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책도둑 1,2> - 마커스 주삭
03. <일단 시작해> - 김영철
04. <지상에서 숟가락 하나> - 현기영
05.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강세형
06. <소금> - 박범신
07. <리빙 더 월드> - 더글라스 케네디
08. <사회적 우울증> - 사이토 다마키
09. <1일 1식> - 나구모 요시노리
10. <순이삼촌> - 현기영
11. <문화에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 - 다나카 치세코
12. <7년의 밤> - 정유정
13. <자전거 여행 2>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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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권의 책을 읽고 10편의 공연을 보다.
책을 읽는 것도, 공연을 보는 것도 좀 줄이자고 작정했는데 이번달은 완전히 실패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좋았던 책들을 다시 복기하듯 읽고 있다.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은 지금 읽어도 감탄을 금치 못하겠고,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왜 아직까지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지 않는지가 의문이다.
(곧 제작될 것 같은 분위기였고 가상캐스팅까지 한때 돌았었는데...)
참 잘 쓴 소설은 다시 읽어도 그 느낌이 반감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깊이있게 빠져들게 한다.
글의 힘이라는 게...
새삼 놀랍고 무섭다.
현기영의 소설들은 제주의 살아있는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줬고
그래서 부끄러웠다.
<순이삼촌>도 연극으로 만들어져 곧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꼭 챙겨봐야겠다.
(봐야할 공연이 한 편 더 생겼다.... 줄여야 하는데....)
박범신의 <소금>은 손에서 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할 수만 있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 염부의 노동을 잠시라도 대신하고 싶었다.
무겁게 어깨를 찍어누르는 "아비"라는 이름 앞에
오늘도 숱한 아비들의 어깨 위로 숱한 빨대들이 꽃힌다.
염전의 생산방식은 기다림과 졸여짐이라고 <자전거기행2>에서 김훈은 말했는데
아비들은 그 넓은 자신들의 염전을 바라보며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사실은...
누구보다 가족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은 아비들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아비들은 자신의 가출을 꿈꾸거나, 가족의 가출을 꿈꾸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문장은
너무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라
소금을 한웅큼 씹는 것만큼 쓰고, 아리고, 시고, 서러웠다.
내 아비도 그러했겠지....
박범신의 글은 참회록이면서 너무도 실날한 고발의 르뽀였다.
그 처절한 고발의 글 앞에서 나는 유력한 범죄자였고 완벽한 가해자였다.
젠장!
이 소설이 내 손목에 풀 수 없는 수갑을 채웠다.
김훈의 <자전거여행2>는 예전에 읽었을 때 솔직히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으니 그때 건성으로 읽었다는 걸 알게됐다.
이 책 속에는 김훈의 문학적 이력이 담겨있다.
<남한산성>도 <내 젊은 날의 숲>도 <흑산>도 다 들어있었다.
김훈은 자전거를 타고 산천을 다니며 몸으로 글을 담았다.
성실하고 부지런히...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 자전거 휠이 주는 추진력과 이동성이 느껴진다.
다리에서 비롯된 힘이 그의 손과 머리의 힘의 근본이었음을 다시 깨달는다.
그래서 김훈의 글을 읽으면 몸이 바로 반응했었던가보다.
"변하지 않은 것들은 위태로워서 사소해 보이고
마침내 변해야 하는 것들은 강력하고 완강해 보인다"
그의 문장은 나를 기죽이기에 충분하다.
좌절감이 깊다.
6월부터는 주말 일정을 변경했다.
해금도 12시에서 10시 첫시간으로 옮겼다.
지금 계획은 해금이 끝나면 바로 병원으로 와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거다.
아무래도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하는 걸로는 답이 없을 것 같아서
주말시간을 좀 더 할애해야 할 것 같다.
6월부터 나는,
좀 변하려 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