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1. 22. 15:03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부러 구입하면서까지 읽는 매니아는 아니지만

손에 잡히면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얼마전에 <질풍론도>라는 새책도 출판됐다는데

참 부지런히 쓰는 작가다.

너무 과하게 부지런히 책을 들고 나오니 간혹 기계적인 작가가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뭐, 그래도 어쨌든 재미는 있으니까...

이 책은 2008년도에 출판됐으니 내가 좀 늦게 읽은 셈이다.

8년전 작품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요근래의 하가시노 게이고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특유의 공학도적인 세밀함과 상식과 지식을 넘나드는 지적 흥미로움은 다른 작품에 비하면 좀 떨어지더라.

아무래도 등장인물들의 직업이 작가인 탓도 있겠지만...

 

 

이야기 전반부부터 등장인물들이 너무 쉽게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소설은 그 속이 머무 빤히 보여서 좀 그렇다.

자백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

진실을 감추기 위해 자백을 했다라는 것,

그리고 결국은 밝혀지고 만다는 이 모든 것들이 

추리소설의 뻔한 전개고 뻔한 결말이다.

겉표지의 홍보 문구에 나온 감동과 반전, 충격적인 결말은...

읽는 내내 솔직히 없었다!

히다카를 향한 노노구치의 이유없는 악의(惡意)도 적절하게 표현된 것 같지 않고...

"왜 죽었어?" 라는 물음에

"그냥요!" 라고 대답을 들은 것처럼 황당하고 어의없다.

하긴 묻지마 살인이 수시로 일어나는 시대이다보니 황당하다는 표현도 맞지는 않겠다.

 

책읽기에 살짝 지쳐갈때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종의 일탈이자 쉼표다.

아무 생각 없이 "killing time" 하기엔 딱 적당한 소설.

어찌뙜든 책장 넘어가는 속도 하나는 엄청나게 빠르다.

어쩌면 이야기 전개보다 더 앞서나가는지도...

아마도 그게 내가 추리소설에 깊게 빠지지 못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