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2. 7. 23. 08:12

여름 휴가철에 딱 읽기 좋은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

휴가는 아니지만(아직 계획도 없다) 3권을 연달아 읽었다.

<파리 5구의 여인>과 <행복의 추구 1,2>

더글라스 케네디는 참 묘한 작가다.

미국 맨하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미국에 그닥 호전적인 사람이 아니다.

영국에서 주로 살지만 작가적 명성은 프랑스에서 엄청나게 대단하단다.

프랑스문화원에서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니 참 다국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작가 자신도 참 흥미로운 인물이지만 작품도 참 다양하게 흥미롭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전부 6권.

어쩌다보니 그 6권을 다 읽었다.

첫번째로 소개된 <빅픽쳐>만큼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 출판된 <행복의 추구 1.2>까지 6편 모두 나름대로 다 재미있었다.

확실히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꾼"으로 산다는 건 그걸 평생의 "업"으로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또 다른 의미가 아닐까?

아마도 나는 이야기꾼으로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을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마치 그게 내 업(業)인 냥.

 

<파리 5구의 여인>은 에단 호크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11년 프랑스에서 개봉됐는데 우리나라에 수입되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에단 호크의 눈빛 참 좋아하는데...)

불멸과 환생같은 코드는 아무래도 동양보다는 서양이 더 민감한 것 같다.

뱀파이어같은 신비감과 비밀을 가진 여자의 개인적인 복수 이야기.

써놓고보니 참 싸구려같다.

아무래도 나는 판타지나 신비요소가 부족한 편인가보다.

좀 신물난다.

따지고보면 남자 주인공 혼자 열심히, 성실하게 농락당하는 거 아닌가?

결말이 좀 홀딱 깨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손에 잡으면 어쨌든 부담없이 술술 읽힌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중에서

제일 재미없게(?) 읽었던 책이라고 하겠다.

 

<행복의 추구>는 유럽 전역에서 현재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단다.

살짝 더글라스 케네디에게 실망하려던 참이었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은 소설이다.

미국의 구린 이면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제법 괜찮았다.

(이 사람 정말 미국을 안 좋아하나보다! ㅋㅋ)

6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분량이지만 2권의 책을 후딱 읽을 수 있다.

등장 인물들 꽤 심플하고 사건들도 심플하다.

그런데 재미와 흥미는 충분하다.

(이 소설도 영화로 만들면 꽤 괜찮을 듯)

잭 말론이라는 남자는 개인적으로 완벽히 비호감형 인간이다.

순정남이라고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해도 너무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다.

백 번 양보해도 내 취향(?)은 아닌 듯.

그래도 스토리 자체는 참 재미있고 구성도 탄탄하다.

새러와 케이트 두 여성이 화자로 나와 개인사적인 사랑과 배신의 이력을 말하지만

이야기 속에 미국의 구린 현대사가 들어있다.

일종의 조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새러와 케이트 두 여인의 세대를 이어가는 사랑이야기에는 그닥 끌리지 않았지만 

케이트의 오빠 에릭 스마이스의 개인사엔 진심으로 가슴 아팠다.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인 에릭이 선택한 최후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하지만 막막하다.

과거의 지인(동지)을 배신하지않기 위해 밀고를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한 남자.

딜레마라는 게 사람의 생을 쥐고 흔들수도 있다는 게 섬득하다.

 

<행복의 추구>

나는 이 소설을 사랑과 화해, 인연의 순환으로 읽은 게 아니라

선택과 결정, 그 의지의 최종물로 읽었다.

사랑 이야기는 더이상 떨리지 않다.

그러나 선택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뼜속까지 떨린다.

아. 무섭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