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2. 8. 6. 09:00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런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 잡보장경

 

내가 이 책을 몇 번이나 읽었을까?

이상하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편안해지고 따뜻해진다.

불교라는 종교의 힘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심과 고민이 그대로 전달돼 참 많이 읽었다.

(게다가 나는 불자도 아니다.)

이제는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는 책.

오래전 이 책을 가지고 있었을 때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줬엇다.

다시 되돌려받고 싶었지만 퇴사하는 사람에게 되돌려달라는 말을 하기에 왠지 그랬다.

다만 바랐던 건,

이 책이 그냥 그 사람의 집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

차라리 헌 책방이나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기를 바랬다.

그래서 누군가 나처럼 잠시라도 편안해지기를 바랬다.

 

지쳤던 건 아니다.

힘들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이 책이 간절히 그리웠다.

1999년 초판된 책이니 10년도 훌쩍 넘은 책이다.

절판돼서 이젠 구입하기도 쉽지 않은 책이다.

사람의 일생을 수행자(修行者)로서 살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도 이국의 땅에서 가사를 입고 발우공양을 하며 구도자로서 선(禪)수행을 한다는 것.

때땔로 나는 강팍하고 모멸찬 내 자신에 넌덜머리가 날 때가 있다.

삶에 대한 회의보다 앎에 대한 회의때문에 지칠때가 있다.

평생을 외도(外道)만 쫒는 것 같은 막막함에

지나온 날보다 남은 날에 미리부터 지치고 고되다.

한때 나는 얼마나 늙음을 고대했던가!

자고 나면 백발이 성성하길, 한걸음 한걸음이 위태롭게 휘청이길 얼마나 염원했던가.

 

이제 나는 조금씩 지치고 무거운 나이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어느 날은 깊은 우울과 두려움이 폭풍처럼 나를 덮친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모든 걸 혼자 겪어내야 한다는 걸.

나는 아직 만행(漫行) 중이다.

"OO에서 OO까지..."

나는 내 삶 속에서 이 문장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늘 그게 내겐 화두(話頭)다.

 

* 깊은 가을이 오면 깊고 깊은 산행을 계획하련다.  

  나는 조금 깨어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