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7. 1. 06:35

온다 리쿠.
일본에서는 미스터리, 환타지 작가로 유명한 사람이란다.
이 사람의 책은 몇 년 전에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특이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해리포터의 마법학교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흥미진진한 기숙학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학교로 전학온 학생이 만나게 되는 수수께끼 사건들과 불길한 전설들.
말도 안돼는 비현실의 세계였지만 흥미진진했었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그녀의 첫번째 책이 <밤이 피크닉>이다.
고등학교 전 학년의 학생들이 하얀 운동복을 입고
1박 2일 동안 80킬로미터를 걸아야 하는 보행제.
천 이백 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고 생각해보라.
이것 또한 진풍경이 되긴 하겠다
이책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아주 일본적인)
온다 리쿠 특유의 환타지성을 만날 수는 없어도
단순한 사건(24시간 보행) 속에 보여지는 묘한 관계들을 쫒는 재미가 있다.



아버지가 같은 이복남매가 한 학년의 같은 반이 된다.
(사건의 원인 제공자에 해당하는 아버지는 몇 년 전 위암으로 사망했다)
둘은 서로의 존재를 부인하지도 못하고 인정하지도 못하면서
대화 한 마디 안하는 어쩡쩡한 관계로 지낸다.
이게 오히려 또래의 친구들 눈에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처럼 느껴질 수도 충분히 있으리라. 
묘하게 비슷하다는 말에 흠찍 놀라하는 두 사람.
어쩌면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싶고 다가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타인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구다 싶다.
결말은 결국 두 사람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친구들에게 자신들이 이복남매인 것을 밝히면서 더 편안해진 관계로의 조짐을 보이면서...
......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결코 감미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예감하고 있다.
이 관계를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밉게 생각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가가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래도 또 서로의 존재에 상처받고, 동시에 위로받으면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무언가가의 끝은 언제가 무언가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의 앞으로의 관계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함께 골인함으로써 보행제를 마감하면서 이들의 청춘이라는 것도
어쩌면 한 단계 더 성숙해지게 됐는지도...
그러나 책의 구절처럼 
"현실은 이제부터다"
좀 뜬금없는 감상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냥 부럽다.
그들의 "청춘"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