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을 다녀온 후 찾아간 그라나다 대성당(Cathedral, 4uro)
원래 모스크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대성당은
16세기부터 180년 동안 공사를 이어지면서 여러가지 건축 양식이 혼재됐다.
초기에는 톨레도 대성당의 본떠 고딕 영삭으로 짓기 시작했는데
공사가 마무리된 1704년에는 르네상스, 고딕, 무데하르 양식이 뒤섞인 기묘한 형태가 돼 버렸다고!
탑은 현재까지도 미완성 상태다.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건,
하나의 건축물을 짓는데 있어 완성이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자주 시간이 멈춘다.
지금이 고대가 되고, 지금이 중세가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스페인이다.
황금으로 장식된 주제단과 20여 개의 코린트식 하얀 기둥이 인상적이었다.
돔에서 들어오는 빛이 성당 전체를 환한 기운에 감싸게 하고
섬세한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신비감을 더한다.
지금껏 본 대성당들은 어둡고 고요한 느낌이라 저절로 엄숙해졌는데
그라나다의 대성당은 빛의 세례가 충만한 곳이라 축복 가운데 걷는 느낌이더라.
대성당을 나와 계단을 내려서면 조그만 광장이 나오는데
주변 건물들에 폭 감싸인게 아주 다정하고 정겨워 보였다.
비가 오면 광장 바닥에서 튀어오르는 빗방울들이 꼭 음악 음악같겠구나... 생각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그라나다에 머문다면... 참 행복하겠는데....)
왕립 예배당(Capilla Real, 4uro)은
스페인의 국토회복운동(레콩키스타)를 마무리한 이사벨 여왕과 그의 남편 페르디난도 공이 이곳에 안치되어 있는 곳이다.
그들의 왼편에는 딸 후아나와 그의 남편 펠리페의 무덤이 있고
지하에는 레르난도 왕의 왕자 미겔의 무덤이 있다.
내부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디더라.
성스럽고 엄숙한 왕가의 납골당이 관광객의 부산스런 발걸음과 카메라 세례에 몸살을 앓는다면
어딘지 많이 측은하고 안스러울것 같다.
대성당과 왕실예배당을 나오면
찻길 하나로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선다.
적당히 흐리고,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한산한 늦은 오후.
맞은편 찻길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서성이는 시간.
보고 또 보는 시간이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