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10. 14. 06:43
떠나간 아버지에 대한
같은 길을 가는 딸의 깊은 헌정.
이 책은 그렇게 애뜻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비를 맞고 있는 혼자된 아이를 보는 심정처럼 
가슴 한켠이 찡하고 아리다.
아버지와 딸
참 멀고도 먼 관계
그러나 일단 소통이 시작된다면
그 어떤 관계보다도 처연해지고 숙연해지는 관계 



누구보다 건강하기로 유명한 아비는 어느날
속초 휴가 중에 심장마비로 세상과 이별한다.
그리고 소아마비 딸은 1년 후 아비를 생각하며
아비의 남겨진 글들을 하나 둘 모아 아비의 이름으로 책을 낸다.
그리고 그 딸 역시도 얼마 전 암세포에게 몸을 내준 체
아비를 만나러 하늘 여행을 떠났다.
딸은 홀로 남겨질 어미에게 말을 남겼다.
먼저 가서 아빠랑 기다릴테니 좋은 거 더 많이 보고 오시라고... 



딸은 아비와 같은 영미문학을 전공해서
아비처럼 책을 번역하고,
아비처럼 자신의 책을 쓰고,
아비처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딸은 항상 자신의 길의 멘토가 되어 주었던
아비의 뒤를 따라 걸으며
그렇게 자신의 길 또한 만들어 갔었는데.....
이제 두 사람은 모두 향기로 남는 사람이 됐다.
그러나 향기처럼 사랑 또한 남는 것.



소소한 일상과 친구들과의 정담,
자신이 사랑한 번역의 일과 풍경들
그리고 영미문화권 작가들에 대한 짧은 만남까지...
이 책은 일상을 아주 정갈하고 단정하게 담아내고 있다.
누구라도 손에 들고 읽으면 아랫목에 앉아 있는 듯한
따뜻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
어쩌면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족에게도, 주위에도, 사물에게도.
그렇다면
난 아직 한참은 멀었다는 생각...
온기가 담긴 한 권의 책!
그 책이 주는 가르침은
늘 그렇듯 집요하고 그리고 언제나 예리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