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머리를 잘랐다.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해서 고객으로서의 존재감이 전무한 나는
7년을 넘게 다닌 미용실에서 늘 신규손님 대접을 받는다.
어제도
머리를 다 하고 회원카드를 내보였더니 깜짝 놀랐다.
뒤따라오는 소리 역시 늘 똑같다.
"회원이세요? 와, 정말 오랫만에 오셨네요...,"
이쯤되면 살짝 민망도 하고 궁금증도 생긴다.
도대체 여자들은 일 년에 몇 번 정도 미용실을 가는걸까???
내가 머리손질을 너무 안하는구나 싶다가도 이 정도면 나로서는 최선인데... 싶어 혼자 피식 웃었다.
어쨌든 내 견해는 그렇다.
살면서 매일매일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스티브잡스처럼 청바지에 터들넥만 고집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머리 손질에 소요되는 시간만큼은 최소화 하고 싶다.
그래서 염색도 한 번도 안 해봤다.
머리가 빨리 자라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색깔차이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심지어 드라이어는 아예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런 덕분인지 머리결도 좋고 아직까지 새치가 생기지도 않았다.
아침에 출근했더니 사람들이 보고 놀란다.
머리결 좋았는데... 안 아까웠냐고 묻는다.
설마 이 나이에 그깟 머릿카락이 아까울까!
금방 자라니까 4월만 되도 묶고 다닐텐데 뭐.
머리가 짧으니 무엇보다 뒷통수가 가벼워 좋다.
일할 때는 머리를 돌돌 말아 소위 말하는 똥머리를 했었는데
머리가 길어지니 그 무게도 점점 만만치가 않더라.
누군가 하루종일 뒤에서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느낌이랄까?
운동할때도 머리가 길어서 불편했었는데 것도 한결 좋아지겠다.
어딘지 전체적으로 가벼워진 느낌.
그야말로 변 to the 화.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다.
이런 일상의 작은 변화 하나만으로도
잠시 다른 삶이, 다른 분위기가, 다른 느낌이, 다른 생각이 피어오른다.
사람.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