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2. 4. 30. 06:00

지난 주 토요일에 아르코 소극장에서 연극 한 편을 보고 나왔다.

건물 밖에서 책을 팔길래 4권을 사서 귀가했다.

그 4 권 중에 김 훈의 책이 두 권 있었다.

솔직히 50% 할인으로 김 훈의 글들을 산다는 게 좀 믿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심지어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김훈의 에세이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역시나 김 훈의 글들은 단정하고 짧다.

그러나 그 단정하고 짧은 글 하나 하나에 깊은 성찰과 깊은 고뇌가 보인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때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단정히 앉게 된다.

함부러 읽어내릴 수 없는 글이 주는 무게는 이렇게 진중하고 깊다.

아직도 원고지에 꾹꾹 연필을 눌러가며 글을 쓴다고 했었나?

그의 글 속엔 물리적인 인간의 필력(筆力)이 육중하게 담겨 있다.

고인이 된 작가 박완서가 김훈의 <남한산성>을 보고 그랬다.

버르장머리없는 김훈의 단문을 읽으며 살이 에이는 겨울 칼바람에 실제로 몸이 아팠노라고...

김훈의 짧은 글은,

힘이 참 세다.

 

이 책은 2002년도에 출판된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의 개정판으로

그가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55편의 칼럼이 담겨있다.

재미있고 냉철하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글의 힘"이 이렇게 개인적으로 대단할 수 있다는 걸 절감하다.

결코 뜨겁게 달궈질 것 같지 않게 냉철하면서도 누구보다도 가장 치열하게 들끓는 사유와 직관!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젠장!

나는 골백번 절망하고 좌절한다.

책 장을 열고 단숨에 후루룩 읽어내려갔다.

순차적으로 읽어도 그만이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그만이다.

아마도 이 책은 내내 내 서가를 들락날락하게 되지 않을까!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혹은 모든 것에 무심해질 때

그렇게 김훈은 나를 부른다.

김훈 때문에 나의 발은 아직 현실을 딛고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