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8. 11. 27. 12:07

<사랑하기 때문에> - 기윰 뮈소


 사랑하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어쩐지 우리네랑 감성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상하게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영혼과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영혼은 같은 서구라고 해도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정말 무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는 고전 작가 “빅토르 위고”와, 현대 작가 “알랭 드 보통”입니다.

“기윰 뮈소”라...

참 재미있고 그리고 쉽게 글을 쓰는 작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참 제목이 말캉말캉하지 않나요?

게다가 우리에겐 동명의 유재하의 노래가 있어 왠지 더 친밀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언뜻 보면 “아! 연인간의 이야기겠구나...”하고 나름 유추할 수도 있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땡!” 되시겠습니다. ^^ (오랜만에 원맨쇼 시츄에이션 나왔습니다..)


자, 당신에겐 아름다운 아내와 어여쁜 딸이 있습니다.

사랑스런 가족을 가진 당신의 자리에 이제 뭔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어떨까요?

그게 다름 아닌 당신의 다섯 살 어린 딸이라면...

이야기는 이제 시작됩니다.

이제 당신이 할 일을 말해야겠죠.

잃어버린 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당신은 모든 걸 버리고 알코올 중독에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다닙니다. 당신의 아내는 당신도 잃고, 그리고 딸도 잃었지만 명성은 잃지 않은 채 바이올리니스트로 공연까지 하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 둘의 방식이 누군가를 덜 사랑해서라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하나를 잃었을 때 모든 걸 잃는 사람과, 하나를 잃었을 때 남은 것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 중 누가 올바르다고 말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세상엔 찾지 않아도 돌아오는 게 있고, 죽을 듯이 찾아다녀도 결국은 찾아지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우연한 실종처럼 딸은 5년 전 실종됐던 바로 그 자리에 다시 기적처럼 나타납니다. 말을 잃을 채 말이죠.

아빠는 딸을 찾아 함께 비행기를 탑니다.

이제 모두 끝났다. 아빠가 네 곁에 있단다..

결말이 이런 평온한 안식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의 끝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반전에 대해 말한다면 참 센스 없는 행동이겠죠?)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사람들은 서로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딸을 잃고 방황하는 주인공 마크. 엄마를 의사의 욕심에 의해 잃고 그 의사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에비. 그리고 자신의 잘못한 행동으로 인해 마음속에 죄책감을 가지고 자신을 망치려는 재벌 상속녀 앨리슨.

누군가의 행동이 원인이 되어 누군가의 삶이 달라지죠. 그러나 그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 이런 내용들을 만나면 공포스럽습니다.

내가 한 행동의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도화선이 된다면...

어쩐지 자꾸 내 모습을 뒤적여보게 만들어 영 불편하기도 합니다.


아직 젊은 작가, 기윰 뮈소(35살)은 이 소설에서 뭘 말하고 싶었을까요?

작가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나는 사랑 이야기가 없는 작품을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인간의 행동은 사랑 혹은 사랑의 결핍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따라서 사랑이라는 독특한 감정을 기술하는 것은 작가인 나에게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작가가 출판 기념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실종과 증발, 그리고 결핍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작가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도 감정의 실종 혹은 증발로 이야기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끝없는 결핍으로 인해 찾아내 소유하고픈 마음.

어쩌면 사람들은 “사라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에 우리 내면이 반응하는 건지도요.

이 책의 내용처럼 내가 사라질 때 누군가가 치유될 수 있다면 “사라짐”이 별로 서러울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과 자꾸 비교하게 됩니다.

아빠와 딸이 만나는 모습...

<철도원>쪽이 훨씬 더 서정적이고 아름답지만, 파란 눈의 프랑스인에게도 이런 정서가 있다는 게 참 낯설면서도 신선하네요.

어떠세요???

동양의 거장의 감성과 서양의 젊은 감성을 함께 만나보시는 거...

두 이야기 모두엔 “사라짐”이 주는 치유가 있습니다.

비교해 보시라는 게 아니라 그냥 만나보시라구요...

분명한 건 그 책의 내용과 함께 비밀스런 “온기"도 함께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따뜻함이 그리울 때잖아요...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