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6. 3. 8. 08:27

퇴근길에 시집을 샀다.

정음사에 출판된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점 직원이 건네준 책은 9,800원이라는 가격이 민망할 정도였다.

1948년 초판본과 윤동주 육필 원고가 담긴 역사재중이라는 문집,

그리고 동시와 산문까지 시린 본책까지 모두 세 권의 책이 손에 쥐어졌다.

영화 <동주>를 보면서도,

3월 5일 방영된 다큐 <불멸의 청년, 윤동주>를 보면서도 생각했다.

그의 시들을 정성껏 정독해야겠다고...

 

막상 손에 세 권의 책을 보니 선듯 책장을 넘겨지지 않는다.

센치한 감상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쉽게 이 시들을 읽어도 되나... 싶다.

마흔 다섯의 내가,

스물 아홉의 나이로 옥사(獄死)한 청년 시인 윤동주의 시들을 정말 읽어도 괜찮은건가...

뒷통수가 뻐근해왔다.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한 편씩 읽고 있다.

이 시어 하나 하나를 다듬으면서 참혹한 시대를 버티고 견디었노라 생각하니

슬프고 아프다.

이렇게 아름다운 슬픔이, 이렇게 아름다운 아픔이...

견딘다는건,

얼마나 처절하고 절박한 최후의 생명줄인지...

수 십 번을 다시 태어난대도 나란 인간은 알 수 없으리라.

한 점의 마지막 살처럼

한 방울의 마지막 피처럼

그렇게 읽어내야만 하는 시.

 

八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永遠히 슬플 것이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2. 25. 08:26

융통성이라는 눈꼽만큼도 없는 앞뒤 꽉 막힌 까칠한 남자 오베.

그에게 세상은 오로지 흑백이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식사를 하고,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똑같은 시간에 잠을 자고,

남자라면 "사브" 외에는 다른 차를 몰아서는 안되고,

정해진 규칙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꼭 지켜아만 하고...

첫 챕터를 읽으면서 이런 사람과 이웃이면 참 피곤하겠구나 싶었다.

작은 실수에도 당장 우리집 벨을 누를 것 같아서...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이 괴상하게 까칠한 남자에게

어느날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세상의 모든 색깔이 되버린다.

그녀를 보고 오베는 생각한다.

'누군가 맨발로 가슴 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다'고.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어진다.

그 장면을 읽는 순간,

나는 이 까칠한 노인네를 사랑하겠노라 결심했다.

 

흑백의 세상을 칼라로 바꾼 여자와 결혼을 하고,

여자는 오베의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는 자동차 사고로 태어나지 못하고,

오베의 모든 색깔이었던 그녀는 휠체어를 타게 되고...

하지만 끝날 때까지 정말 끝난게 아니다.

연이어 들이닥친 사고에도 불구하고 오베의 색깔은

여진히 밝고 따뜻하고 현명하게 오베 곁에 남아 있다..

 

그리고...

오베의 색이... 사라졌다.

그래서 오베는 죽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옆집에 이사온 부부(그것들) 때문에 오베의 계획에 자꾸 자질이 생긴다.

어느 틈에 주인없는 망할 놈의 고양이까지 은근쓸쩍 오베의 집으로 들어온다.

죽기로 결심한 오베는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더 삶쪽으로 나아간다.

 

이 이야기...

정말 눈물나게 재미있고, 눈물나게 아름답고, 눈물나게 감동적이다.

오베처럼 흑백의 세계를 살아가는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온갖 찬란하고 따뜻한 색깔에 둘러쌓여 있었다.

무심하게 시작했다가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걸 못마땅하게

삶은, 생은, 사랑은, 죽음은 이래야 한다고 일깨워준 책.

 

정말 그렇더라.

누군가는 사느라 바쁠 수 있고,

누군가는 죽느라 바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사악해지는 사람이 있고,

안 그래도 되는데 사악해지는 사람도 있다.

해답은...

내가 뭘 선택하느냐에 있다.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게 존재하지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때로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으로써 더 열심히,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죽음의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며칠, 몇 주, 몇 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바라볼 시간보다 돌아볼 시간이 더 많다는 나이에 도달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앞에 남아 있는 시간이 없을 때는 다른 것을 위해 살게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건 추억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꼭 쥐고 있던 화창한 오후, 이제 막 꽃들이 만개한 정원의 향기, 카페에서 보내는 일요일, 어쩌면 손자들, 사람은 다른 이의 미래를 위해 사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소냐가 곁을 떠났을 때 오베 또한 죽은 거나 다름없엇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 그저 살아가는 걸 멈췄을 뿐이었다.

 

슬픔이란 이상한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2. 12. 08:22

정확히 말하면 읽은 책이 아니라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책.

몇 번 머뭇거리다 번번히 실패한 책이었고

솔직히 장시(長詩)로 된 서문을 읽을 때까지만해도 끝까지 읽기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책이 출판된건 2012년.

그러니가 제 17대 대통령 이명박 정권 말기다.

(집권이라고 쓰고 지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건 집권이었고 폭정이었다.)

이 책은 스승(?)과 제자(?)의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읽을 수록 뭔가에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가올 선거에 대한 내 선택이 지금보다는 명확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말 그렇더라.

아름다운게 청춘이 아니라 막막한게 청춘이다.

피에르 상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춘을 완벽히 소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 흘러가야 한다"고.

그 문장을 읽으면서 아주 정확하다고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올 김용옥이 이 문장에 한 번 더 쐐기를 박아 넣는다.

 

..... 누가 청춘을 아름답고 말했던가? 청춘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노인들의 청춘에 대한 회상만이 아름다운 것이다. 청춘에 대한 추억이 아름다운 것이다.... 청춘의 압도적인 사실은 좌절이다. 절망에는 내일이 없으며, 남아있는 재난의 기억조차 없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나쁨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물론 MB 정권이 최악이었지만

MB가 최악이 될 수 있었던게 이 두 정권을 지나왔기 때문이라는걸 알았다.

17대 대통령 총선때 나는 이명박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정치, 경제 다른 모든 슬로건을 다 무시하고

그의 생김이 너무 싫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세계 각국에 얼굴을 보이기에 부끄러운 얼굴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농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었다.

난 앞으로 얼굴만 보고 대통령을 뽑을거라고,

청념과 능력의 유무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외국의 대통령들과 나란히 섰을때 적어도 꿀리지 않는 얼굴이기만해도 고맙겠다고.

 

"사랑하지 말자"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릴 만큼

우리의 정치 철학은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이 책을 한장씩 넘길때마다

아마도 나는 여러번 비참할거고, 허무할거고, 절망할거고, 분노할거다.

하지만 읽어봐야겠다.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욕지기를 꾹꾹 눌러가며

뭐가 됐든 끝까지 읽어봐야겠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게 뭐가 있는지를 좀 알아야겠다.

희망인지, 청춘인지, 조국인지, 역사인지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2. 11. 13:14

설 연휴 기간 동안에 책 3권을 읽었다.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바로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리고 했다.다.

솔직히 별 기대없이 손에 잡은 책이었는데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을 수록 흥미로웠다.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사실 작년 9월에 이사를 하면서 쇼파와 침대 일체를 다 없애려고 했었다.

접을 수 있는 에어메트리스와 책상 겹용 탁자 하나, 그리고 방석 몇 장.

어쨌든 결론은,

그렇게 못하고 짐을 꾸역꾸역 가지고 이사를 했다.

그렇게 못한 제일 큰 이유는 엄마의 열화와 같은 반대를 반대하지 못한 내 탓이긴 하다.

그래도 더이상 짐을 늘릴 일은 만들지 않고 있으니

언젠가는 just simple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쓴 저자는 지금 당장 하라고 하더만...)

 

 

Total Life의 미니멀리스트가 될 자신이 없다면

적어도 "여행"이라는 쳅터에서 만큼은 미니멀리스트가 돼보자 작정했다.

그래서 앞으로 떠날 여행의 짐들은 최대한 최소화하려고 한다.

가방이 크면 짐은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더라.

겉옷은 번갈아 입을 수 있는 상하 두벌에 원피스 한 벌,

속옷은 최대 세 벌, 신발은 운동화랑 가벼운 샌들 하나 정도.

(운동화는 신고 갈거니까, 짐 속엔 샌들만.)

그리고 나머지는 썬크림과 샘플 화장품, 모자 정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혼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금방이라도 어딜 떠날 사람처럼 좋아했다.

단순함이 선물하는 평화와 여유.

아마도 그게 간절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비싸게 주고 산거니까,

선물로 받은 거니까.

추억이 잔득 담겨있는 거니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그래서 이 글을 쓴 작가는 기준을 정했다.

"이 물건이 나를 설레게 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버려도 되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셈이다.

버리는게 도저히 자신없다면!

그래, 더 이상 늘리는 잃만큼은 그만둬야겠다.

그리고 1년을 주기로 버리는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4게절이 지났는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사용할 확률이 전무하다 여겨도 좋으리라.

 

 

더 이상 늘리지 않기!

그렇게 나만의 미니멀리즘을 시작해보는거다.

Less is more.

 

알맞은 정도라면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그러나 도를 넘어서면 소유가 주인이 되고,

소유하는 자가 노예가 된다. 

                                    - 프리드리히 니체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2. 4. 08:01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읽는 속도도 점점 빨리진다.

그래서 다독을 하는 사람들은 속독가가 된다.

심지어는 두서너 권의 책을 같이 읽어도 인물이나 내용이 뒤섞이는 법도 없다.

그런 내가...

요 몇 달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책이 있다.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

1986년 범우사 판으로 무려 30년 전에 번역된 책이다.

김탁수라는 분의 번역본인데 엄청나게 투박하고 고답스런 부분도 상당하다.

심지어 책을 펼치면 이건 뭐 전공서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숨 쉴 틈 없이 빼곡하다.

그래선지 이 책을 읽으면서는 유난히 다른 책들을 많이 기웃거렸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일단 읽고 있던 다른 책들을 전부 정리하고 이 책만 집중적으로 파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길이 조금 보인다.

(그래도 고전은 역시 고전이다 ^^)

 

 

상권은 다 읽었고 지금은 하권의 후반부를 읽고 있다.

미쨔가 아버지의 살해범으로 재판을 받는 부분.

그런데 재미있는건,

이 책만 집중해서 읽으니 그동안 왜 그렇게 고전을 면치 못했나 싶게 너무 재미있는거다.

150년도 훨씬 전에 태어난 사람이 쓴 이야기가

지금 읽어도 이상하거나 뒤떨어진 느낌이 전혀 없다.

농노제의 폐해,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그리고 선과 악의 문제까지

이 모든 것을 소설에 다 담았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책을 읽을 수록 다방면으로 박식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지성에 감탄하게 된다.

얇은 지식이 아니라 깊고 넓은 지식이다.

마치 제크와 콩나무 저 밑에서 위를 올려다 보는 느낌이다.

또 다시 고전(苦戰) 중...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한동안은 어안이 벙벙할 것 같다.

어쩌면 다른 책들을 찾아 읽을 엄두조차 안 날지도...

 

그래도 이번 만큼은 피하지 말고 정면승부를 해야겠다.

그렇다고 고전만 읽겠다는건 아니고 세 권 중 한 권 꼴로 챙겨 읽을 생각이다.

제대로만 길을 찾는다면 제대로 빠지게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살짝 위기감이 들기도 했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총기더 떨어질테고

그러면 고전은 더 읽기 어려워질테니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1. 29. 08:50

제목에 끌려서 동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

책의 시작은 이렇다.

"이 이야기는 광장공포증이 있는 어느 독재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독재자께서 독재자의 삶이 지루해졌는지

자신과 똑달은 이발사을 고용해 철저히 교육을 시킨다.

그리고 자신은 유럽으로 go~~ go.

한동안 그 닮은꼴은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다.

그런데... 이 닮은꼴이 또 어느날 자신의 꿈을 발견하게 되버린다.

닮은꼴은 다시 닮은꼴을 찾아내 교육시켜 자신을 대신하게 하고

무성영화 필름을 둘러매고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닮은꼴이 딺은꼴을 고용하고,

그 닮은꼴이 또 다른 닮은꼴을 고용하는 이야기다.

기발하고 예측불허의 이야기.

처츰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뒤섞여서 살짝 혼란스러웠는데

읽을수록 점점 더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맨 처음 닮을꼴을 만든 독재자는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를거라 확신하며

유럽에서 방탕한 생할을 만끽했다.

그리고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닮을꼴의 파렴치한 행태라며 성토까지 한다.

그 사이 닮은꼴이 지키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독재자를 종교처럼 떠받들고 존경하고 믿는다.

 

그런데...

정말 이 모든 것들이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었을까? 

결론은,

살벌하고 끔찍하다.

철저한 교육으로 닮은꼴을 만들어낸 독재자는 자신의 기막힌 계획에 감탄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주변 사람들의 의도였다면? 

완벽한 계획도, 완벽한 비밀도, 완벽한 거짓도 없다.

현실을 허구로 만들면 허구는 그대로 현실이 된다.

현실에서 출발한 허구가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기막히게 무서운 이야기에 혀를 내둘렀다.

 

...... 민중은 남이 자기들에게 믿게 만들려 한 내용을 정말 믿는 것처럼 행동해.

그래서 때로는 그들이 진짜로 믿는다고 알게 만들기까지 한다니까.

그러다가 때가 되면 다시 생각하기로 결심하지.

그래서 새로운 닮은꼴도 기대할 수 있는 거지 ......

 

재미로 읽은 실제와 헛것에 대한 이야기의 끝이 이런 섬득함이라니!

그런데 더 섬득한건,

그게 지금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는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는거다.

내가 진짜 나인지 아니지를 나인들 명확히 알까?

수없이 자기복제하는 ID와 패스워드.

이젠 인터넷 영생을 두려워할 때다.

나는 죽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내가 만든 수많은  ID와 패스워드는 죽지않고 영원불멸 하게 된다니...

아무래도 더 이상의 흔적을 만드는 일은 그만둬야겠다.

나도 모르는 내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1. 27. 08:34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평생 여행하면서 살고 싶다는거.

나의 꿈이고, 당신의 꿈이고, 우리 모두의 꿈이다.

그러나 현실은... 늘 그 꿈을 팍팍하게 밀어낸다.

내가 바라는 여행도 그렇다.

거북이처럼 아주 느리고 그리고 민망할 정도로 서툰 여행.

그러기에 일주일의 시간은 너무 짧다.

그래서 늘 허기지고 숨가쁜 여행이 자리를 차지한다.

언제가는... 언젠가는...을 꿈꾸면서.

 

......여행은 혼자 하는 게 정석이다. 둘이 되는 순간 운신의 폭은 반으로 줄어들고 사유의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여행의 희열도 반으로 줄어든다. 둘이기 때문에 누리는 위안과 기쁨도 좋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본질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교정하는 것이다. 여행은 혼자 할 때 가장 빛난다. 하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늘 외롭다는 게 여행의 딜레마다. 외로움은 거리글 불러온다 ......

 

 

이 책을 쓴 박 로드리고 세희는 여행이 자신의 종교이자 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행은 이를 수록 좋다고...

동감이다.

오래 걸은 자의 잠은 정직하고 또 깊다.

그는 자신의 30대 초반을 2년간의 여행으로 채웠다.

미리 정해놓은 루트같은건 없었고 그때 그때 결정되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영화 촬영팀으로 일한 이력이 사진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뷰에 집착하는 혹은 나 여기 다녀왔네 하는 기념사진이 아니라

찰나의 느낌이 담겨있다.

온기가 있는 사진이고 정성이 담긴 글이다.

온기가 담긴 사진은 내가 영행하면서 찍고 싶은 사진이기도 하다.

포토샾으로 깎아내고 조율하는 사진이 아니라

투박해도 그 현장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런 사진.

이 책을 보면서

느린 여행도 부러웠지만 사진찍는 감성이 더 부러웠다.

기회가 된다면 사진찍는걸 제대로 배우고 싶다.

단 한 장의 사진.

그걸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1. 22. 08:02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다.

읽으면서 책을 집어던지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이건 완전히 영화 <내부자들>의 소설판이다.

이 거대하고 사악한 진실을 어찌해야 할까?

자가 장강명의 말처럼 정말이지 "빠르고 독한 소설"이다.

예상한 결말이었음에도 뒷골이 뻐근해왔다.

정력도 멘탈도 강하지 못한 나는 이 추잡한 찜찜함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

 

......  인터넷 하시쟎아요. 거기서 싸움이 어디 팩트랑 논리로 하던가요. 논리 싸움은 두 사람이 아주 좁은 화제를 가지고 붙을 때, 그것도 그 두 사람이 좀 양식 있는 사람들일 때에나 가능한 거예요. 인터넷 싸움은 정력과 멘탈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정력 많아요, 그게 직업이니까. 그리고 멘탈도 정말 강해요. 왜냐하면 멘탈이 없거든요. 저희랑 댓글로 논쟁을 벌이는 건 쇳덩이로 된 로봇이랑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쪽이 진 쪽 따귀를 때리는 게임을 하는 거나 비슷한 겁니다 ......

 

사실은 아니지만 진실.

더 정확히 말하면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

나도 궁금했다.

도대체 근거없는 헛소리같은 댓글들은 왜 올리는건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아주 정확하게 알았다.

 

...... 게시판에 글 올린다고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열심히 글 올리고 댓글 달리면 좋아하고 그러겠어요. 남이 좋은 댓글 많이 달아주면 자기가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가 생각할 때에는 별 대단치도 않은 글 올린 녀석이 관심을 많이 받으면 질투심이 넘어서서, 이건 옿지 않다, 정의롭지 않다, 그런 생각마저 하게 되죠..... 모두가 가슴에 단도 한 자룼기 숨기고 있다가 기회만 생기면 팍! 그런데 저희들은 언제 사람들이 미쳐서 그 칼을 휘두르는지 그 타이밍을 알아낸 거죠 ......

 

 

인터넷은  확실히 필요악이다.

사람을 천재로 만들기도 하고 더없는 악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내 또래들은 정말 엄청난 도구가 왔다, 이걸로 이제 혁명이 일어날 거다, 하고 생각했지. 모든 사람이 직위고하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으로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지. 인터넷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권위를 타파해서 민주화를 이끌 거라고도 믿었어. 거대 언론이 외면하는 문제를 작은 인터넷신문들이 취재하고, 인터넷신문조차 미처 못 보고 넘어간 어두운 틈새를 전문 지식과 양식을 갖춘 블로거들이 파고들어갈 줄 알았어. 독재 국가에서는 지금도 인터넷이 그런 고발자, 감시자 역할을 해.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가? 인터넷신문이나 블로거들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하냐고. 아니지. 그냥 거대 언론이 점잖게 기업에 겁을 주고 광고를 따냈다면 인터넷신문들은 대놓고 삥을 뜯지. 블로거들은 동네 식당을 상대로 협찬을 요구하고, 이것도 민주화라면 민주화지. 협박, 공갈, 갈취의 민주화. 누구나 더럽고 야비한 짓을 할 수 있게 되는 민주화 ....

협박, 공갈, 갈취의 민주화.

망할!

너무 정학한 말이라 할 말이 없다.

죄를 안 지으려면 컴맹으로 살아가는게 유일한 방법이겠다.

어딘가에서 눈에 불을 껴고 댓글을  달고 있을 어마무시한 댓글부대들이

진심으로 두렵고 무섭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블로그도 다 총이고 칼이고 흉기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1. 20. 08:48

누군가 그랬다.

우리가 책을 읽는 진짜 이유는 헤매기 위해서라고.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 위해서 책을 읽는거라고.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가 얻는 고유함 헤맴은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이자 책이 주는 최고의 판타지다.

정말 그렇더라.

내가 꾸는 꿈이 다른 사람의 현실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꾸는 꿈이 내가 사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건

멋진 유희이자 최고의 반전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때,

솔직히 책마을 보다는 "유럽"이라는 단어때문에 집어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쓴 정진국의 필력과

24개의 책마을에 진심으로 홀리고 빠져있다.

예전에 이 사람의 <여행가방 속의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도 그의 필력에 감탄했었다.

시기적으로 그 책보다 먼저 출판된 책인데

와... 감탄이 절로 난다.

문학, 미술, 사진, 고서적, 역사 등 그의 인문학적 지식은 끝이 없다.

게다가 그가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유럽의 책마을이 그대로 냐 눈 앞에 활짝 펼쳐진다.

그야말로 "즐거움과 탐욕을 넘어선 신성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 마을 조성에 참여한 책방주인과 동호인들은 세계화라는 대세에 도전하고 있다는 데에 무엇보다 자부심을 느낀다. 대형 서점에 밀려 군소 서점이 살 길을 찾는 과정에서 '반세계화'라는 명분은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 못지않게 절실한 문제였다. 독서 운동은 추상적인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사상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책을 아끼듯이, 책방이 곁에 없는데 어디서 책을 구할 것인가. 대도시 중심가, 쇼핑센터에 가서 책을 찾는 것과 동네에서 책을 접하는 것은 다르다. 아침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뒤적이며 하루를 시작하듯이, 방과 후나 일을 끝낸 오후에는 서점에 들르는 게 일상이어야 한다. 누가 너절한 잡지와 참고서만 그득한 동네 서점에서 문화를 운운하겠는가. 담배 가계나 빵집이나 카페처럼 책방 또한 우리곁에 가까이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못하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

 

백 만 번 공감하는 구절이다.

책마을에 파주의 출판단지를 슬며시 밀어넣겠다면...  

참 면목없고 구차한 변명이라 하겠다.

마을 전체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골목 전체가 수십개의 서점으로 둘러싸인 곳이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도파민 수치가 무한상승한다.

서점은, 특히 동네 서점은 마치 대가 끊긴 무형문화제 같다.

차라리 서점이 중세 시대의 공방이나 길드같은 조직체였다면 좋았겠다.

그렇다면 도제식의 전수를 꿈꿀 수도 있었을텐데...

 

출퇴근 길에도 책읽는 사람보다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점점 폰질(?)에 중독되다보면

책마을은 동화마을과 동의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읽는 것과 보는 것.

그 경계에서 놓쳐버린 것들이 나는 마냥 아깝고 아쉽다.

 

읽으면 더 많은 것이 보여진다는걸

사람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1. 15. 08:34

터키를 여행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터키, 정말 좋았어!"

터키를 두 번 여행한 나 역시도 이 말에 백반번 동감한다.

(그 중 한 번은 고작 이스탄불에만 있었지만)

그래서 늘 생각한다.

터키에 다시 가야지...

그래서 교통카드도 보증금을 환불받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왔다.

왜냐하면 나는 또 터키를 갈테니까.

작년에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 때도 이스탄불에서 스탑오버를 할까 고민했었는데

터키항공료가 너무 비싸서 포기했었다.

입버릇처럼 사람들한테 터키에서 죽을거라고 이야기한건

농담이 아니라 정말 바람이다.

(그게 혹 객사(客死)라고 할지라도 진심으로 상관 없다.)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바로 대출한 책.

책을 쓴 유혜준은 동생과 함께 30일동안 터키를 여행했다.

왕복항공권과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3일간 묵을 호텔만 예약한 상태로.

(나도 언젠가는 꼭 그렇게 갈거다. 그때 일정은 최소한 45일!)

책 속에 나오는 사진들이 다 내 눈에 익숙한 곳들이라 책장을 넘기는게 힘들었다.

그 골목들과 가게들. 그리고 갈라타 다리와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들.

파묵칼레의 하얀 석회암들.

순간적으로 다시 터키로 돌아간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세상에...돌아간다니...

(그렇다면 지금 이곳에서의 일상은 단지 이방인 혹은 여행자의 삶이라는 뜻인가!)

터키...

이렇게 간절하게 다시 가고 싶은걸 보니

나는 꽂힌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저격당한 모양이다.

시름시름 앓겠다.

터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