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2. 1. 05:55
몇 달 전에 읽은 기사가 있다.
"지난 10년, 문학은 이들 때문에 행복했노라"
이런 제목이었던 것 같다.
그때 평론가들이 뽑은 2000년대 최고의 작품과 작가의 리스트도 있었다.
거기서 중, 단편 부분과 작가 부분에서 상위에 있던 사람이 김훈, 김연수, 김애란, 박민규 였다.
그 기사를 보면서 김애란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순서가 좀 뒤바뀌긴 했지만 그 당시까지 내가 읽은 책은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가 전부였다.
그때 놀랐었다.
작가의 눈이라는 것에,
그리고 그걸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운운하기에는 더군다가 그녀의 나이가 너무 젊다.
신경숙, 은희경, 정경린에 익숙한 사람에게 분명 김애란은 상당히 특별하고 독특한 "다름"으로 다가오리라.
그녀의 단편들을 읽고 있으면,
정말이지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평범하고 조금은 불쾌하기까지 한 "침"이 주는 "특별함"이라니...
침도 약이라고 엄마는 가끔 말씀하셨는데
적어도 내겐 김애란의 "침"은 확실히 약발 잘 받는 약이다.



<달려라 아비>는 개구진 표정의 그녀 사진이 실린 첫번째 소설집이다.
사진으로 만난 김애란은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시킨다.
두 눈에 가득한 똘망똘망한 장난기,
 그 천진함이 너무 맑아 나조차도 킥킥 웃게 만들만큼...
그녀의 표정 속엔 어쩐지 개그적인 속성이 있다.
(오해마시라, 지금 나는 그녀의 얼굴을 말하는 게 아니라 표정을 말하는 거다,)
가끔은 책을 읽으면서 허풍이나 객기처럼
"이 정도쯤은 나도 쓰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김애란의 소설집 두 권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나라면 이렇게 못 썼을거야..."
자괴감이 들긴 했지만 그게 비굴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내게 충격적인 작가다.
1980년 인천 출생.
2003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 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고
(<달려야 아비> 제일 마지막에 실린 이 단편은 읽으면서 섬득하고 처연했다)
2005년 25살의 나이로 최연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던 김애란.
확실히 그녀는 현대 한국 문학의 젊은 화두다.



달려라, 아비
나는 편의점에 간다
스카이 콩콩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영원한 화자
사랑의 인사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종이 물고기
노크하지 않는 집


실려있는 9편의 이야기 모두가 다 황홀할만큼 특별해서
이 중에 한 편만 선택하라고 누가 강요한다면
나는 기꺼이 선택을 포기하고 그렇게 말한 사람을 지독히 원망하리라.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
어떤 평론가는 그녀를 두고 이런 표현을 썼다.
나 역시나 그녀의 소설때문에
불면증이, 편의점이, 포스트잇이, 스카이 콩콩이 특별해져 버렸다.
심지어 분홍색 야광 팬티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쉼없이 달리고 있는 아비도
하반신을 이불에 묻고 내내 TV만 들여다보는 아비마저도
기꺼이 입양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 말이다!!)
일 났다!
나는 그만 또 사랑에 뼈져버렸다.
내게 일방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의 글들이
너무 너무 미워 죽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