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6. 1. 8. 08:20

프랑스 작가 서머싯 몸(1874~1965)에 의해 화가 폴 고갱(1848~1903)의 삶은 부활됐다.

생전에 빛을 보지 못한 고갱의 작품들은 

서머싯 몸이 1919년 발표한 <The moon and Sizpence> 소설로 인해 재평가되기 시작했고

그림값까지 무섭게 치솟았다.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은 예술가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를 뜻한다.

사실 이 책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작가와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이 소설이 고갱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라는건 몰랐었다.

2013년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고갱 기획전시를 했었다.

그때 전시 제목이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그림 속 배경은 고갱의 마지막 낙원 타이티섬이었다.

직업과 가족을 버리고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선 고갱은 타이티섬으로 떠나면서 말했다.

"나는 고요함을 찾아, 그리고 문명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떠난다. 나는 단순한, 아주 단순한 예술을 하고 싶다."

말년에 불화가 생기긴 했지만 고흐는 고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멀리서 온 사람이고 또 멀리 갈 사람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고갱은 확실히 무책임하고 비열했다.

뭐가 됐든 그는 가족을 버리고 열대지방으로 도망쳤다.

인과응보였을까?

가난, 매독, 다리 부상, 전시 실패, 질병, 소송, 실연, 자식의 죽음, 자살 시도... 

그리고 결국은 심장마비로 홀로 사망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갱의 색채 속에 강렬한 "살의(殺意)"를 느낀다.

내게 고갱의 삶은 그렇다.

<달과 6펜스>의 고갱은 당당하고 자유롭고 무례하고 거침없다.

살의가 아인 버팀이 읽혀진다.

그래서 사실 다행이었다.

 

......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

 

이 책에 나오는 구절 중 고갱을 표현한 가장 정확한 문장.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고백컨데 고갱의 색채에서 내가 느끼는 "살의" 역시 이 문장과 무관하지 않다.

비참하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고갱은 타이티라는 낙원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나는...

고갱이 찾아낸 그 낙원이 죽도록 부럽다.

 

소설을 읽는 내내 고갱의 질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나는 낙원에서 살아봤어!

 그런데 너는?

 너는 한 번이라도 낙원이란걸 꿈꿔보기라도 했어?"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1. 7. 08:09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오르한 파묵, 주제 사라마구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만의 Big 3 작가다.

우리나라에 출판된 책은 현재까지 총 7권이고

그 중 <더 리더>, <귀향>, <다른 남자>,<주말>에 이어 <여름 거짓말>까지 모두 5권을 읽었다.

이 중에 나를 실망시키거나 혹은 읽는 동안에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게 만들었던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심지어 <더 리더>는 몇 번을 읽었는지 셀 수조차 없다.

2014년 이 아름다운 독일 작가가 박경리문학상을 수상자로 결정됐을 때

내 일처럼 정말로 좋아했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아름다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참 좋겠는데...

 

 

성수기가 끝나고
바덴바덴에서 보낸 밤
숲 속의 집
밤의 이방인
마지막 여름
뤼겐 섬의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남국 여행

 

7편의 단편 모두가 다 보석같다.

책에서 그러더라.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순전히 의지만으로도 의무를 취미로 만들 수 있고 책임을 사랑으로 바꿀 수 있다고.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사랑도, 행복도, 슬픔도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부 의지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것처럼, 잘 사는 것처럼 보여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생의 거짓말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된다.

내가 지나온 생의 거짓말과 대면하는 등장인물을 보는건

마치 거울을 마주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 진실은 열정적이고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추악하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해요. 그리고 당신을 늘 자유롭게 해줘요. 지금 당장 깨닫지 못하면 시간이 좀 지나면 알게 돼요 ......

 

행복이라는 이름의 껍데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걸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바흐에 대해서도.

마지막 일곱번째 단편은 아예 바흐의 곡을 틀어놓고 읽었다.

바흐는 적대적인 것들을 화해시키는 음악가란다.

생과 사, 진실과 거짓, 밝음과 어둠, 강한 것과 약한 것.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

바흐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독일어로 쓴 교향곡.

 

베른하르트의 지휘는 이번 곡에서도 탁월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1. 5. 08:17

2016년 새해 첫번째 손에 잡은 책은,

2015년 1월에 방영된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슈퍼 차이나>다.

실제 다큐멘터리를 보진 않았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현재 모습은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하고 무시무시하다.

made in china는 이제 더이상 싸구려 짝퉁일 수는 없다.

미국과 거의 대등한,

아니 몇 년 안에 상황이 역전될지도 모르는 

미국보다 더 강력하고 위협적인 현실이 됐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지만 아직도 여진히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국.

그 말도 안되는 아이러니의 나라가 가진, 보여주고 있는 그리고 보여줄 힘이 지금은 너무나 공포스럽다.

 

 

Part 1 세계 최고의 소비력, 13억 인구의 힘

Part 2 짝퉁을 넘어 세계 1위로, 중국 기업의 힘

Part 3 지구촌을 집어삼킨다, 차이나 머니 파워

Part 4 막강한 군사력으로 패권을 노린다, 팍스 시니카

Part 5 땅이 지닌 잠재력, 대륙의 힘

Part 6 문화 강국을 향한 전략, 소프트파워

Part 7 중국식의 강력한 지도력, 공산당 리더십나는 그저 일상을 산다.

 

일부러라도 이 다큐를 찾아 꼼꼼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국을 너무 안일하고 우습게만 생각했다는걸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막강한 인구, 엄청난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하지 못할 일이 있기는 할까?

지금 현재도 엄청난 파괴력을 수시로 보여주고 있는데

2030년이 되면 세계의 판도는 완전히 뒤집혀버릴 것 같다.

그런데 더 무서운건,

이 모든 것들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보여주지 않은것, 숨겨진 것들이 나를 공포에 떨게 한다.

 

나의 새해 첫 쇼크.

그러나 이미 한 발 늦은 쇼크.

아무래도 지금부터라도 중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가야 할 것 같다.

늦은만큼 부지런히 쫒아가자!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5. 12. 30. 08:08

나는 작가 김진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성실하고 가열찬(?) 필력은 높이 산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출판의지는 좀처럼 지치지 않을 것 같다.

가열차다 못해 때론 전투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아직 마무리하지 않은 책을 두고 또 다른 책을 출판하는 능력은

저력이라기보다는 기이함 혹은 기묘함에 가깝다.

소재 발굴하는 능력,

아마도 기존 작가들 중에 가장 탁월한 쪽에 속한다.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거다.

그걸 집중력있게 끌고 가는 힘이 부족하다.

강약이 없고 평평하고 무난하다.

그래서 술술 읽히기는 한다.

글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이야기꾼은 아니다.

 

 

그래도 이 책 <글자전쟁>은 내가 지금껏 읽은 김진명의 책 중에서 제일 괜찮았다.

개인적으론 본소설 보다는 소설 안 소설이 훨씬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차라리 그걸 내세워 아예 시대극으로 써내려갔으면 좋았을텐데...)

한자 弔와 관련된 풍장(風葬)을 읽으면서

조장(鳥葬)과 수장(獸葬)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The ending도 이런 모습이길 바래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든게 다 불법이다.)

 

책과 관계없는

참 뜬금없는 얘기...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5. 12. 18. 08:32

정확히 말하면 한 권은 읽은 책이고

한 권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그런 책이 있다.

읽을때 음악이 함께 해야만 하는 책이 있고

조용한 연주곡조차도 방해가 되는 책이 있다.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책이다.

베스트셀러를 신뢰하는 편도, 무작정 외면하는 편도 아니라서 읽어봤는데 개인적으론 특별함이 없었다.

더 정직하게 말하면 이 책이 왜 우리나라에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껏 나왔던 책들과 다른 내용이 없고

심지어는 일본인들만 알 법한 자국 문학작품의 인용은 당황스럽다.

어쩌면 내가 이미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너무 잘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잠깐의 특별함도 느껴지 못했다.

대신 지금 읽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는 저절로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집에서, 지하철에서, 일하면서까지 틈틈이 읽고 있는데

그 잠깐의 시간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만든다.

김훈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나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해 마치 내 일기장을 들춰보는것 같았다.

그리고 번역가 김화영의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은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다.

지금 반 정도 읽었는데 다 읽고 나면 첫장으로 다시 되돌아갈 것 같다.

심지어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읽고 싶어서 지금 안달이 났다.

이런 류의 책.

정말이지 너무 좋다.

무뎌지는 머리와 가슴에 도끼처럼 박히는 책.

쪼개지고 벌어져 마침내 밑둥이 넘어가도

카프카의 말은 옳았다.

책은 도끼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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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끄적 끄적...2015. 11. 17. 08:17

황석영의 신작 <해질 무렵>을 읽었다.

장편이지만 단편처럼 읽혀졌던건

토막토막 잘려지는 지금의 현실이 그대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책을 출판하면서 출판사에서 내보인 광고 문구에는 이런 구절이 있엇다.

어려울 때 되돌아보는 '희미한 옛사랑'이라고...

심지어 희미한 옛사랑이란 단어는 작은 따옴표 안에 들어가 있기까지 한다.

일흔을 넘긴 노작가의 향수인가 싶었다.

우연히 본 독자평에는 책을 읽고 힘을 얻었다고도 써있고

또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다고도 썼다.

그런가보다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 수록  점점 당혹스러웠다.

솔직히 이게 삶이냐고 삿대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대체 무엇에 위로 받고 힘을 얻었다는 뜻일까?

내 가정은 파괴되지 않아서?

나는 싸이트나 SNS로 만난 낮선 사람들과 동반자살 따위 할 이유가 없어서?

내가 죽더라도 한 참이 지난 후 부패되기 시작한 몸으로 발견될 확률이 없어서?

정말 그럴까....

오히려 나는 숨통이 조여져 오는 것처럼 절박하더라.

마치 데깔코마니를 마주하는 느낌이라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질곡의 현대사를 지나온 60대 건축가 박민우의 과거의 삶과

20대 후반의 연극연출가 정우희의 지금의 삶이 다르지 않아 서럽고 서럽다.

교차 서술이 아니라 평행 이론이다.

아니 어쩌면  달동네 시절이 정서적으로는 훨씬 더 살기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적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악착같이 꿈을 꾸고 살았으니까...

꿈이 없는 지금은

젊은이들을 삶의 끝에 도착한 노인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잉여인간 혹은 투명인간으로 무화(無化)시킨다.

정서적인 인간은 없고, 형태론적인 인간만 남아서 

자살사이트를 기웃거리고 SNS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동반자살을 실행한다.

의지가 약해서라고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나는... 적어도 나란 인간은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다. 

이유없이 무자비하게 내몰리고 있는 그들의 일부분에 내가 있다.

 그래서 그 속에 내가 없어 다행이라고 안도할 수 없다.

내 맨탈이 그들의 맨탈에 비해 의연하고 강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

 

잘 살아냈다고,

잘 견뎌냈다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삶이라면

그 삶을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가!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5. 11. 16. 08:24

읽는 동안 몸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박범신의 <은교>와 <소금>이 그랬고

김현의 <남한산성>과 <내 젊은 날의 숲>이 그랬다.

입 안이 헐기 시작한건,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정확히 하룻밤이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였다.

사실 그때까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

서둘러 읽어낼지 아니면 한 장 한 장 시간을 들여 읽어나갈지를...

그 사이 입안은 점점 더 심해졌고

지금은 물을 삼키는게 힘들 정도로 헐어있고 부어있다.

손가락으로 왼쪽 볼을 누르면 찌르는 통증이 깊게 파고든다.

아마도 앞으로 며칠은 더 견뎌내야 할 듯 싶다.

염증약과 진통제를 삼키며 나는 이 이야기 속의 "당신"을 생각했다.

주호백의 유일한 당신인 윤희옥을,

윤희옥의 당신이었던 김가인과 윤희옥의 당신이 된 주호백을,

김가인의 당신이었을 윤희옥을.

그리고 그들의 부식되지 않은 기억들을...

이야기 속에서 박범신은 말한다.

기억은 지속된다고.

심지어 어떤 기억은 스스로 번식하고 확장한다고.

 

 

 

원(願)이 깊어지면 원(怨)이 된다

한 번 원(怨)을 원(願)으로 믿게되면 삶의 방향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일흔넷의 나이에 희옥은 비로소 주호백이라는 "당신"을 "공평"하게 사랑하기 시작했다지만

그건 희(喜)인지 비(悲)인지 나느 모르겠다.

 가끔 두렵다.

생명력 짱짱한 "기억"이 미래의 나를 갉아먹으면 어쩌될까 싶어서..

그렇게 미래의 기억은 다 지워지고

과거의 기억에만 붙들려 있다가 급기야 나를 놓아버리게 되는건 아닐지.

내겐 주호백처럼 매화 나무 아래 사체를 유기해 줄 "당신"도 없는데...

 

지금 내 몸이 아픈 이유는

주호백의 마지막을 거둔 윤희옥의 "공평"이,

그 "공평"의 마디마디가 전부 이해되서다.

홍매 나무 아래 놓여진 의자에 앉아있는 여인.

촛점이 멈춰진 눈.

파킨슨병으로 제 멋대로 흔들리는 손과 발.

그리고 점점 꺼져가는 기억.

그 여인이 나의 과거고 현재고 미래같다.

 

공평하다는건,

얼마나 불공평한 말인가...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5. 7. 7. 08:28

오랫만에 책이야기다.

정말 정말 무심코 집어 든 한 권의 책이 일격을 가했다.

세상에 <미움받을 용기>라니...

그저 흔한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담은 내용은 그 이상의 철학을 남겼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개인심리학"

그의 지적은 아주 정확했다.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관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말.

타인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우리는, 나는 산다.

왜?

함께 사는 사회니까!

너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그래서 존재 자체를 보지 않고 행위를 본다.

결과로 판단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만든다며 칭찬을 하란다.

그렇다고 칭찬만 하는건 또 안된단다.

채찍도 필요하단다.

당근과 채찍.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밑줄을 그었다.

그래서 칭찬을 했다.

상대방이 웃으며 좋아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뭔가를 잘해준 것 같아 뿌듯하다 대견하다.

그런데 몰랐다.

그렇게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수직관계가 형성됐다는걸...

 

타인에게 미움을 받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게 쌓이고 쌓이면 결국엔 스스로 견뎌내질 못할거라고 믿었다.

튀게도, 모나게도 살지 말아야 한다고... 

아들러가 말한다.

타인에게 미움을 받을 용기가 있어야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잠깐 멍해졌다.

안되겠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 낯선 사람이 지금 내게 말을 걸고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더라도,

무참하게 깨지더라도,

아들러의 개인심리학과 직접 만나봐야겠다.

그래야 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5. 1. 15. 08:07

아침에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은 하고 있는 일이 방사선 검사가 아니라 초음파 검사라 방사선피폭이 비교적 적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관련된 일이라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첫사례 보고이고 당사자가 환자가 아닌 정형외과 의사라

한동안 국내 영상의학과에 미칠 후폭풍이 크겠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충격적인한 뉴스라 기사를 그대로 옮겨본다.

우리과 직원들에게도 X-ray 검사시 환자뿐만 아니라 본인에 대한 차폐도 철저히 하라고 말해야겠다.

다행히 우리병원은 방사선 차폐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조심 또 조심할 필요성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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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병원에서 방사선 진단장비에 장기간 노출된 의사가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손가락에 괴사 증상이 발생한 사례가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됐다. 이는 의료용 방사선 진단장비의 피폭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5일 대한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원광대의대 산본병원 정형외과 김유미 교수팀은 정형외과 병원을 운영 중인 의사 A(49)씨가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된 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손가락에 피부괴사 증상이 생긴 사례를 지난해 대한정형외과학회지에 공식 발표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의사가 방사선 노출로 손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은 문헌보고는 국내외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을 보면 이 환자는 피부괴사 첫 진단 당시인 2013년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형외과 병원에서 척추 주사요법을 월평균 100건 이상씩 17년간 시행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양측 엄지와 검지에 가려움증과 건조증이 발생했으며, 피부가 딱딱해지고 얇아지면서 손톱 주변으로 통증도 느껴질 정도였다. 이에 환자는 피부과 등을 찾아 보습 및 광화학요법(photochemotherapy)으로 치료를 시도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 증상은 더욱 나빠졌고 왼쪽 검지에 1㎠의 괴사가 발생했다. 이후 환자는 원광대 산본병원을 찾아 '방사선 피부염' 진단을 받고 나서 스테로이드와 항생제 연고를 이용해 치료했지만 괴사 부위는 더욱 커지고 통증도 악화됐다. 의료진은 줄기세포 치료와 자가혈액 피부 재생술도 시도했지만 약간의 통증 호전 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결국, 의료진은 이 환자의 손가락 괴사 부위를 잘라내고, 다른 조직을 이식한 뒤 현재까지도 경과를 관찰 중이다.

국제 방사선 방어 위원회는 정형외과 의사가 1년간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 허용량을 전신 20 mSv, 눈 150 mSv, 갑상선 300 mSv, 손발 500 mSv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진료현장의 의사들 상당수는 방사선 차단을 위한 차폐기구의 불편함과 시술 중 좋은 결과를 위해 무방비 상태에서 방사선 촬영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감사원은 복지부 규정에 '장치 운영·조작 업무 종사자'만 방사선 안전관리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방사선 피폭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인의 경우도 건강검진용 컴퓨터단층촬영기(CT)로 1회 촬영했을 때의 피폭량이 13∼25mSv로 연간 피폭한계량(1mSv)의 최소 13배 이상에 달한다.

김유미 교수는 "X-선 튜브 안에 손을 두면 분당 40 mSv의 방사선 노출이 발생해 12분 30초의 노출에도 연간 허용량에 도달한다는 발표가 있다"면서 "의사들은 방사선 피폭 위험성에 항상 노출돼 있는 만큼 전신적인 차폐기구뿐 아니라 방사선 차폐 장갑을 착용하고 방사선 촬영기와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경우는 매일 직업적으로 몇십 년간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사례로, 일반인들의 피폭 위험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11. 14. 07:58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을 읽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랑 참 안맞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작이 나오면 어찌됐든 매번 읽게는 되는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단편도 장편같고, 장편도 단편같다.

현실도 아니고 공상도 아니고, 현실과 공상 그 어디쯤의 세상.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여자와 남자 그 중간쯤의 존재.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블랙홀같은 시간.

늘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나는 왜 매변 그의 책을 읽는걸까?

뭐가 됐든 은근하게 풍기는 몽환적인 분위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술술 잘 읽히는 것도 한 몫을 할테고.

 

 

드라이브 마이 카
예스터데이
독립기관 
셰에라자드 
기노
사랑하는 잠자 
여자 없는 남자들

 

총 일곱 편의 단편은 지극히 하루키스러웠다.

"익명성"이 주는 신비함과 자유분방함.

모든 작품 속에서 역시나 그게 느껴졌다.

나는 가끔 일본이라는 나라가 비현실이라는 가상공간위에 세워진건 아닌가 의심한다.

정서적인 공감지수가 낮아서일까?

특히나 성적인 자유분방함은 도무지 현실같지 않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정말 이런가????)

부럽다는 의미는 아니고 사실 읽다보면 많이 거북스럽다.

그걸 아무렇게 않게 일상처럼 그려내는 하루키가 무섭다는 생각도 들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정말 모르겠다.

그리고 하루키라는 작가도 정말 모르겠다.

아마도 그를 완벽히 이해하려면

양가죽을 뒤집어쓰고 우물에 쭈그려앉아 맥주를 마셔야 만가능할 것 같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