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몇 년을 길들이다 결국 포기한 신발이 하나 있다.
왠만한 것들은 이렇게 시간을 들이면
제뿔에 지쳐서 얼추 신고 다닐만해지는데
이상하게 이 신발만큼은 끝까지 거부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그 신발을 지난번 대청소때 처분했다.
그런 경우가 있다.
내 맘에 속 들어서 구입한 물건이
나와 친할 생각 전혀 없다며 완강하게 버티는 경우.
이 느낌적인 느낌과의 조우하게 되면 난감하기가 이를 때가 없다.
이럴 땐 물심(物心)이라는게 정말 있구나 싶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궁합이라는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국한된 건 아닌 것 같다.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나와 맞는 물건들을 만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눈만을 믿어서도 안되고.
귀에 솔깃해서도 안되고,
감정에 혹해서도 안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새로운걸 곁에 들일 때는
그것들의 종착지까지 생각해야 할 나이다.
물질도, 감정도 쓰러기더미처럼 만들면 참 면목없는 일.
그러니까!
이 모든게 "선택"의 문제.
뭐가 됐든, 누가 됐든 잘 선택하자.
지금이 아니라 그 다음을 생각하면서
꼼꼼하고
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