾹 밟는다.

 

돌아가지 말자!

절대로!

 

하루는 일 년처럼 느리게 흐르지만

일 년은 하루처럼 빠르게 스쳐간다.

꽃은 핀다.

꽃은 진다.

꽃의 시간은

그게 전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11. 30. 06:30
지난 토요일이 엄마 생신이셨다.
그냥 생신도 아니고 고희.
잔치도 하고 여행도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빠와 엄마의 고희는 살면서 내내 가슴에 사무칠 것 같다)
12월 5일에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한 아빠.
꼭 이유가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엄마는 아무 것도 안 하시겠단다.
그래서 한정식집을 예약해서 가족끼리 저녁 식사를 했다.
알고 있을까?
사진 찍는 다는 핑게로 내가 음식을 잘 못 먹었던건,
가슴 속이 이미 무거운 돌덩이로 꽉 차 있어서라는 걸...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 말!
정말 하나도 틀린 거 없다.
부모님의 다섯 가지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가지가 될까?
말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제일 많이 흔들리는 몹쓸 가지기 때문에...
나는 고작 이만큼의 시간도 막막하고 아득한데
부모님은 70년이 넘은 시간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나는 살가운 말을 할 줄도,
팔짱을 끼며 부모에게 애교를 부를 쭐도
그리고 귀염성있게 따북따북 이야기를 할 줄도 모른다.
부모님은 이런 자식이 서운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는 부모 가슴에 풀리지 않는 매듭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 앞에 맘이 편안해질 날이 올까?
아마도 그건 다음 생에서나 가능한 일...
나는 스스로 아픈 손가락이다.
그래서 항상 어쩔 줄 모른다.
잘 차려진 음식 앞에서 내내 나는 먹먹했다.
부모님는 여전히 내 생명줄이다.
내가 아직 인간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내가 아직 자식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