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9. 3. 06:39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의 작가 노희경.
매번 만드는 드라마마다 이슈메이킹이 되고 지독한 마니아 층을 만들어 내는 그녀.
1966년 생의 드라마 작가 노희경.
그녀의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그 책 안에서 고스란히 그녀를 느낄 수 있게 될지 궁금했다.

dl

당황스럽다.
꼭 그녀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글이기에...
그녀가 책을 쓴다면 반드시 어떠해야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마냥 서운하다.
뭘 바랬던걸까, 나는?
트랜드에 연연해하지 않고, 시청률에 과감할 수 있었던 그녀를
고스란히 이 책에서 봐야 한다고 느꼈을까?



나는 한때, 겨벼움을 깊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가벼움에 반대말은 무거움이요, 깊다의 반대말은 얕다인데
가벼움의 반대말을 깊다로 착각하고 무거움과 깊다를 동의어로 착각했었다.

그러니까, 나도 이 책을 보면서 그랬던 거다.
너무 가볍다고.... 깊이가 없다고....
내가 정당하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그리고 다 이해는 하겠는데 그래도 왠지 나는 책이 낮설다.



인간을 미워하는 것은 이해심이 없어서이고,
세상을 미워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
....진실이나 사실이란 말은 함부러 써선 안 된다.
모든 기억은 내 편의대로 조작될 수 있다는 것,
그대와는 무관한 어떤 것일수도 있다.

그래, 어쩌면 내가 너무 무지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믿음보다 눈물보다 먼저 요구하는 것,
그것은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예민함이다.
그 예민함과 관찰은 실제의 시간보다 훨씬 느리고 길게 간다.
... 어리석다.
사랑할 대상을 미워할 대상으로 바꿀 오기가 있으면서 내 잘못을 돌아볼 용기가 없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란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기에......
매일 아침마다 108 배의 절을 하고,
단 하루라도 글 쓰기를 빼먹지 않는 작가.
드라마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노동자의 기본 근무시간 8시간을 지키는 성실한 노동자가 되라는 뼈아픈 충고를 하는 사람.
궁금하다.
그녀는 왜 이런 일기성 글을 에세이집으로 남겼을까?
이 책은 너무나 요즘의 트랜드에 딱 맞는 책이기에
어쩌면 나는 더 당황하고 어색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기억 하나,
나도 그랬었다.
한때 어설프게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환상에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주관하는 드라마 작가 교육을 신청하기 위해 여의도에 갔더랬다.
(그때 나는 부끄럽게도 내가 드라마라면 그래도 좀 쓸 수 있을 거라는 엄청나게 무지하고 자기기만적인 착각에 빠져 있었더랬다....)
대학시절 어린 마음에 모아놓은 돈도 없으면서 찾아간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00만원 정도의 수업료가 필요했다.
그냥 돌아왔던 발거음...
문득 그날의 기억이 덜컥 목에 걸려 넘어온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않는 자, 모두 유죄>
유기한 사랑보다, 유기한 기억때문에
지금 나는 유죄가 될 것 같다...

그녀의 꽉 찬 글이 문득 그립다.
그녀가 썼던 아름다운 드라마를 책에서 만나길 기대했던 건,
혹 내 욕심이었을까?

<화양연화>, <해피투게더>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글
그리고 내가 한때 중독처럼 읽었던 이성복의 시 <뼈아픈 후회>
나와 같은 느낌을 또 다시 만나다....

마른 등을 가진 강팍한 여자를 보면 나는 서럽다.
그 삶이 가진 너덜거리는 예민함의 공포를 알기에....
그녀,
치열했겠다. 아팠겠다.
그리고 외로웠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