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해도 괜찮아2017. 3. 29. 15:28

"안부(安否)"라는 문어체의 단어는

확실히 따뜻한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 참 부담스럽게 만드는 단어이기도 하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라고 물으면 생각없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데

"안부를 묻습니다"라거나

"안부가 궁금합니다"라는 글과 맞닥뜨리게 되면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백짓장이 되버린다.

사실은 형편없이 못지내고 있으면서도

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만 해야 할 것 같아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의전(儀典) 속에 자신을 숨길까?

너무나 사소해서 의식조차 할 수 없는 의전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는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 혹은 메너라고 말하겠지만

글쎄... 솔직히 이런 배려가 꼭 필요할까 싶다.

사실은...

가끔은 거지같고 심난한 감정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타인에 위해를 가하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무래도 SNS 탓일거다.

쉽게 안부를 묻고, 쉽게 안부를 말하고,

심지어 타인의 안부까지 간섭하면서 지적질하고 흉보고 비웃고.

편안할 안(安) 이라는 한자가 무색할만큼

편안하지 않은 안부가 됐다.

 

궁금하다.

"안부"를 단어 그대로 편안한 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

이젠 없을까?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