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6. 3. 8. 08:27

퇴근길에 시집을 샀다.

정음사에 출판된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점 직원이 건네준 책은 9,800원이라는 가격이 민망할 정도였다.

1948년 초판본과 윤동주 육필 원고가 담긴 역사재중이라는 문집,

그리고 동시와 산문까지 시린 본책까지 모두 세 권의 책이 손에 쥐어졌다.

영화 <동주>를 보면서도,

3월 5일 방영된 다큐 <불멸의 청년, 윤동주>를 보면서도 생각했다.

그의 시들을 정성껏 정독해야겠다고...

 

막상 손에 세 권의 책을 보니 선듯 책장을 넘겨지지 않는다.

센치한 감상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쉽게 이 시들을 읽어도 되나... 싶다.

마흔 다섯의 내가,

스물 아홉의 나이로 옥사(獄死)한 청년 시인 윤동주의 시들을 정말 읽어도 괜찮은건가...

뒷통수가 뻐근해왔다.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한 편씩 읽고 있다.

이 시어 하나 하나를 다듬으면서 참혹한 시대를 버티고 견디었노라 생각하니

슬프고 아프다.

이렇게 아름다운 슬픔이, 이렇게 아름다운 아픔이...

견딘다는건,

얼마나 처절하고 절박한 최후의 생명줄인지...

수 십 번을 다시 태어난대도 나란 인간은 알 수 없으리라.

한 점의 마지막 살처럼

한 방울의 마지막 피처럼

그렇게 읽어내야만 하는 시.

 

八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永遠히 슬플 것이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