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2. 1. 06:19
19주째 1위에 있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를 끌어내린 소설이란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 이름.
작가를 찾아봤더니 2006년에 소설집을 출판했었다.
<그 겨울의 우화>
신경숙의 아류작인가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내용은.... 전혀 기억에 없다.
어쨌든 지금 현재진행형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라니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비운의 삶을 살다간 조선의 마지막 황녀에 대한 이야기.
소설 <덕혜옹주>
소설 출간 한달 만에 무려 9만여부가 판매됬다고 한다.
55세의 작가 권비영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에
어리둥절해하고 놀라워하고 있는 중이란 기사를 봤다.
뭐지???



1912년 5월 25일 고종의 막내딸로 덕수궁에서 출생
1925년 3월 일본 학습원으로 강제 유학과 어린 나이의 조발성 치매 진단
1831년 5월 대마도백작 다케유키와 강제 정략결혼
1956년 8월 외동딸(정혜)의 자살, 계속되는 마츠자와 정신병동 감금생활과 조국의 외면
1962년 1월 37년 동안의 유랑생활 끝에 대한민국 귀환



덕혜옹주...
분명 실존의 인물인데 이 소설은 그녀를 환영의 인물로 만들어버렸다.
책임감 없는 소설의 힘에 화가 났다.
또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세운다니 더 화가 났다.
기사에는 쓰여 있었다.
" ...... 기구한 삶을 살다간 덕혜옹주를 다룬 소설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데 바로 "나라 잃은 설움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마지막 권위와 위엄을 남겨둬야 했을 그녀를 오히려 시장판에 내돌린 느낌.
단지 사람들에게 덕혜옹주를 일깨워주는 게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그것뿐이라면 박수를 쳐줄 수도 있었다.
이 책은 단지 덕혜옹주에 대한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
이야기의 짜임은 엉성하며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모두 죽어있다.
홀로 헛헛한 웃음을 흘리다...



일본으로 유학 떠나기 전 덕혜옹주를 찍은 사진.
다부지고 똑똑해 보인다.
그리고 그 눈빛이 어린아이같지 않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나를 감동시켰던 건 바로 이 사진 뿐이었다.
37년동안의 유랑생활 끝에 대한제국에 돌아온 그녀는
(그녀가 돌아왔을 당시는 이미 대한제국이 아니었겠지만...)
1989년에 숨을 거둘 때까지 창덕궁에 있는 낙선재 권역,
정확하게는 낙선재 바로 옆 수강재에서 말을 잃고 지냈다고 한다.
"주로 수강재에 기거하셨고, 봄날에 이렇게 따뜻할 때 나오면 이 툇마루에 앉으셔서 멍하니 계신 것을 자주 봤습니다."
말을 못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그녀의 삶은
이미 피폐한 황무지 그 자체였으리라.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 되는 해라는데
그녀 덕혜옹주는 자신의 기구한 삶이 이런 식으로 재조명 되기를 바랬을까?
그렇게 거창한 사명감을 가지고 쓰기를 작정했다면
좀 제대로 치열하게 써 주시지...
이 책을 출판한 다산책방의 각종 이벤트의 힘도 그저 놀라울 뿐이다.
출판은 어쩌면 단지 사업일 뿐인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