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충전하다 그 안에 찍힌 사진을 보게 됐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12월 초 대학로에 갔을때 서울성곽쪽을 산책하다 찍은 사진이 담겨 있었다.
선명하고 기다란 비행운을 시작으로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하늘빛이 변하는걸 오래오래 바라봤던 기억.
드물게 맑았던 하늘.
거직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확실히 해가 많이 짧아졌지만
그 짧음 속에도 순간의 변화는 무쌍하다.
꼭 사람... 같다.
아니, 마음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
왜 그리낯설게 느껴지던지...
나도 안다.
서울에는 문제가 없다는 걸.
문제가 있는 건 나라는 것도 다 안다.
맨 땅 위를 걸어도 멀미가 난다.
마치 출렁이는 바다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사정없이 흔들려 내내 어지러웠다.
그런 나를 잠까이지만 깨워준건,
조그만 점방을 지키고 계신 할머님의 모습이었다.
오른손엔 빨간 볼펜을 쥐고,
왼손으로 한 자 한 자 짚어가면 성경을 읽고 계시던 할머니.
할머니가 붙들고 있는 믿음이 실체처럼 느껴졌다.
할머님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믿음.
저 나이 쯤에 내겐 어떤 믿음이 남아 있을까?
그걸 생각하니 아득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