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 29. 06:21
이황, 백광훈, 유성룡, 박세당, 안정복,
이식,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무려 10명의 조선 대표 선비들의 글을 만날 수 있는 책.
그것도 아들에게 보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당부의 편지글들.



정민 선생(?)이 저자이기에
사실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다.
다 읽은 지금은
좀... 실망스럽다.
조선의 대표 선비 10명의 글이라지만
그 편지글들의 내용은 전부 똑같은 내용뿐이다.
집안을 잘 챙기고, 공부하는 데 게으름 피우지 말고 때를 기다려라.
멀리 떨어져 있는 아비 걱정은 하지 말아라...
좀 더 살가운 것들을 기대했는데
역시 우리네 아비들은 참 무뚝뚝하고 그리고 한결같다(?)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백광훈.
아무리 많이 읽은들 일일이 따져봐 의문이 생기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냐고
아들을 다그치는 유성룡.
책 보기를 그만두지 말라며 이것이야말로 인간 세상의 지극한 맛이라고 말하는 이식.
이 맛을 알지 못한다면 장차 세상을 피해 산속에 들어가더라도 근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자뭇 심각한 경고를 하기도 한다.
마음이 가벼운 사람이 놀라고
마음이 허약한 사람이 두려워하는 법이라며
항상 마음을 움직이고 성품을 눌러 마음이 제멋대로 나대는 것을 구하라고 가르친 안정복.
자식이 남을 업신여겨 허물을 즐겨 말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놀라고 비통하여 죽고만 싶노라 말하는 백광훈의 편지.
직접 고추장을 담가 보내고 간장 담글 때를 알리는 아비의 글들은
가슴이 쨍하긴 하다.
책과 종이를 빨리 보내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아비의 귀염성들도 웃음을 짓게 한다.
생계를 벗어나 있는 아비의 글들은
생계를 짊어지고 있었을 어미의 팍팍함을 떠올리게 해 문득 아득해지기도 한다.
조선시대 선비의 고아한 삶 속에서
어미의 치열함을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원문인 한자 편지를 풀어쓴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굳이 각 편지마다 해석을 집어넣은 게 영 책 맛을 떨어뜨린다.
똑 같은 내용을 2번씩 읽어야 하는 불편함은
오히려 책을 수다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