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주일에 서너번은 퇴근후 자전거를 탄다.
중량천까지 왕복 30k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다녀오면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그 시간 하늘의 변화가 정말 예쁘다.
지난 금요일,
오랫만에 반차를 내서 일찍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자전거 탈 땐 물병도 안 챙기고 MP3 하나만 목에 달랑 걸고 나가는데
이 날은 좀 천천히 다녀올 생각에
조그마한 가방에 물병과 핸드폰까지 챙겨서 출발했다.
성수대교를 지나 잠실쪽으로 달리다 잠깐 자전거를 세웠다.
해가 지려는 하늘은 참 신비롭다.
저 하늘 색을, 저 구름 색을, 저 물 색을 물감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
지열을 품은 뜨거운 바람조차 다정하다.
자전거를 탈 때 핸드폰을 안가져갔던 이유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분명히 찍고 싶은 생각이 들테고
그러면 자주 멈출게 뻔해서였다.
역시나...
자주 풍경에 눈이 갔고
그럴때마다 자주 브레이크를 밟았다.
잠실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
중량천을 막 지나오는데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아주 거다란 무지개가 떴다.
처음엔 몰랐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뭔가를 보고 있길래 쳐다봤더니 거짓말처럼 무지개가 보였다.
급하기 브레익크를 밟았다.
내 기억에 지금껏 본 무지개 중 가장 크지 싶다.
심지어 한강 표면에서 빛이 반사되면서 잠깐 쌍무지개가 뜨기도 했다.
그냥, 뭔가 행운의 징후를 본 것 같아서...
동작대교를 지나오는 길.
석양이 곱게 물들었다.
도저히 그냥은 못가겠더라.
아예 자전거를 한켠에 세워놓고 자리를 잡았다.
넋이 저절로 놔지더라.
이 시간이 지나면 개와 늑대의 시간이 시작될테다.
물빛과 하늘빛이 같아지는 시간.
그대로 있다가는 시간 속에 갇혀버릴 것 같아 서둘러 자전거에 올랐다.
아무래도... 핸드폰은 두고 다녀야 될 것 같다.
한강 자전거 도로.
그곳이 요즘 내 여행지다.
삶은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