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즐겨 읽는다.
김별아 <미실>,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백영옥 <스타일>, 임성순 <건설턴트>
이 소설까지 지금껏 6권을 읽었는데 모두 다 재기발랄하면서 참신하고 또 치열하고 재미있었다.
사실 이 책은 좀 늦게 읽은 편이다.
전민식이라는 작가도 잘 몰랐지만 왠지 제목이 썩 내키지 않았다.
공연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일단 동물들이 등장하면 이상하게 손이 안 간다.
그렇다고 어릴 시절 동물한테 기암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암튼, 살짝 망설이다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뭐지?
무지 재미있고, 무지 심각하고, 무지 심난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명랑소설쯤으로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으수록 점점 묵직해온다.
정말 이런 현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족보있고 뼈대있는 견공을 산책시키고 보수를 받는 직업.
하루 몇 시간의 산책으로 오피스텔을 얻고,
명품 옷과 구두를 신으며 사는 그런 사람.
에이. 설마...
상상도 이쯤 되면 이건 정말 거짓말을 넘어 순도 100% "구라"다!
라고 치부하기엔 씁쓸하다.
솔직히 부럽다.
귀하신 개님을 산책시키는 일만으로 대기업 연봉을 받는 임도랑이라는 인물이.
그런데 이 소설.
참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그야말로 전부 싹쓸이로 담아냈다.
삶은 유혹과 선택이다.
순간순간 부딪히는 크고 작은 모든 유혹들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 사람을 만든다.
선택에 있어 옳고 그름은 사실 결정적인 역할을 못한다.
옳고 그름보다는 오히려 필요에 의한 절박함의 작용이 더 막강하다.
이 책을 잀으면서
나는 선택과 결정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럴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도,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싶다.
아주 아주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