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4. 15. 05:51
촛불 집회를 가지고 쓴 본격적인 소설이라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본격적인"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었다.
핸드폰 엄지족에 의해
효순.미선 사건이 발단이 됐던 촛불 집회.
<캔들 플라워>
서정적인 제목에 감춰진 불안한 불꽃의 세계를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엄지족을 시청앞 광장으로 불러모은 게 청소년이었듯
이 소설의 주인공도 레인보우 마을에 사는
(참 낭만적이고 동화적인 동네 이름이다)
열 다섯살 프랑스계 반쪽 한국인 지오(Geo)와 고등학생들,
그리고 희영, 연우, 수아라는 이름의 어른 아이 세 명이다.
개 이름 같지 않은 "사과"도 빼놓지 말아야겠지...



2008년 대한민국 시청은 촛불의 물결로 타올랐다.
무엇이 월드컵도 아닌데 시민들을 시청앞 광장으로 그것도 자발적으로 모이게 했을까?
2MB 정권은 여러 사람을 그렇게 시청앞으로 등 떠밀었다.
(그런데 2MB 정권은 자기들 때문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걸 열심히 모른 척 했고
 그들을 "폭도"로 매도하면서까지 어이없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 소설이 적극적인 참여자의 시선으로 쓰여졌다면 어땠을까?
다소 낭만적이고 사춘기 취향적인 부분들이 많긴 하지만
반쪽 한국인의 눈으로 쓰여졌다는 점이 조금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일종의 "두려움"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국의 눈에는 수만의 사람들에 의해 피어오르는
캔들 플라워가 이유가 어찌됐든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여지기도 했으리라.
열다섯 살 "자연의 감각"과 "탁월한 언어 감각"을 가진 아이 지오(Geo)
정말 캐나다에서는 15살에 성인을 인정하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15세는 어떤가?
여전히 청소년의 자리, 아직 한참은 더 배워야만 하는 중간의 단계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
점점 더 많은 어른아이가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우리 나라에
균형을 맞추듯(?) 소위 "애늙은이"라 부르는 제 4의 집단이 생기고 있다.
그들의 현실감각과 지성은 놀라울 정도이기도 하다.
참 아이러니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씁쓸했다.
광우병 소고기, 용산철거, 대운하, 4대강 정비. 재개발 철거, 6.10 촛불 문화제까지...
이 모든 것들이 광화문에 설치된 육중한 컨테이너 장벽이 되어
내 가슴팍에 올려진 것 같이 갑갑하고 아득했다.
좀 유한 표현이긴 했지만
이 책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서정적인 조롱처럼 느껴졌다.
(제발 그러길...)
가끔 지금의 정부를 보면,
내 나이가 서너살을 한꺼번에 먹게 된다고 해도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게 한다.
그래서 이 정권이 빨리 자나가버렸으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시대를 버텨나가게 하는 나의 화두!

이런 내용을 소설이 아니라 현실로 읽어내야 한다는 게 참 싫다.
누가 우리에게 이런 시대를 만들었는가?
왜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제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