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6. 19. 09:01

 

<킬롤로지>

 

일시 : 2018.04.26. ~ 2018.07.22.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극본 : 게리 오웬 (Gary Owen)

번역 : 유은주

연출 : 박선희

출연 : 김수현, 이석준 (알란) / 김승대, 이율 (폴) / 장율, 이주승 (데이비)

제작 : (주)연극열전

 

Killology

심장을 목표로 한치의 망설임없이 파고드는 흉기같은 작품이다.

내게 심각할 정도의 내상(內傷)을 안긴 작품.

배우들이 안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연습하면서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지 눈에 선하다.

개인적으로 정율 배우는...

<프라이드>, <M Butterfly>에 이은 삼연타의 충격이다.

이 젊은 배우는 무서울 정도로 연기를 잘하고,

무서울 정도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한 작품 한 작품 필모그라피가 늘어갈수록 더 잘한다.

개인적으로 20대 때의 이승주를 보는 느낌.

이 녀석의 다음 작품이 심히, 몹시, 마구 궁금하다.

이석준은

처음엔 좀 낯설었다.

혹시 몸이 안좋은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설정이고 연기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석준이 왜 그렇게 알란을 표현했는지 이해가 됐다.

컴퓨터게임 킬롤로지 처럼 살해당한 아들.

그렇게 아들을 놓친 아버지 알란.

환상 속에선 극적으로 살아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아들 데이비.

그리고 킬로로지 게임을 개발해 엄청난 부를 손에 쥔 폴.

세 사람 모두...

한쪽 발로 걷는 사람들이다.

그걸 세 사람 모두 너무 늦게 깨닫거나 혹은 깨닫지 못했다.

더 나은 사람.

그게 참 아프고 슬프다.

세 사람의 끝없는 독백들.

이 모든 것들이 변명일 수도, 후회일 수도, 반성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독백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게 한 인생을 구원하는 일일 수 있으니까.

피해자는 빠른 속도로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 역시 빠른 속도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걸 기억하다.

 

데이비가 말했던 더 나은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번 되보자..

아니 되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보자.

그럴 수만 있다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9. 27. 11:55

 

<틱틱붐>

 

일시 : 2017.08.29. ~ 2017.10.15.

장소 : TOM 1관

원작, 작사, 작곡 :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박지혜 

출연 : 이석준, 이건명 (존) / 배해선, 정연 (수잔) /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 (마이클)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의 눈물

그걸로 다했다.

"Why"는 존의 마음이지만

20년을 무대와 함께 한 이석준의 마음이고

배해선, 성기윤의 마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배우가 작품 속 인물가 오버랩되는걸 싫어하는데

(적당한 거리감, 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이라)

이 작품만큼은 예외로 둬야겠다.

아예 캐스팅보드에 존의 이름을 빼버리고 이석준 이름만 써도 충분하겠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초연을 못 본 걸 아쉬워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작품을 보는 내내 여러 감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부끄럽기도하고, 명확하기도 하고, 속시원하기도 하고.

 

어릴때 봤다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은 못느꼈을것 같다.

타인의 초상화에 내 자화상을 보는 느낌.

 

tick, tick, tick...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간다.

문득 궁금해졌다.

50대에 이 작품을 본면 어떤 느낌이 들지가.

아마도 딱 이렇겠지!

Boom~~~~~~~~~~~!

 

혹은,

 

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5. 12. 08:20

 

<킬 미 나우>

 

일시 : 2017.04.25. ~ 2017.07.16.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극작 : 브래드 프레이저 (Brad Fraser)

각색 : 지이선

연출 : 오경택 

출연 : 이석준, 이승준 (제이크 스터디) / 윤나무, 신성민 (조이 스터니) / 이진희, 정운선 (트와일라 스터디)

        문성일, 오정택 (라우디 에이커스) / 이지현, 신은정 (로빈 다토나)

제작 : (주) 연극열전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연극 <킬 미 나우>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죽고 싶은 열망"이 아닌 "죽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죽을 수 있음이,

그리고 그걸 선택할 수 있음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늘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 작품을 만나고서야 알았다.

내가 아는 건 빙산의 일각, 그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걸.

 

아주 오랫만에 펑펑 울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통곡중이라 터지나오는 울음이 무안하지 않았다.

때로는 울음을 참지 않는 순간이 필요하다.

머리가 텅 빌 때까지 울고 나면

몽롱한 머릿속에 바닥을 치고 일어서는 새 힘과 만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순간엔,

죽고싶어 죽겠는 마음도

살고 싶어 죽겠는 마음으로 방향전환 된다.

그래도 살아봐야 겠다고,..

 

 

내 결말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현실.

그걸 나도 하루하루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나는 제이크이기도 하고 조이이기도 하니까.

 

Kill Me Now!

&

Heel Me Now!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2. 30. 08:42

 

<벙커 트릴로지 - 맥베스>

 

일시 : 2016.12.06. ~ 2017.02.1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제스로 컴튼 & 재이미 윌크스

번역 : 김수빈 /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박훈(Soldier 1)/오종혁, 신성민(Soldier 2)/임철수, 이승원(Soldier 3)/김지현, 정연(Soldier 4)

제작 : (주)아이엠컬처

 

모르가나, 아가멤논에 이어 멕베스까지

<벙커 트릴로지> 에피소드 세 편을 다 봤다.

원래 마지막 한 편은 내년쯤 볼 생각이었는데

앞서 본 두 편의 에피소드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휘몰아치듯 볼 수밖에 없었다.

세 편 다 좋았지만 어제 본 "맥베스"가 단연코 갑(甲)이다.

70분 동안 악(惡)의 탄생과 소멸,

그 전과정을 낱낱히 다 들여다본 것 같다.

이 작품.

꼭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맥베스>만이라도 꼭!

평범하고 보편적인 한 인간이

권력의 힘에 의해 어떻게 괴물로 변하는지 이 작품은 뼈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권력을 손에 쥐면 대다수의 인간은 왜 변하게 될까?

내 자리가 아니라고, 진짜 주인이 올 때까지 나는 잠깐 머무는것 뿐이라고 말하면서

잠깐을 영원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다.

게다가 우리 모두 잘알다시피

괴물을 상대하려면 괴물이 되야만 한다는걸.

그렇다면!

괴물을 처단하기 위해 괴물이 된 사람을 우리는 정의롭다 말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모두 신탁의 예언에 묶인 맥베스인지도...유령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지도.

선한 것은 악한 것이 되고,

악한 것은 선한 것이 되나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2. 27. 08:12

 

<벙커 트릴로지>

 

일시 : 2016.12.06. ~ 2017.02.1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제스로 컴튼 & 재이미 윌크스

번역 : 김수빈 /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박훈(Soldier 1)/오종혁, 신성민(Soldier 2)/임철수, 이승원(Soldier 3)/김지현, 정연(Soldier 4)

제작 : (주)아이엠컬처

 

<카포네 트릴로지>에 이은 김태형, 이지선 콤비의 연극 <벙커 트릴로지>

모르가나(Morgnan), 아가멤논(Agamemnon), 멕베스(Bacbeth)

세 편의 에피소드 중 모르가나와 아가멤논 두 편을 봤다.

벙커(Bunker)라는 공간이 주는 밀폐성과 비밀스러움.

그리고 전쟁이 주는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

내가 본 두 편의 작품 속에선 이 모든게 그대로 살아있었다.

막막한 천진함도 있고,

버티기 위해 스스로 괴물로 변하는 인간의 모습도 있다.

전쟁.

예전엔 그랬다.

전쟁만큼 거대하고 비극적인 국가적인 재앙은 없다고.

(그게 아니라는건 지금 대한민국을 통해 보고 있긴 하지만...)

연극은 재미있으면서 참혹하다.

"홀림" 혹은 "광기"

이 연극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하고 명확한 두 단어다.

<카포네 트릴로지>도 초연과 재연 모두 챙겨볼 정도로 좋아햇던 작품인데

<벙커 트릴로지> 그에 못지 않는다.

아니 개인적으론 훨씬 더 매력적이고 흡인력 있었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몇 번 씩 보지는 못할 것 같다.

작품 자체에서 발산되는 엄청난 무게의 감정들을 감당하는게 힘겹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야말로 내가 전쟁이 한창인 참호 속에 있는 웅크리고 느낌이다.

온 몸을 벌벌 떨면서...

폐소공포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건 장소때문이 아니다.

이 모든게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는 감정들 때문이다.

무감(無感)도 관조(寬眺)도 쉽지 않다.

 

If... Maybe...

작품을 본 뒤 끝없이 던진 질문들.

만약 내가 이 상황이라면.

만약 내가 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면.

나의 선택은 아마도...

아, 참 두루두루 비극적이다.

지이선의 말처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게...

 

* 이석준의 연기는 눈부시다.

  그야말로 진흙탕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을 연기다.

  이 작품에 이석준이라는 버팀목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싫을 정도다.

  배우 이석준의 시야는 배우의 시야를 넘어 연출가의 그것과 맞닿아있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참 넓게, 그리고 참 깊게, 그리고 참 자세히 보는 배우다.

  좁은 공간에서 연기해야하는 오종혁에게 이석준이 그랬단다.

  "흥분하지 마라, 70%만 해라"라고.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일종의 거리감을 유지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오종혁은 첫공연을 한 뒤 기억이 안 난다고, 스스로 미쳐서 날뛰었다고 표현하더라.

  (오종혁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

  엄청난 각색으로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는 지이선의 능력도 놀랍고

  그걸 쿨하게 인정해준 원작자 제스트 컴튼의 마음도 놀랍다.

  심지어 자신의 의도에 더 근접한것 같아 감동했다는 말까지 했다.

  원작자의 감동이 아니더라도,

  이 연극은 확실히 감동적이고, 놀랍고, 강렬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만큼 고통스럽고, 잔인하고, 비통한 이야기다.

  뭔가에 홀린 눈빛으로 홀로 앉아 군번줄에 적힌 친구의 이름을 부르던 아더의 모습.

  그 모습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꼭 유령같았던 그는... 어떻게 됐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25. 08:32

 

<엘리펀트송>

 

일시 : 2016.04.22. ~ 2016.06.26.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극본 : 니콜라스 빌런 (Nicolas Billon)

번역 : 김승완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은석, 정원영, 전성우 (마이클) / 이석준, 고영빈 (어윈) / 정재은, 고수희 (피터슨)

제작 : (주)나인스토리, (주)수현재컴퍼니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초연보다 좋았다.

배우들의 합도 좋았고, 무대도 좋았고, 조명도 좋았고, 느낌도 좋았고, 전달되는 힘도 초연보다 훨씬 좋았다.

그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내 예상보다 더 이석준과 전성우의 합은 좋아서

이쪽도 저쪽도 기울어지지 않으려는 팽팽한 긴장감은

작품 전체에 미묘한 불안감을 안기면서 객석까지도 시니컬하게 만든다.

공포와는 분명히 다른, 하지만 그보다 더 깊고 선명한 절망감.

자궁에 웅크린 태아의 모습으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마이클은

23살 청년이 아닌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아기에 불과했다 .

엄마에게 틀린 음정 3개 보다 가치가 없던 아이는

15살에 엄마를 존속살인해하고 8년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강력한 모계중심사회인 코끼리에 푹 빠진 채로...

 

마이클과 어윈의 게임.

"당신은 지금 나와 내가 원하는것 가이에 서있어요!"

어윈은 알지 못했지만 이 게임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마이클에게 있었다.

초콜렛을 더 주겟다는 어윈에게 이거면 충분하다고 마이클은 말한다.

"선생님을 이 정도로 이용해 먹었으면 됐죠.."

마이클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과는 다르게 친밀감과 안도감으로 가득한 어윈의 표정까지도.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를 일 분, 일 초도 놓치지 말고 사랑해주세요, 온 힘을 다해서 아낌없이 사랑해주세요"

그래서 마이클의 마지막 대사는 그대로 내 명치끝에 갇혀버렸다.

그렇게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어윈과의 게임을 승리로 이끌면서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자유"를 얻었다.

궁금했다.

만약...

어윈이 마이클의 진료기록을 읽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까?

달라졌다면 그게 마이클에게 더 좋은 결말이었을까?

"아가! 왜 그러니, 눈 떠!"

피터슨의 간절함과 무너지듯 주저앉은 어윈의 절망감이 잔상처럼 계속 남는다.

"아가"라니... 이제서야... 겨우...

 

...... 사람들은 평생 난 무슨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죠.

       그런데 난 15살에 나 자신이 음정 3개보다 가치가 없다는걸 알아버린거죠 ......

 

그러니 세상의 모든 부모들아!

간곡하게 부탁한다.

제발 정신 바짝 차려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12. 08:17

 

<Kill Me Now>

 

일시 : 2016.05.01. ~ 2016.07.03.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작 : 브래드 프레이저 (Brad Fraser)

각색 : 지이선

연출 : 오경택 

출연 : 이석준, 배수빈 (제이크) / 윤나무, 오종혁 (조이) / 이진희 (트와일라), 문성일 (라우디), 이지현 (로빈)

제작 : (주) 연극열전

 

연극열전 시즌 6 두번째 작품 <킬 미 나우>

지이선 작가의 각색이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이 작품이 <프라이드> 이후 또 다시 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어떻게 이런 작품이 가능하지?

그냥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안든다.

이 연극은 한 번 관람으로 끝낼 수는 도저히 없겠다.

하지만...

또 다시 이 모든 감정들을 바라보고 감당할 수 있을까?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감정에 그야말로 목을 놓고 울어버린 내가????

재관람 전에 나 스스로에게 이걸 먼저 물어봐야만 하겠다.

괜찮겠냐고...

 

대본을 받고 주저했다는 오경택 연출의 마음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는 배우 이석준의 마음도,

대본을 받고 일주일간 망설였다는 배우 배수빈의 마음도

아주 조금은 이해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배수빈은

다른 배우가 이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면 너무 배 아플 것 같아서 이 작품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단다.

심지어 클릭비 오종혁은 이 작품이 너무 하고 싶어서 공연제작자 대표와 같이 소속사 대표를 설득까지 했단다.

멀쩡하고 말끔한 모습이 아닌 뒤틀린 몸에 어눌한 발음을 가진 장애아 조이를 하기 위해서...

왜?

무엇때문에?

도대체 이 작품의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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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정말 미치겠네요.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정말 대성통곡하게 만드네요. 도대체 배우들은 이걸 어떻게 감당하면서 연기하는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커튼콜에 대책없이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객석에 있는 관객들도 다 일어서서 우네요. 미치겠습니다. 이 작품! 배우들도 객석도 다 제정신이 아니게 만듭니다 지하철 탔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데, 정말 다시 보고 싶은데 이 모든것들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무너지는 육체와 견뎌야 하는 멘탈 사이에서 저도 지금 미칠 지경입니다. 지금은 그저 나 자신에게 "킬 미 나우"를 외칠 수 밖에는 없네요.

장애아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과,
점점 무너지는 아빠의 육체를 바라보는 장애 아들의 시선.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마지막 선택.
누가 그 선택에 대해 감히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두 사람보다 훨씬 약하고 용기없는 사람일 뿐인데...

참담함도 아니고, 지독한 사랑도 아니고,..
내내 놓지 못하는 두 부자의 그 시선 속에
저는 완벽하게 갇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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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본 후 내가 썼던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그때의 내 심정을 백 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그렇다.

크든 작든 매번 실패한 사랑을 끌어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격하게 몰락하면서 산다.

몰락하는건 육체일 수도, 정신일 수도, 환경일 수도,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거침없이 몰락할 자신이 있는가?

아니 나의 급격한 몰락을 누군가 지켜보는걸 감당할 수 있을까?

(심지어 내가 모르는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 선택 역시 제이크와 조이의 선택과 다르지 않으리라.

나를, 그리고 그들을 구하는 유일한 평화.

스스로 선택한 안락사(安樂死)

아주 절실한 진심이자 내 마지막 간절한 Joy.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16. 08:02

 

 

<터미널>

일시 : 2015.11.25. ~ 2016.01.10.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극작 : 창작집단 독(讀)

무대 : 김종석

연출 : 전인철

출연 : 정수영, 이석준, 권귀빈, 박기덕, 구도균, 서정연, 김주완, 안혜경,

제작 : LG아트센터

 

이 작품을 나는 "소외"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해했다.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아도 소외되고 외면되고 홀로인 사람들.

그건 타자에 의한 떠밀림이기도 하지만

자발적인 선택하기도 한다.

섞이지 못하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으려는 사람들.

그 모호한 경계가 팽팽하다.

아픔도 슬픔도 아니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

"터미널"이라는 공간이 나를 그렇게 기묘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과거와 미래의 공간까지 현실로 느끼게 했고

연기가 아닌 지금 현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4편의 작품 모두 다 어쩜 그렇게 다른 이유로 짠하던지...

보면서 생각했다.

다시 볼 수 없겠구나...

11월 26일 첫관람의 막막함과 두려움이 두번째 관람에서 더 깊어졌다.

객석 여기 저기에서 호탕한(?) 웃음이 튀어 나왔지만

나는 이상하게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숨통을 조이고는 것만 같았다.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 - 고재귀 作

펭귄 - 조정일 作

Love so sweet - 김태형 作

내가 이미 너였을때 - 박춘근 作

 

박복(薄福)한 삶.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이 이상을 넘어설수는 없는걸까?

Love는 so sweet 하지 않고

과거의 재난은 delet 버튼으로 지워야하는 불쾌함이 되버리고

여기서든, 저기서든 멸종되는 펭귄처럼 혼자 서있고.

삶이라는거, 생이라는거

두루두루 참 별 볼 일 없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급전직하로 추락한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어도 인간은 망설인다.

이게 최선이 아니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최선이늘 최선이 아니더라.

누군가 그랬다.

당신은 당신의 시간이 아직도 환하다고 생각하는가!

 

진짜 삶은 늘 부재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2. 07:55

 

 

<The Story of My Life>

 

일시 : 2015.12.01. ~ 2016.02.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 Brain Hill

작사, 작곡 : Neil Bartram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변희석

연출 : 신춘수

출연 : 고영빈, 강필석, 조강현 (토마스) / 이석준, 김종구, 홍우진 (앨빈)

제작 : LG아트센터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The Story of My Life>

개인적으로 오래 기다렸던 작품이라 망설임없이 첫공연을 예매했다.

그리고 역시나 좋더라.

잔잔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련하고, 슬프고, 기쁘고, 애뜻하고, 안타깝고...

2010년 이 작품을 처음 봤을때의 그 느낌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이 작품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했다는걸...

처음 공연장에 앉았을 때면 해도 이젠 좀 무심하게 보겠구나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전혀 무심해지지 않더니

saying goodbay part1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런데...

그 무너짐이 나는 너무 편안하고 아늑했다.

그리고 앨빈도 부럽고 토마스도 부러워서 혼자 깊게 깊게 아팠다..

안으로 삭히고 삭혀고 품어지는 눈물에 비하면

겉으로 내보낼 수 있는 눈물은 오히려 쉽더라.

 

이석준 앨빈과 고영빈 토마스는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더 깊어지고 진해졌다.

결국엔 서로 마주보는 장면에서 나조차도 현실과 기억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더라.

그건 나 자신이 앨빈과 토마스 안에 함께 있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기도 했다.

내가 지금 힘들고 살고 있나...

그런 생각조차 제대로 안 하고 살아오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어제 이 작품을 보면서 내게 정말 필요한건

쉼이 아니라 앎이라는걸 았았다.

안다는거,

나 자신을, 타인을 제대로 안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일지...

내게도 앨런같은 친구가 있다면

살아가는 내 삶이 지금보다는 덜 힘들었을텐데...

이기적이게도 그게 부럽고 또 부러웠다.

 

SOM

솜이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작품.

올 겨울은 이 작품 덕분에

작년 겨울보다 더, 훨씬 좋을 것 같다.

 

OST

 

01. Write What You Know - Tomas Weaver
02. Mrs. Remington - Alvin Kelby
03. The Greatest Gift - Tomas Weaver & Alvin Kelby
04. 1876 - Tomas Weaver
05. Normal - Tomas Weaver
06. People Carry Me - Alvin Kelby
07. The Butterfly - Tomas Weaver
08. Saying Goodbay (Part 1) - Tomas Weaver & Alvin Kelby
09. Here's Where It Begins - Tomas Weaver & Alvin Kelby
10. Saying Goodbay (Part 2) - Tomas Weaver & Alvin Kelby
11. Independence Day - Alvin Kelby
12. Saying Goodbay (Part 3) - Tomas Weaver & Alvin Kelby
13. I LIke It Here - Tomas Weaver
14. You're Amazing, Tom - Alvin Kelby
15. Nothing There / Saying Goodbay (Part 4) - Tomas Weaver & Alvin Kelby
16. I Didn't See Alvin - Tomas Weaver
17. This Is It - Tomas Weaver & Alvin Kelby
18. Angels In The Snow - Tomas Weaver & Alvin Kelby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1. 30. 08:40

 

<살짝 넘어갔다 얻어맞았다>

 

일시 : 2015.11.05. ~ 2016.11.1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츠치다 히데오 

번역 : 이홍이

각색 : 김은성

연출 : 김광보

출연 : 유연수, 김영민, 유병훈, 이석준, 유성주, 한동규, 이승주, 임철수

제작 : LG아트센터

 

작년<사회적 기둥>에 이어 올해 11월에도 김광보 연출과 LG 아트센터가 만났다.

그것도 드림팀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김광보 연출의 몹시도 아름다운 8명의 남자배우들과 함께.

(이 8명의 배우를 교차 캐스팅이 아니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것도 신비였다)

작품은,

재미있고 유쾌했지만

단지 유쾌함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횔림과 쏠림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그 이면을 유머러스하지만 정확하게 끄집어냈다.

누구 한 명 정상적인 인간도 없지만

누구 한 명 똑똑하지 않은 인간이 없다.

"편가르기"라는 인류의 위대한 대립구조는

모든 이유를 불문하는 막강하고 치열한 "파워게임"이다.

나는 그 사생결단이 순간순간 진저리치게 끔직하고 무서웠다.

단지 가상의 "선" 하나가 생겼을뿐인데

자연스럽게 이 편 저 편이 갈리고,

편이 갈리니 없던 분열도 생기고.

분열이 생기니 희생을 부르는 싸움이 벌어진다.

확실히 "쏠림"은 일종의 "광기"가 맞긴 맞더라.

 

개인적으론 스토리보다는

fade in, fade out 이 명확한 8명의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8명의 배우들 중 배역이 정해졌던 사람은 간수였던 유연수와 한동규 두 사람 뿐이었고

나머지 배역은 모든 배우들이 모든 역할을 리딩하면서 역할을 정했단다.

김영민은 내 안의 치졸함을 최대한 끌어냈다고 말했는데

그 뿐만 아니라 8명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치졸함은 누구 한 명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참 들 못났네, 못났어.... 그랬더랬다....)

김광보 연출의 전작 <나는 형제다>처럼 영화적인 뉘앙스가 풍긴것도 재미있었

무대와 조명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빨갛게 점등되는 좌우 출입 문 위의 불빛과

공중에 매달린 9개의 전등이 위태롭게 보였던건 비단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을거다.

균형감이 묘하게 기웃둥하던 무대도 극의 느낌과 잘 맞아떨어지더라.

 

권력의 줄다리기란 참 무섭다.

그게 교도소든, 직장이든, 학교든, 가정이든.

그리고 그 크기가 크든, 작든 간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구허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메아리처럼 들린다.

......선은 분명히 있었어. 내 마음 속에 있었어.

      지금도 있겠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