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6.30 <예수복음> - 주제 사라마구
  2. 2008.12.21 달동네 책거리 15 : <엄마를 부탁해> 2
읽고 끄적 끄적...2010. 6. 30. 06:37
역시 주제 사라마구다.
충격적이고 파격적이고 그리고 놀랍도록 문학적이고 신비하다.
주제 사라마구의 최대 문제작 <예수복음>
이 책은 사실 1998년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우리나라에 <예수의 제2복음>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가 절판됐다.
2010년 1월 정영목 번역에 의해 다시 초판된 책.
(나로서는 정말 다행이다 싶다. 주제 사라마구와 정영목의 만남이...)
1991년 이 작품의 포르투갈에서 처음 발표됐을 때
주제 사라마구는 조국 포르투갈을 떠나야만 했다.
그후에 유럽문학상으로부터 심사를 거부당하기도 했고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당시에는 로마교황청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바로 이 작품때문에...
"신성모독"과 "편협한 이념의 소유자"라는 비판과 함께...
1995년에 나온 <눈먼 자들의 도시>가 신약의 끝인 묵시록에 해당된다면
이 책 <예수복음>은 신약의 출발인 복음서에 해당된다고 한다.
Veni Vidi Vici (베니 비디 비시)
말 그대로 이 책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다...



책의 어떤 내용이 로마교황청의 분노를 샀을까?
표면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내용 전체가 다 그렇다.
하나님에 의해 이용당하는 예수.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숨쉬고 사랑하고 갈등하며 자신의 운명을 회의한다면?
동정녀 마리아에게 찾아와 수태고지를 했던 인물이
천사가 아니라 악마였다면?
그리고 창녀로 알려진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연인이었고 오랜 시간 사실혼 관계였다면?
이야기의 시작은 한 편의 명화를 꼼꼼히 해설하는 것처럼 섬세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습.
왠지 거룩한 신성과 인간적인 연민이 함께 느껴지는 도입부.
글의 마지막 장면 역시도 십자가 처형 장면이다.
뼈에 목이 박히고 옆구리는 창에 찔려 극심한 고통과 갈증을 느끼며 
서서히 죽어가는 예수.
그때 저 높은 곳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며, 내가 기뻐하는 자다"
예수는 그 순간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희생 제단에 가는 양처럼 꾐에 빠진 것이다.
인간들이여, 하나님을 용서하라. 하나님은 자신이 한 짓을 알지 못한다

예수의 입 속에 담긴 마지막 말...
확실히 로마교황청이 신성모독을 내세우며 유감을 표명할만큼 충격적인 내용이다.



남자로서 한 여자와 육체적인 사랑을 하는 예수,
그리고 하나님은 아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계획을 밝힌다.
내가 유대인의 하나님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하나님이 되도록 예수가 도와야만 하고
그러기 위한 예수의 역할은 순교자라고 말한다.
그 말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예수.
하나님은 예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순교자의 죽음은 고통스러워야지, 또 가능하다면 수치스러워야지,
그래야 신자들이 감동해서 더 헌신하게 되니까
.
체념하듯 질문하는 예수.
제가 죽은 뒤에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하나님의 대답한다.
교회가 생길거다.
유머러스게 들리는 이 대답의 의미심장함에 순간 멍해지기도 했다.
하나님과 악마와의 대화에서도 이런 유머러스한 섬뜩함이 계속된다.
자신을 다시 천국에 받아주면 예수는 죽을 이유가 없을거라는 악마의 거래성 말에
하나님은 대답한다.
내가 계속 선이려면 자네가 계속 악이 되는 게 긴요해.
하나님과 관련된 일은 모두 악마와도 관련이 되어 있다고 책은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사실은 정말 진실이다)
책을 읽으면 읽으수록 지금 이 시대의 "종교"라는 의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딱히 기독교나 가톨릭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의미의 종교를.
예수는 하나님께 요구한다.
당신이 다른 신들에게 거두는 승리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주음을 가져오는지,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과 제 이름으로 싸우는 전투에 얼마나 많은 죽음과 고통이 필요한지 말씀해
줄 것을...
마치 예리한 둔기로 강타당한 느낌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하나님의 모습과
거대한 힘 앞에 결국은 불복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예수.
그러면서도 마지막엔 종교로 대표되는 세상의 모든 거짓과 허상을 향해 한 방 제대로 먹이는 예수의 모습.
이런 충격적인 글들...
종교적인 비난보다 주제 사라마구의 상상력이 나는 더 두럽고 무섭다.
그리고 더 두렵고 무서운 것은,
이제 더 이상 주제 사라마구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2010년 6월 18일.
이 천재의 타계가 나는 세상의 "종말"처럼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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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작품들 (보라색은 내가 읽은 작품들)>

2009 『카인(Caim)』
2008 『코끼리의 여행(El viaje del elefante)』
2005 『죽음의 중지(As intermitencias da morte)』
2004 『눈뜬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lucidez)』
2002 『도플갱어(O Homem duplicado)』
2000 『동굴(A Caverna)』
1997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Todos os nomes)』
1995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
1991 『예수복음(O Evangelho segundo Jesus Cristo)』
1989 『리스본 쟁탈전(Historia do Cerco de Lisboa)』
1986 『돌뗏목(A Jangada de pedra)』
1984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O Ano da Morte de Ricardo Reis)??』
1982 『수도원의 비망록(Memorial do convento)』
1981 『바닥에서 일어서서(Levantado do Chao)』
1977 『서도와 회화 안내서(Manual de pintura e caligrafia)』
1947 『죄악의 땅(Terra de pecado)』 

주제 사라마구의 <인간의 조건 3부작>으로 불리는 『눈먼 자들의 도시』『동굴』『도플갱어』는 전부 읽었다.
좀 시간이 왔다갔다 하면서 우리 나라에 번역되기는 했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돌뗏목』『리스본 쟁탈전』『죽음의 중지』도 읽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수도원의 비망록』까지 읽으면 현재 우리나라에 출판된 그의 책 전부를 읽게 된다.
마지막을 한 권을 남겨놓고 허탈해하고 있었는데 좋은 소식이 들린다. 
2010년 『예수복음』을 시작으로
해냄 출판사에서『코끼리의 여행』『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두 권이 출간될 예정이란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게 종말은,
아직까지는 유보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1. 10:55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그녀가 낸 작품들은 모조리 읽었습니다.

하다못해 산문집까지도...

제게 있어 신경숙은 질투의 대상이이기도 했고,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고, 그리고 실망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과 글쓰기에 얼추 젖어버렸다고 할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제 느낌들이 작가로서의 그녀에 대한 종착역은 결단코 아닐 거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람...

평범한 일상을 너무 아프게 써 어느 날은 혼자 화가 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은...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뜨끔한 자괴함과 부끄러운 속내를 들킴에 대한 막무가내의 억지였던 건 같네요.

“풍금이 있던 자리”

가령 그녀의 글쓰기는 그렇습니다.

풍금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풍금이 있던 자리인 거죠.

화자가 바로 <나>여야 하는 이야기를 그녀는 <당신>으로 바꿔놓습니다.

그녀의 모태 신앙 같은 도시 정읍, 그리고 차마 분명한 이름조차 갖지 못한 체 등장하는 이니셜의 인물들...

게다가 대화조차도 문장부호 없이 그대로 써버리는 당혹감...

<리진>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잠깐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했던 그녀가 다시 초기작으로 돌아왔네요.

지극히 “신경숙다운” 소설과 함께요...


철들기 시작한 딸들 중 “엄마”라는 이름에 가슴 아프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이 책은 모태로부터 시작된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총 5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지독한 두통과 점점 잃어가는 기억들,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을 숨기고 노부부는 자식이 있는 서울로 올라옵니다.

예전의 우리네 아버지들의 발걸음.

아내와 같은 속도로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게 마치 무슨 대단한 흉이라는 되는 냥 성큼성큼 앞서 갑니다.

자식들의 마중을 마다하고 지하철을 탄 남편의 등골이 순간 오싹합니다.

글조차 읽지 못하는 그 아내가 열차를 타지 못했던 거죠.

성급히 남편은 남영역에서 되집어 전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게 4명의 다 큰 자식들은 속수무책으로 어미를 잃습니다.

 

각각의 장은 큰딸, 맏아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다시 큰딸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큰딸의 이야기는 “너(2인칭)”의 시점으로, 맏아들의 이야기는 “그(3인칭)”의 시점으로, 아버지의 이야기는 “당신(2인칭)”의 시점으로,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는 “나(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엄마를 찾는 전단지를 만들기 위해 모인 가족들은 서로에게 긁힌 상처를 드러내며 새로운 상처를 만듭니다.

그들에게 던져진 화두 두 가지!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나?”

“엄마가 홀로 남겨지고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했는가?”

이제 그들은 전단지를 보고 연락한 내용을 따라 엄마를 찾아 헤맵니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예전에 그들의 첫 직장이 있었던 곳이고, 본인 명의의 첫 집을 장만했던 곳 등, 모두 그네들의 흔적이 스친 곳이기도 합니다.

엄마는 정말 그 곳을 다녀갔던 걸까요?

파란 슬리퍼에 뼈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한 발을 끌고...


우리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엄마에겐 사연이 없다고... 엄만 그냥 처음부터 엄마일 뿐이라고...

어쩌면 이해할 마음조차도 미처 갖지 못할 만큼 자식으로서의 이기심이 너무 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엄마에게도 돌아가 편히 쉬고 싶은 집이 있었을 테고, 그리고 그 엄마에게도 무릎을 베고 누우면 다독여 줄 엄마가 일평생 필요했을 거라는 걸, 우리는 정말 알고 있었을까요???

그런 엄마가 어느 날, 우리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이제 갈란다... 잘 있으시오”


엄마를 잃어버린 지, 9개월째...

작가인 큰딸은 이탈리아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녀는 그 곳에서 여동생의 편지를 떠올리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앞에 섭니다.

“.......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까지도 다 해내며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갔던 거야. 나는 엄마처럼 못 사는데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감히 누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요?

“엄마니까....엄마란 다 그런 존재니까....”

저는 죽어도 이렇게 말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소리조차 죽이며 흐느꼈던 내 어미의 아픈 통곡과 내 손을 붙잡고 놓지 않던 내 어미의 거친 손이 지금 저를 여기에 있게 했으니까요...

결국,

이 책은 또 제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네요.


피에타 상...

죽은 예수를 품에 안고 고통과 절망의 순간을 이겨내고 있는 성모 마리아.

어미의 무릎, 제 2의 모태 속에서 아들은 드디어 평온을 맞이합니다.

어미의 손길이 스치기만 하면 이제 모든 고통과 절망은 사라져 흔적도 없어질 테죠.

비로소 모든 잃은 생명 또한 비옥해져 싹이 틀 것이며 자라나 열매를 맺게 될 겁니다.

내 어머니...

어미의 생명은 그렇게 나에게로 옮겨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이제 제 자신에게도 말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라고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