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저전거를 못탔다.
꾸물꾸물하는 날씨에 몸도 꾸물꾸물해져서 우산을 들고 나섰다.
좀 걸어보려고...
잠깐만 걸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2시간 반을 넘게 걸었다.
길에 바람 냄새, 흙 냄새, 나무 냄새가 섞여있었다.
그래서 잠깐의 산책이 무너졌다.
비는 오락가락했지만 다행히 쏟아지진 않았고
하늘을 잿빛이었고,
바람은 적당했다.
젖은 길은 순하게 내 걸음걸음을 받아줬다.
양화대교를 지나 돌아오는 길.
비 덕분에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이 이쁜 길을 혼자 독식했다.
사람없는 길은,
언제나 편안하다.
이러다 폭우 속을 걷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귀 밑에 꽃 하나 꽂고.
상당히...
볼 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