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4. 15. 07:29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손에 잡은 책이다.

솔직히 고백컨데 이 책을 빌려서 집에 가져와서 몇 장을 읽을 때까지 전혀 몰랐었다.

그냥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을 때 '어! 내가 안읽은 김연수 책이 있었네!"

의아함과 반가움에 얼른 대출을 했었는데...

책을 쓴 작가가 "김연수"가 아니라 "김언수"였다.

혼자 참 민망했고 동시에 김연수와 김언수 작가 모두에게 대책없이 미안했다.

"설계자들"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일지 감이 안잡혔고

단지 책의 표지를 보면서 1999년 개봉했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 유추는,

아마도 일종의 암시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또 하나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게 된건데

책 표지에 있는 작은 글씨로 적인 문장을 내가 미처 읽지 않았다는거다.

그것만 자세히 봤어도 "설계자들"이 뭘 설계하는 사람들이었는지 뻔히 알 수 있었을텐데...

(책을 시작할 때 그래도 표지를 꽤 꼼꼼히 살피는 편인데 이 책은 참 유난히 띄엄띄엄 시작한 모양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게 의외의 모호함과 연결되면서

읽는 내내 쏠쏠한 재미를 줬다.

 

읽으면서 이 소설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 생각했다.

정유정의 <7년의 밤>과는 또 다른 느슨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있다.

(모순되는 단어의 조합이긴 한데 이 표현이 딱인걸 어쩌하리.)

살인청부업자가, 그것도 아주 단체적이고 기업적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불쾌감과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미학적이란 느낌이 들더라.

살인을 설계하는 사람,

그 설계에 딱 맞게 사람을 죽이는 자객,

그렇게 죽은 사람을 조용히 소각하는 동물소각소.

이런 그로테스크한 인물들과 상황들에 미학을 느끼다니...

내가 어떻게 됐건가 싶기도하고...

그래, 살인을 해도 미학적으로 죽여준다면 죽는 입장에서도 좀 덜 비참하겠다.

(죽임을 당하는 마당에 별 시덥잖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인생은 멀리서부터 복잡하게 꼬여온다. 그러므로그것은 한방에 풀리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이 책에는 이런 의외의 클라세들이 느닷없는 습격처럼 튀어 나온다.

꽤 충격적이더라.

읽으면서 그랬다.

산다는 건 누군가의 설계로

나를 죽이기 위해 오는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같다고...

래생(來生).

하필이면 주인공 이름이 래생이라나!

그냥 참 어이없게 주인공 이름이 심하게 부럽더라.

그리고 개들의 도서관 관장 자리까지도.

뭐 꼭 관장이 아니어도 좋다.

사팔뜨기 사서 자리라도.

 

그럼 비밀을 지켜줄 용의,

충분히 있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