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무심코 집어든 책이 자꾸 뒷통수를 후려친다.
그때마다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예고없는 가격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이다.
살아있음을, 살아서 이렇게 느끼고 있음을 감사하게 되니까.
"엘리펀트맨'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이 실화란다.
그래서 절망했다.
1862년 영국에서 태어나 27살에 사망한 조셉 메릭
그의 병명은 다발성 신경성 섬유종증이다.
온 몸에 륭칙한 혹을 주렁주렁 달고 사는 사람.
인간은 그렇다.
"normal"이라고 규정된 것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elephant man"이라 부르며 가차없는 손가락질로 매도한다.
"괴물"은 그렇게 타인의 규정에 의해 그렇게 탄생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소설은 아주 잘 쓴 책이 아니다.
오히려 조악하다고 말해야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했다.
사람이라는 건...
참 무섭다.
그리고 사람의 눈은
이것보다 훨씬 더 무섭다.
정상적인 사고와 이성을 가진 사람을
외모 하나만으로 엘리펀트맨이라 부르고 전시하는 사람.
명백한 엘리펀트맨은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우리 곁에는 너무 많은 엘리펀트맨들이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멀리 있어야 할 것은 너무 가까이 있고
가까이 있어야 할 것들은 너무 멀리 있다.
도대체 지금,
우리는 누구와 함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