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0. 9. 15:05

라디오 방송 작가라고 했다.
강세형.
예전에는 한창 라디오를 벗삼았드랬는데
이제는 그것도 과거의 일이 됐다.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일요일 공개방송을 꼭 찾아 들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웃겠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오래된 이야기긴 하다.
요즘 아이들은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모를텐데...



꼭 그랬다.
심야의 라디오 방송은 프로그램이 끝날때 조용한 음악이 깔리고 에세이같은 걸로 마무리를 했다.
저런 건 다 누가 쓴지?
어릴 땐 궁금했었는데...
이 책의 글들도 그렇다.
딱 심야 방송에 어울리는 조금은 감상적이고 달달하면서도 공감가는 이야기.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말하는,
내가 네가 되기도, 네가 내가 되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
때론 복잡한 머릿속에 이런 이야기들이 쉼표가 되고 위로가 된다.
그리곤 꼭 한 마디 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어디 한 번 해볼까?



에젯밤 늦은 시간,
하루에 지친 피곤한 몸을 끌고 집으로 향했다.
세상에서 나만큼 고된 사람도 없을거라고
부유하지 못한 태생을 한탄하면서 걷다 순간 멈추섰다.

앞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두 분의 할머니.
자세히 보니 한 분이 훨씬 더 노령이시다.
어머니와 딸이었을까?
아니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였을까?
두 분 모두 머리가 이미 새하얗게 변해서 걸음걸이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친구간의 밤마실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앞서 걸어가는 분의 팔을 꼭 잡고 천천히 걸을을 옮기는 조금 더 구부정해서 몸피. 
뒤따라가던 나는
저벅저벅 앞서지도 못하고 최대한 천천히 걷는다.
언제가  TV에서 봤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내 서방보다 그 사람 어머니랑 더 오래 살게 될지 그때는 몰랐지!"
고부였다가 어느새 동기간처럼 되어버린 두 할머니의 모습이
나는 참 아름다워서 그만 샘이 나고 말았다.
문득 그 장면이 겹쳐져서였을까?
성큼성큼 앞서가지도 못했던 게...

예정되어 있는 일생 속에
내 옆을 함께 할 사람이
꼭 남편이 아니어도,
꼭 죽고못사는 사랑하는 그이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고 나면 그래지지 않을까?
주금진 얼굴, 주름진 손으로 만지며
"그래도 니 얼굴은 새색시마냥 참 곱다!"
듬성듬성 성긴 입으로 웃으며 말해주는 사람.
그 입에 말캉한 찬거리를 하나둘 넣어주긴 또 다른 한 사람.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걸음이 빨라지지 않았던 건...
하늘에 달도 보이지 않던 서운한 밤이었는데
그만 덜컥 행복해지고 말았다.
두 손을 꼭 잡고 함께 걷는
백발의 할머님 두 분 때문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