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오래 전에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읽었다.
그리고 영화도 찾아 봤다.
와... 그때 받았던 분노와 절망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쓴 하퍼 리란 작가 평범하게 살기 힘들었을거라고.
실제로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가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더 이상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고 은둔생활을 했단다.
(성공이 재능을 제대로 억누른 케이스...)
사실 <파수꾼>은 1930년에 출판된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진 소설로
<앵무새 죽이기>의 초고이자 습작노트라고 하겠다.
분실된 걸로 알려진 이 원고가 2015년 2월 하퍼 리의 언니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 더미에서 발견됐다.
미국에서 2015년에 이 작품이 출판됐을때 엄청난 이슈가 됐었다.
선주문이 엄청나기도 했지만
책 속의 인물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배신 혹은 변절(?)이 문제가 되면서 선주문 대량 취소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다면,
55년 전에 출판된 그녀의 전작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야만 하지만
어쟀든 20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을 변하게 하기에 아주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이가 들면 평등을 부르짖던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보수쪽으로 기울게 되는건가?
애티커스 처럼....
누군가 진실에 따라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가 살아온 가치를 우리가 믿어 왔다면,
그런 그가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그것은 단순히 우리를 경계하게 만드는게 아니라 우리플 파산시키지.
이 문장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숨이 꽉 막혔다.
그럴 것 같다.
양심의 파수꾼이라고 믿었던 존재의 이면을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된다면.
과연 그게 파산으로 끝이 날까?
그건 한 세계의 완벽한 종말을 뜻한다.
아마도 하퍼 리는 그 시대를 살아오면서 침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테다.
그녀가 차기작을 내놓지 못한건,
그러니까 엄청난 성공이 주는 부담감이 아니라
그녀가 지나온, 그리고 지나가고 있는 시대의 모순에 말문이 막혀서가 아니었을까?
이 세상에 하나의 모습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문재는,
그 다른 모습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정도의 차이를 두고
얼마나 자주 노출되느냐에 있다.
그러니 사람아!
어떤게 자기 본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누구에게든 절대로 발각되지 마라!
여기 한 세계가
가차없이 무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