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4. 3. 06:18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던 책이다.
아이가 너무 예뻐서, 그리고
그 가족이 너무 아늑하고 애뜻해서...
한 가족이 사랑하는 한 생명을 떠나보내며서 쓴 256일간의 기록은
나를 무너뜨리고 허물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자식을, 그것도 고작 여섯살 밖에 되지 않은 자식을
앞서 보내야 하는 부모의 심정.
그 날마다 찢어지는 가슴을 쓸어안으며 이 가족들은 더 큰 사랑을
매일매일 발견하고 깨닫는다.



소아뇌종양에 걸린 엘레나와 가족들의 256일 담인 일기, <남겨진 쪽지>
여섯 살 어린 엘레나에게 찾아온 뇌종양.
엘레나는 자신의 죽음을 가족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집안 곳곳에 수백 통의 편지를 숨겨놨단다.
그 쪽지를 처음 발견한 아빠는
일주일동안 울음을 참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암의 진행으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엘레나는
그렇게 엄마, 아빠 몰래 가방, 서랍장, 책장, 찻장, 앨범 속에 수백 통의 쪽지를 숨긴다.
이 쪽지들은 엘레나가 하늘나라로 떠난 이후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엘레나의 엄마 아빠는 이 편지를 펼쳐 읽지 않고 봉한 채로 보관한다.
아직 읽지 않은 편지가 남아 있다는 위안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어느 날 상자들을 옮기다가 책들 사이에서 쪽지가 떨어졌다.
그런 쪽지를 볼 때마다 엘레나가 나를 껴안아주는 것 같다”

엘레나에게 뇌종양 진단이 내려진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9개월.
데저리크 부부는 종양 진단을 받은 2006년 11월 29일부터 아이가 세상을 떠난 2007년 8월 11일까지
256일간 번갈아가며 일기를 적어 내려갔다.
이 일기는 엘레나의 동생 그레이시에게 언니에 대한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의 일기, 더 많은 사람들의 쪽지로 변해있다.



* Day 92일 - 2월 28일
아빠의 임무는 지켜주는 것이다. 엘레나가 처음 운동장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갈 때도, 처음 MRI를 찍을 때도 나는 늘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내 모토다. 아빠가 해야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엘레나는 아마 주저 없이 “지켜주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는 자식을 보호하고 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었고,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 딸을 괴롭히는 녀석들, 어둠과 악몽 모두 내가 혼내주었다. 딸을 보호하는 일에서는 내 손이 번개보다 빠르고 내 피부가 갑옷보다 단단하다고 믿었다. 어떠한 위협이 닥치든 내가 안전하게 지켜주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때는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쳐올지 전혀 알지 못했으므로.

* Day 219일 - 7월 5일
엘레나 옆에 있으면 나는 항상 아이 같은 기분이었다. 나이는 내가 훨씬 많지만, 지난 6년간 엘레나는 세대를 능가하는 지혜의 소유자였고 감정과 상식이 독특한 균형을 이룬 어른이었다. 엘레나가 갓난아기였을 때도, 내가 엘레나에게 평가받고 있으며 더 나은 아버지가 되도록 지도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히, 엘레나는 탁월한 코치였다. 먹고 말하는 게 온통 투쟁인 오늘도, 엘레나는 다른 사람을 개선시키려고 애쓴다. 자기 상태보다 내 손가락을 더 걱정한다. 엘레나는 언제나 내게 선생님이자 엄마이자 천사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엘레나는,
뇌종양이 점차 진행되면서 말하는 기능, 걷는 기능, 먹는 기능을 차츰 잃어버린다.
그러나 엘레나는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했다.
그 중 “사랑해요(i love you)”라는 그림은
신시내티 미술관에 엘레나가 좋아하는 피카소 그림 옆에 전시되었다.
비록 아이의 외모는 병마의 지배를 받았을지라도
그 천사같은 마음은 그대로 모두에게 남아있다.
엘레나가 세상을 떠나자,
데저리크 부부는 여러 친구와 친지의 도움을 받아 신시내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치료는 이제 시작이다(The Cure Starts Now)"라는 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이 책의 인세 전액 역시나 소아암 환자를 위해 쓰이게 된다고 한다.
키스 & 브룩 데저리크 부부는
지금 세상에 더 많은 엘레나를 사랑으로 보듬고 치료하는 중이다.
여섯살 어린 한 아이의 생명은
그렇게 수많은 다른 생명의 희망으로 지금 자라나고 있다.
한 평생을 살아내도 할 수 없는 일을 여섯살 천사는 아직도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