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8.17 달동네 책거리 59 : <도가니>
  2. 2009.05.25 달동네 책거리 47 : <유진과 유진>
달동네 책거리2009. 8. 17. 05:49
<도가니> - 공지영 

 

도가니

 

아직도 너무나 열혈청년(?)인 이 시대의 슈퍼우먼 아줌마 작가 공지영!

(왠지 공지영이란 작가 앞에는 이런 버라이어티한 소개말이 꼭 붙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또 한 권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참 많이, 그리고 쉬지 않고 각종 책을 출판하는 그녀의 저력(?)은 일단 누구라도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2008년 11월 26일부터 2009년 5월 7일까지 Daum에서 연재됐던 인터넷 소설 <도가니>는 다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출판돼 지금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때 “공지영 신드롬”이란 말이 있었더랬죠.

마초적이며 돈키호테같은 그녀의 글들을 잘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고인이 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은 “공지영 신드롬”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기만 알고 편한대로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아무렇게나 사는 걸 반성하게 만드는 착한 소설이라는 뜻이 담긴 이 말을 긍정적으로 이해한다”라고...


이 소설의 출발은 2005년 TV에서 방영된 시사고발 프로그램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고발이 바로 이 소설의 시작이죠.

우리게 알게 되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은 진실과 거짓,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범한 자 혹은 평범한 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분명 흥분이나 감격 같은 게 마구 들끓는 “도가니”같은 사건들을 수없이 만나게 되는 거구요.


늘 안개에 쌓여 있는 몽환적이고 희미한 도시,

그래서 가끔 현실조차도 몽롱하게 흐려보이는 도시, 무진(霧津)!

안개 속에 농밀하게 섞여있는 비밀스러움, 숨김, 비도덕적이고 불쾌한 냄새들. 책의 표현대로 야만의 냄새를 풍기는 무진의 한 청각장애인학교로 한 남자가 부임합니다.

아내의 인맥을 붙잡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 불쾌감 가득한 무진시 자애학원에 기간제교사로 내려온 강인호.

학교발전기금으로 작은 거 5장을 당당히 요구하는 행정실장(그것도 다른 사람이면 큰 거 한 장을 받아야 하는데 당신 아내 덕에 그 반만 받겠다는 엄청난 은혜를 내리면서 말이죠), 청각장애인 위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수화를 거의 하지 못하는 33명의 교사들, 그리고 첫날부터 느껴지는 학생들의 눈에 담긴 노골적인 노기와 분노들.

불과 한달전 한 여학생이 운동장 끝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어제는 어린 남학생이 달리는 기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한 곳.

그 아이의 주머니에선 교장 이강석과 생활지도교사 박보현의 이름이 적힌 피묻은 쪽지가 발견됩니다.

그러나 두 사고 모두 짙은 안개로 인한 실족사로 처리되죠.

중2 담임으로 부임한 강인호와 반 아이들과의 첫 만남,

분노로 가득한 학생들 중 한 아이가 망설이다 필담으로 말합니다.

“우리는 누가 그애를 죽였는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퇴근길에 여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명확하지 않은 비명소리....

학교 관계자는 강인호에게 말합니다.

“우리와 얼굴 생김새는 같지만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쓰는 이방인, 다른 민족”이라고요.

그러면서 거짓말도 그들 민족의 풍습이라고 덧붙입니다.

자, 이 학교에 뭔가가 있긴 한 것 같네요.

강인호. 이 사람은 이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 거의가 다 그렇듯 그저 몇 달만 이곳에서 버텨내면 서울에 번듯한 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 선택을 해야겠네요.

모로는 척 외면할 것인가, 아니라면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그런데 중요한 건, 상황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건 분명한 “개입”의 의지를 표명한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결정을 했든 혹은 상황에 의해 그렇게 됐든 간에 말이죠.


자애(慈愛)학원!

학교의 이름과는 달리 이 학원의 실상은 기숙하고 있는 학생들을 철저히 자해(刺害)하고 있는 학교였습니다.

그것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소리치지 못하는 청작장애인들을 상대로 야만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이 자행되는 그런 곳이죠.

참 더럽고 추잡한 이 충격적인 이야기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학원의 원장 이강석, 행정실장 이강복(두 사람은 쌍둥입니다), 그리고 생활지도교사 박보현, 이 세 사람은 학교의 학생들을 초등학생 때부터 성폭행해온 인물들입니다.

청각장애가 지적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에겐 심지어 한 번 관계할 때마다 과자를 사먹으라며 천원씩의 돈을 주기도 했죠.(완전한 형태의 매춘이죠)

심지어 어린 남자 아이도 예외는 아닙니다.

강인호와 무진시 인권운동센터 서유진은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자애학원을 고발하고 매스컴에 알리는 듯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합니다.

법정에 선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진술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구체적이며 너무나 끔찍하기만 하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렇게 점쟎고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이건 누군가의 음모라고.....”

누군가의 음모?

이 표현만큼 현실성 없고 막무가내인 말도 없을 겁니다. 이 단어 자체가 그저 “소설”이죠.

그런데 이 소설같은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음로론”이라는 그럴싸한 테두리를 달고서요...

음모론까지 나왔으니 또 누군가는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의 해묽은 약점을 들춰내기 위해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내겠군요.

“내가 널 이렇게까지 해집어 놨는데 어디까지 버티는지 한 번 보자”

이 소설 <도가니> 속엔,

지금 자행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추잡한 일들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불쾌하고 더럽고 추잡한 인간의 모든 행태.

단순히 장애인의 성적학대, 성폭력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의 야만성에 대한 이야기죠.

소유한 자의 야만성, 소유하지 못한 자의 야만성.

밟는 자의 야만성, 밟히는 자의 야만성.

숨기는 자의 야만성, 드러내려는 자의 야만성.


작가 공지영은 이 소설을 쓰면서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거짓말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전부 진실을 말해야 무섭지 않는 세상이 될텐데 진실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그게 몹시 게으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자주 너무 늦게 도착하게 되죠.

진실을 참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결국 하나씩 지쳐서 포기하게 되고 급기야는 잊는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릅니다.

그들에게 “인권”을 외면했다고 손가락질 할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습니다.

“인권”이라는 거, 어쩌면 스스로가 가진 인간의 “야만성”을 억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닌지...

“학원 원장의 인권과 장애아들의 인권이 같은 줄 알았어요?”

어쩌면 우리 내면의 일부도 이 말에 분명 동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라면 이제 어떻게 하렵니까?

모른 척 외면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개입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선택에 따라,

이 책의 결말은 확실히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펄펄 끓어오르는 <도가니>가

지금 여기서 당신을 선택을 기다립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25. 14:52

<유진과 유진> - 이금이

 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지독한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던 주말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 자살이라니....
또 다시 아픈 대통령의 역사를 소유하게 된 우리들.

그 소유에 대한 책임을 어쩌면 우리는 사는 내내 생각하고, 오래오래 갚아나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라도 벼랑 위에 서면 어쩔 수 없이 그 아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걸 또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았고, 두서없는 생각들로 맘이 무거웠고, 그래서 지독한 두통까지도 감수해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상처”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제 맘에 수 없이 많은 상처를 내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의 반복이라는 생각.

그 치료의 방법이 극복이든, 해방이든, 혹은 망각이든,

어째든 우리는 소망합니다.

단지 “파괴”만은 아니기를......

추락을 꿈꾸는 아니 지금 추락하고 있는 사람이 말합니다.

“아직은, 아직은 괜찮아! 문제는 그 다음이야!” 라고...

추락하는 중에는 오히려 평온할 수 있습니다. 허공 속에 자유를 느낄 수도 있겠죠.

그 다음은.....

잠시 후, 고된 몸이 드디어 바닥에 닿게 되는 그 다음은...


유진과 유진!

같은 유치원을 다닌 두 아이는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합니다.

같은 성(姓)과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아이,

중학교 2학년이 된 그들은 다시 한 반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네요.

혹시 이 아이 동명이인일까요?


이 책은,

동화작가로 유명한 이금이가 쓴 청소년 도서입니다.

참 아프고 심각한 내용이죠. 더군다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딸”을 둔 세상 모든 “엄마”들이 두려워하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죠.

우리처럼 이미 다 큰 사람들의 눈에 이 소설은 분명 별 재미없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시사성 강한 고발의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밋밋한 상황처럼 느껴질지도요.(이미 우리는 현실이라는 임펙트 강한 실제상황을 너무 많이 알고 있으니까요...)

단지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상처”를 바라보는 그리고 치유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깁니다.

성폭력을 당한 아이,

그 아이를 당신은 어떤 눈으로 보시겠습니까?

“깨진 그릇!”

그래서 살던 동네를 떠나 아무도 모를 거라 믿는 곳으로 피난을 가게 만드는 시선?

겨우겨우 피해 달아났는데 시간이 지나 그 사실을 알게 된 누군가가 이야기합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아이는 문제가 있다”

우르르.... 한 세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러나 이 말은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아이는 나에게 문제가 된다!”

이런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만든 그런 아이는 신화 속 이카로스가 되어 어깨 위로 날개를 펼칩니다.

오직 상처로만 만들어진 날개를 단 이카로스...

태양을 향해서 녹아버릴 밀랍날개를 달고 더 높이높이 날아올라야만 하는 내가 만든 그런 아이......

그 아이의 추락을 같이 지켜보시겠습니까???


누군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 할 때,

우리는 비난의 자유를 생각하기 이전에, 비난의 책임부터 먼저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내 입에서 시작되는 것들에 대한 책임!

내 말이, 내 시선이 누군가의 육체를 순식간에 무너뜨려 그 형체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는 지난 주말에 또 하나의 사례를 갖게 된 셈이네요.

종이인형!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을 기억하시나요?

한 장의 종이 위에 그려진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와 외출복들, 어깨에 달린 조그만 접이를 넘겨 하나하나 종이 인형에 입혀줬던 기억.

그렇다면 그것도 기억하시나요?

예쁜 인형과 화려한 드레스를 뒤집어 보면

그 뒤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


누군가 내 뒷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섬뜩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