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등을 떠밀었다.
2시간을 훌쩍 뛰어 넘은 긴 산책.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봄도 따라 무더기로 흔들린다.
바람 안 날 재간따위,
도저히 없다.
사태, 사태, 꽃사태.
전천후로 밀고 들어오는 무차별 폭격에
재빠르고 깔끔하게 항복했다.
해야 할 항복이라면 재빨라야 한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천천히 그리고 오래 걸었던 오후와 밤이었다.
덕분에 짧지만 아주 깊은 단잠이 곁에 와줬다.
오래 걸어온 자의 건강한 잠.
그 잠 속에서도 꽃은 계속 피고 또 폈다.
향기가 아주 가까워 손을 뻗으면 그대로 만져질 것 같았다.
꿈도 잠도 아닌 시간 속엔
성산대교의 불빛도,
한강에 비춰진 잠영들도 꽃처럼 흩날린다.
짧은 봄이고,
짧은 잠이었다.
하지만 나를 회복시키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