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3. 3. 29. 08:21

황사로 짙은 연무가 계속되는 3월에

나는 작정한듯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안개 3부작"을 읽어나갔다.

<천사의 게임>, <바람의 그림자>, <천국의 수인>을 읽고 꽤 오래 전에 구입했던 책을

연무와 함께 탐독한 셈이다.

생각했다.

아주 딱 적당한 시간에 이 책들을 손에 집았구나...

오르한 파묵은 내게 "터키"의 환상을 꿈꾸게 만들었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내게 "스페인"의 미궁을 헤매게 만들고

아르토 파실린나는 "핀란드"의 우울과 냉소를 체화하고 싶게 만든다.

그렇다!

author는 내겐 일종의 세계지도다.

나는 기꺼이 그들이 안내하는 나라를 찾아가

그 도시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만나는 골목길에서 두려움 없이 헤맬 것이다.

낯선 길들은,

때론 공상과학이고 완벽한 환상이다.

 

동화의 세계같기도 하고, 잔혹한 현실같기도 한 "안개 3부작"을 어떻게 설명할까?

나는 그랬다.

다락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있는 금서(禁書)의 즐거움이랄까!

먼저 읽었던 책들보다 스토리텔러로서의 힘은 약하지만

몽환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경향은 이 소설 속에서도 뚜렷히 드러난다.

신화의 세계가 탄생하는 순간, 그 찰나를 보는 것 같다.

뭔가 확실한 형태를 이루지 못하지만 그 안에 신비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원을 품고 있다고 할까!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표현보다는

다르게 사고하는 데 익숙한 사람같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거부감 느껴지지 않게 잘 썼다.

특히나 "안개 3부작"들은 동화처럼 읽힐 수 있어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권해도 좋을 책이다.

어쨌든 계속 챙겨볼 만한 작가다.

안개 3부작을 끝으로 "한국에 번역된 루이스 사폰 첵은 다 앍었다!"라고 생각했는데

2013년 2월 27일에 <마리나>가 번역 출판됐단다.

살짝 갈증이 났었는데 다시 앤톨핀이 생성되면서 흐뭇해진다.

이번엔 내게 어떤 스페인을 꿈꾸게 할까?

그리스와 산토리니 때문에 밀려난 "스페인"이 또 다시 성큼 다가왔다.

기다려라. 마리나여!

잠깐동안이겠지만 아직은 아껴두고 그대를 그리련다.

그러나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

짙은 안개와 함께 천사의 날개를 달고

화염의 기차에 올라

비밀의 바닷속,

그 곳으로 가리라!

그곳에서 기꺼이 당신의 친구가 되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