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블로그를 만들었을 땐 책을 읽고 간단히라도 코멘트를 달고 싶어서였다.
그대로 읽고 끝내는 게 왠지 아쉽고 허전해서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겨서
짧은 시간만이라도 반추하자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 책을 읽고 뭐가 됐든 끄적이자고 Book끄 Book끄로 만들었던건데...
요즘은 책보다는 공연을 보고 주절주절 써내려가는게 주가 됐다.
뭐 그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쨌든 끄적이는 건 마찬가지니까)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엔 명진 스님도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 봉은사 사태도 잘 몰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시회는 종교인까지 이렇게 강팍하고 비참하게 부끄러운 사회를 비판하게 만드나 싶어 아팠다.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홀로 고고한 구도자의 길을 정진하는 게 종교인의 도리는 분명 아니겠지만
이런 거친 용어를 종교인의 입으로, 손으로 내뺕어야 하는 현실이 암담하다.
7천 년의 기쁨도 7일 간의 억압을 정당화할수 없다는 말.
도덕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단다.
우리는 5년이라는 짧고도 긴 기간동안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
때로는 일시에, 때로는 서시히 그러나 우루루...
무너지는 모든 것을 보는 심정은 절망과 아픔 그 이상이었다.
퇴보되는, 뒷걸음하는 현실을 살아내는 대한민국의 모든 중생들이,
책을 읽는 내내,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나를 아프게 했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두 달 뒤, 우리는 더이상 아픈 중생이 되지 말자! 절대로!
정한아의 신작 <리틀 시카고>
솔직히 나는 이야기에 약하다.
이야기는 나를 쉽게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런 내가 나는 좋다.
남쪽 도시로 이전하는 기지촌에 남겨진 사람들.
2012년에 기지촌이 중심이 되는 성장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게,
그 이야기를 너무나 경이롭게 읽었다는 것도 낯설다.
아이의 시선으로 옮겨진 무너져가는 기지촌은
의외로 신선했고 생동감있었다.
"진짜로 이 골목을 떠난 사람들은 그들이 아니라 여기 남은 우리들인지도 몰랐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 서럽고 아팠다.
분단된 현실, 기약없는 미군의 주둔.
그래서 만들어지는 한국 내 또 다른 제3 세게.
아직 바뀌지 않는 기약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Knocking on Heaven's Door
아마도 탈북자들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면서 이런 믿음을 품지 않았을까?
세상에서 가장 큰 럭셔리는 "자유"란다.
그러나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온 그들은 말한다.
"대한민국은 우릴 받아줬지만 한국인들은 탈북자를 받아 준 적이 없다"
다큐멘터리기자 이학준의 책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탈북자의 생생하고 간절한 이야기에 가슴을 몇 번씩 쳤다.
가족과 헤어지지도 않았고,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 것도 아니고,
자유를 잃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붙잡힐까봐 일생을 숨어서 살아야 한느 것도 아니고
벌거벗은 몸으로 옷을 비닐봉지에 담아 월강을 하는 삶도 아닌데
왜 나는 이렇게 엉망으로 살고 있는가!
죄송하다... 죄송하다... 죄송하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나는 내내 이 말을 되뇌고 있었다.
미안했고 아팠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
너무나 충분하다.
정신 차리자!
내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