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0. 1. 05:49
정말 백만년만에 읽어본 문예지다.
그냥 눈에 보이길래 잡았던 책인데 뭐랄까... 좀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 월간 문예지가 잘 되나? 하는 생각도 좀 해보고.
시, 수필, 소설에서부터 작가 평론, 서예까지 다양한 부분들이 실려있다.
처음 읽어 본 건데
기독교적인 색채가 아주 강하다.
본격적인 문예지라고 하기에는 좀 종교적인 게 사실이다.
(종교적인 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도 기독교인이다. 약간 삐딱이긴 하지만...)



맨 발로 봄 길을 걸어가고 있다
윤정구

파래김 몇 장 구워 조선간장에 찍어 먹다가
화롯불에 파래김 구워 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까마득한 옛날 옛적에는 우리 모두
파래김 흔들거리는 바닷속에 살았다더라
짭짜름한 파래향기 고향냄새 같지 않으냐
입이 크느라고 입가가 헐고
자라느라 얼굴에 버짐도 몇 송이 피웠던
까까머리 소년은 파란 파래김 바라보며
아득했던 옛날 일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그때에도 책 읽는 대신 파래 숲을 헤치며
숨바꼭질하기를 좋아하였을까
파래 숲 그늘 속에 종일 놀기만 하였던가
짭짜름한 고향냄새 파릇한 어머니 냄새
아득히 바다 바라보이던 고향마을에는
소나무그늘이 반쯤 봄 길을 덮었는데
까까머리 소년이 맨발로 걸어가고 있다



마음을 잡았던 시 한 편이 있어 옮겨본다.
제목과 몇 부분이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읽는 순간 마음을 다독거리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요즘 아이들은 "버짐"이라는 걸 알까? 그런 생각도 잠깐 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얼굴에 하얗게 버짐 핀 아이들이 한 반에 그래도 꽤 있었는데...
버짐을 없애기위해서
얼굴에 까만 갱엿을 붙였다 뗐다 하기도 했다.
어린 마음들이 고민하지 않았을까?
붙일 것인가 먹어버릴 것인가가...
어르신들이 들으면 웃으시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맘껏 군것질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았던 건 아니었다.
빈 병이 어느정도 모이면 지나가는 강냉이 장수에게 팔아서
소쿠리 가득 강냉이를 담아 오는 것도 행복이었는데...
5형제을 밥상 앞에 앉혀놓고
우리 엄마도 그랬다.
짭조름하게 기름장을 해서 구운 김이 아니라 연탄불에 척척 구워낸 김을 조선 간장에 내주셨다.
그것도 한 사람장 2장씩만.
그걸 아껴 먹겠다고 밥보다  훨씬 작게 김을 잘라 밥 위에 올려 먹었었다.
나중에 밥을 다 먹고 조금씩 뜯어먹던 남은 김의 고소함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재미있다.
시 한 편으로 내가 잠시 옛날의 나로 되돌아갔다.
번데기 앞에 주름잡는 격이겠지만 어쩌면 이런게 나의 듦의 원칙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로 향햐는 눈이 깊어진다는 거...
갑자기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단내나는 식욕이 지금 막 시간을 거슬러 입 속에 가득 고이는 중이다.
꿀~~~꺽!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