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구나.
오늘이 배우 이은주의 12주기란다.
정말 많이 좋아했던 여배우였는데 느닷없는 자살소식에 깜짝 놀랐었다.
화면을 통해 그녀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묘한 분위기를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
여운과 여지를 남기는 배우.
눈빛이 그랬고, 목소리가 그랬고, 표정이 그랬다.
그래서 위태위태했다.
한껏 발랄한 모습을 보여줄때조차도.
아직 살아있다면,
그녀는 분명 독보적인 존재감을 안기는 여배우가 됐을텐데...
그래서 더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그녀의 표정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정은
홀로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다 어느 한 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이 된다.
몽환적이기도 하고, 선연하기도 했던 그 깊이가
지금 생각하면 참 아슬아슬했는데...
그녀가 놓아버린건,
고통이었을까? 절망이었을까? 아니면 삶이었을까?
놓아버리면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놓아지기는 하는걸까?
인정도 비난도
못하겠다.
적어도 나는.
하지만 그녀를 떠올리면 마음 한켠은 늘 아리다.
아마도 그녀는...
내게 주홍글씨로 내내 남으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