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3. 12. 05:45
또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다.
역시나 범죄 스릴러,
특이한 구성이라면 이 책은 처음부터 아예 범인을 명확히 드러낸다.
솔직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에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할 끝에
범인이 밝혀져야 하는건데...
누가 범인인지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 묘하게 점점 의심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 3의 인물"을 추궁하게 되는 나.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당신이 여자고 얼마 후면 꽤 괜찮은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날 남편이 될 사람이 당신에게 말을 한다.
"결혼하고 나서 만약 1년 안에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헤어지자!"
보통 일반적인 여자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헤어져! 헤어져! 내가 뭐 아기 낳는 기계냐?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
확실히 이 남자의 결혼의 이유, 조건, 목적은 "아기"다.
이 남자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폐기가능한 대체상품일 뿐이다.
유효기간이 끝났으니 당신은 이제 폐기처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대략 이런 살벌한 상황을 아내될 여자에게
지금 예고하고 있는 중인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생기지 않고 (당연하지! 여자는 불임이니까...)
아내는 남편을 살해한다.
독극물을 정수기 필터에 바르고 집을 비운 아내.
그런데 이 일은 아내는 1년 전에 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아내는 남편이 정수기 물을 마시지 못하게
철저하게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아내의 역할을 수행한다.
냉장고엔 생수가 떨어지지 않았고
남자는 한 번도 직접 물을 끓여 스스로 커피조차도 만들어 마시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남편이라면 죽어도 싸지만(^^)
1년의 과정을 되짚어 나가는 설정은 재미있고 그리고 꽤나 구성이 치밀하다.
물론 너무 작위적인 느낌도 들긴 하지만
하가시노 게이고가 소위 먹히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
일단 재미 하나는 확실히 있으니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한 가지는 꼭 기억하자.
범죄 소설에서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결코 재미있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