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10. 20. 06:14
이제야 읽었다.
연극의 명성으로만 들었던 책.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지만 선듯 손에 잡지 못했던 책.
연극도, 책도 명성으로만 알고 있던 책.
너무 진지할까봐 혹은 너무 민망할까봐 사뭇 걱정스러웠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모든 여성은 대개 성기에 대한 엄청난 부담과 부끄러움을 안고 성장한다.
성기에 대한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때를 희망하며
이 책은 비밀시되고 은밀하게 취급했던
여성 성기게 입을 달고 말을 시작한다.
가령, 여성 성기에 옷을 입힌다면 적당한 옷은 어떤 것일까?
대표되는 냄새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말을 건다면 그 처음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당신도 한 번 답해보라 은근히 부추킨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 책을 처음 출판하기로 했던 출판사는
작가에게 계약금가지 지불했지만
결국 출판을 포기했하고 원고를 반환했다고 한다.
그 내용이 파격적이거나 과격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여성 성기 운운하는 것에 지례 겁을 먹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강간이나 할례!
여성 성기에 행해지는 저급하고 치명적인 불행.
이 불행을 멈추는 시작은 은어나 속어로 불려지고 있는 여성 성기에
제대로 된 이름을 당당하게 부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단다.
불행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종식될 수 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길은 여성 스스로 처벌이나 응징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여성 성기에 대해 말하게 하는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요지이기도 하다. 



초경의 기억, 여성의 오르가즘, 신음소리
그리고 버자이너의 질감과 클리토리스에 대한 독백들.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별 기대는 마시라.
어쩌면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내용은 절대 아닐 수 있으니...
읽을 수록 왠지 서글퍼지는 책이다.
왠지 여성이, 여성을 여성이게 만드는 생물학적 성적 차이가
성적 차별보다 더 접근하기 힘든 철옹성처럼 느껴진다.



1996년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초연됐다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우리나라도 지금 대학로 소극장에서 오랫동안 공연되고 있다.
위노라 라이더, 우피 골드버그, 케이트 윈슬렛, 브룩쉴즈, 기네스 펠트로 등
전 세계 유명 여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하게 만든 연극
그 출연료는 보스니아 등 소외된 세계 여성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 마디로 무지 착하고 기특한 연극!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찾아서 보고 싶다.
혼자 조용히 버자이너의 독백들.
대꾸하게 될까? 나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