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2. 8. 15. 10:56

시인이자 소설가 김연수의 세 번째 산문집.

작가 김연수의 사진이 간혹 인터넷상에 기사와 함께 나올때마다 궁금했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말랐지?' 하고...

이 책을 읽고 알았다.

김연수가 마라톤을 하는 러너(ruuner)라서 그랬다는 걸!

좀 뛰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비록 런닝머쉰 위에서 기계적으로 뛰는 뜀박질이라도...)

뛴다는 것의 즐거움고, 뛴다는 것의 지루함과, 뛴다는 것의 지긋지긋함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뛸 수밖에 없는 중독 현상을.

 

김연수의 말은 아니지만 책 속에 "긍정적 중독"이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무릎을 쳤다.

긍정적 중독이란,

1. 자발적으로 매일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동시에 경쟁적이지 않은 일.

2.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며 숙달되기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

3.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럿이 같이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일.

4. 행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일.

5. 자기 자신만이 그 일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일.

6. 스스로 비판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일.

굳이 내게 이걸 접목하자만 "읽기"를 앞세울만 하겠다.

여섯 가지 목록에 전부 들어맞으니 나도 "긍정적 중독" 현상에 빠져있는 중독자(重毒子) 되시겠다!

 

책은 쉽게 잘 읽힌다.

작가 김연수의 입김이 많이 빠지고 오로지 뛰는 자의 본능과 사색으로 가득하다.

뛰면서 사람은 참 많은 걸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어

오래 뛰는 자의 상념이 문득 부러웠다.

 

 ...... 러너의 가장 친한 친구는 피로라는 것, 러너가 온몸으로 껴안아야만 하는 것은 바로 절망이다. 희망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절망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러너는 이해해야만 한다. 대략 35킬로미터 지점에서 결승점 사이에서는 러너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했고 또 거부하기도 했다. 받아들였을 때 나는 결승점에 들어갔고 거부했을 때 낙오했다 ......

 

그렇다면,

나는 참 많은 걸 받아들이지 못했나보다

제대로 결승점에 도착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때로는 결승점을 지나쳐 어이없이 계속 뛰었는지도 모른다.

룰(rule)을 이해하지 못하면 누구든 탈락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나는 이해하면서도 충분히 체화(體化)하지 못했다.

러너 김연수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늦됨을 오래 바라봤다.

뛰는 사람이 보는 건 무얼까?

러너의 눈 속으로 반짝이는 햇살과 예민한 촉각으로만 느낄 수 있는 바람이 지나간다.

어쩌면 김연수는 보기위해서 뛰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늦됨을 그의 뜀박질 위에 얹혀 함께 뛴다.

이제 나도 좀 뛰어볼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