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3. 11. 13:49

요즘은 자꾸 여행서에 손이 간다.

아마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이리라.

요즘의 관심사는 터키를 포함한 동유럽과 스페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프라하"를 떠올렸던 적은 없었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본적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이 드디어 내게 "프라하'를 꿈꾸게 만들었다.

<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

동유럽 여행에 필요한 역사나 흥미거리, 혹은 맛집들을 기웃거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느 평범한 여행서처럼.

그런데 이 책.

내가 생각한 그런 종류의 실용서가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의미있고 깊이있는 내용이다.

여행자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의미와 역사와 사고를 품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처음에는 모차르트가 , 그 다음은 베토벤이

그리고 마지막은 쇼팽이 함께 했다.

그들과 함께 릴케, 조르주 상드,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도 잠깐씩 곁에 머물러줬다.

게다가 아우슈미츠와 홀로고스트, 뤼른베르크 전범재판과 대면할 때면 가슴 끝이 묵직했다.

동유럽에 대해...

나는 참 몰랐구나.

나의 편협하고 의도적인 외면과 무관심이 부끄럽고 민망했다.

어쩌면 동유럽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는 비슷하게 닮아있다.

서러움돠 서글픔.

나라를 잃고 자유를 잃은 국민이 겪어야했던 거짓말같은 결말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땐,

이국의 아름다움 풍경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대부분이엇다.

프라하와 폴란드 그리고 슬로바키아.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이곳의 의미는 적어도 내겐 완전히 달라졌다.

술렁술렁 읽겠다는 생각은 어느 틈에 사라지고

오랫만에 탐독에 푹 빠졌다.

마치 귓가에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베토벤의 운명,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 스치는 느낌이었다.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생생함.

체코의 고성의 비밀들이 비로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이야기들과 에피소드들을 최도성은 도대체 어떻게 수집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절친이 자기의 여행담을 두런두런 들려주는 것처럼 정겹기까지 하다.

(도저히 샘을 낼 수조차 없게 만드는 문장이다.)

관심이 있으면 찾아지고, 찾아지면 보이고, 보이면 느껴진다는 말은

정말 진심이었이구나...

 

최도성.

이 사람이 나를 부러움과 탄식 속에 잠기게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극도의 좌절감에 빠지게 만드는 고수의 글솜씨다.

"이 책과 함께하면 좋은 음악&영화"

추적자의 본능을 깨우는

14곡의 곡들과 10편의 영화들.

깔끔한 좌절이다.

 

보는 것과 볼 수 있는 것,

듣는 것돠 들을 수 있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넓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