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4.17 담 혹은 벽
  2. 2010.01.22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 안희진
찍고 끄적 끄적...2010. 4. 17. 06:27
이상하지?
담벼락을 보고 있으면 절로 손이 닿게 돼.
쿵쾅쿵광.
그들만의 숨결이 느껴지면 때론 아득해지기도...
그랬던 것 같아.
어느날은 담벼락처럼 우뚝 서서 오래오래 누굴 기다렸던 건 아닐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날의 삶에서
나는 사실은
길고 단단한 담벼락이 아니었을까?
시간 속에 폐허처럼 한쪽 끝이 무너진
오래고 질긴 담벼락.



이상하지?
담벽락 앞에 서면 꼭 무른 흙덩이를 보는 것 같아 당황스러워.
내 눈엔 그렇게 버티고 서 있는게 어쩐지 많이 서툴러보였는지도...
마음 안에 오랜 담을 쌓고 사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깊은 공유.
"담"이라고 말하면 그대로 전해지는 단어가 주는 막막함까지.
어딘가 곧 쓰러져 버릴것같은 뚝 잘린 단면앞에 서 있는 것 처럼
맘이 조마조마하기도...
너무 많이 흔들려서
더 이상은 흔들릴 수 없는 벌을 받고 있는건지도...
원죄처럼 우뚝 서서 오랜 시간 버티는 천형의 시간.



꼭 그랬으면...
막막하고 고집스런 담벼락처럼
꼭 그렇게 나이 들었으면...
시간 속에서 누군가의 이야기 오랫동안 듣고
그리고 더 오래동안 들은 이야기 품으면서
그렇게 무심하게 서 있을 수 있다면...

이상하지?
담벼락 앞에 서면
튀밥처럼 마음이 설래.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 22. 06:05
공자를 흔히 이상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장자가 공자보다 훨씬 더 이상주의자같다.
공자의 말은
그래도 성인군자로서의 행동을 시행해 봄 직도 하지만
장자의 말은 인간세상에서 성인군자를 넘어 도통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것 같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고 좋은 말이긴 한데
이걸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은 도저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무심(無心)의 경지가 되야만 한다.
아무 마음 없이 세상을 살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사심과 욕심없이)



깨끗함이 드러나는 사람은 진정 깨끗한 사람이 아니다. 장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깨끗함에 집착하는 사람일 뿐이다. 집착하는 사람은 그 반대되는 것을 의식하고, 더 나아가서는 반대되는 것을 부정할 것이다. 지나치게 깨끗한 옷차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남의 더러운 옷차림을 이해하지 못하는것처럼, 마음의 깨끗함이 '훌륭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작은 오점을 용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장자가 보기에는 이런 사람은 진정 깨끗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효도와 형제애, 박애와 정의, 충성과 신의, 지조와 청렴 등의 가치는 원래 인간의 내면에 있는 자연스러운 품성의 발현이므로대단하다고 할 만한 것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이 드러나 보이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이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추구하는 가치란 아무리 숭고한 것이라 해도 상대적인 것이며, 결국에는 무너지기 쉬운 허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사람을 세상 속에서 버티게 만드는 건 어느 정도 "집착"의 힘이 아닐까?
결국에는 무너지기 쉬운 허상이며 관념이라는 장자의 말은
그러나 지독히 이기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 속에 "관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눈에 띈다.

생각으로 자리잡은 "관념"이란 편견에 불과할 뿐이다.
관념은 대개 주관적이고 편협적이다.
진정한 실체는 인간이 생각하는 한계와 표현하는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머릿속에 관념으로 자리 잡히는 순간 본질이 훼손도고 만다.
진실을 보지 못하는 원인이란 정형화된 기준이 "관념"이 되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개념화된 언어와 문자의 폐해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변화하는 사물의 표면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관념의 덫과 껍데기에 머무는 오류는 세속적인 것에의 탐닉 때문이다.


관념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통찰"을 언급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새로운 차원의 눈으로 현실을 보는 통찰.
결국 장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첫째는 "있는 그대로 두라"는 것이고,
두 번째의 것은 더 나아가 "자신을 쓸모없는 상태로 두라"는 것이다.
모든 감관(感觀)의 작용을 멈추고 자기 자신의 존재조차 잊는 "좌망"의 존재가 되자고 말하는 장자.
사랑이나 정의 등도 인간이 설정한 일정한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기준은 그보다 더 큰 기준으로 넘어설 수 있지만 자신의 육신의 존재를 잊고 감관의 작용을 넘어서는 일은 어려운 일이란다.
거기에 "나"라고 하는 자의식과 지식까지 버리고 자연의 섭리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지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는...
이렇게 살게 되면 장자의 말처럼 삶의 기술과 도가 합쳐지겠구나 싶기는 한데,
아무래도 불가능 그 이상의 일 같다.
(불가능, 그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대략 난감...)

언젠가 지적 능력(?)이 지금보다 월등해지면(?)
해석본이 아닌 제대로 된 장자와 한 판 붙어봐야 겠다..
비판자가 될지, 동조자가 될지 스스로 궁금해지기에...
아직 그의 이론은 내겐 그저 "한여름밤의 꿈" 같다.
그런데 가능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