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4. 4. 24. 07:51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다.

우리과 직원을 대상으로 산과초음파에 스터디를 시작했던게...

일종의 재능기부였던 셈인데 솔직히 시작할 땐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되긴 했다.

산과초음파 검사를 시작한지 13년이 넘어가면서

그래도 뭔가 후배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스터디.

소수정예 2팀으로 나눠 매주 수요일 근무 후에 강의 아닌 강의를 했었는데

드디어 어제 끝이 났다.

사소한 일이지만 그래도 1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히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매번 썸머리 교재와 PT 교재 2개씩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

논문과 사진들을 뒤지면서 멀미가 나니도 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일이니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정말 징글징글하게 인터넷을 뒤지고 살았었다.

혹시라도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더 좋은 사진들과 동영상 자료들은 없는지...

덕분에 별로 든든하지 못한 눈이 혹사를 많이 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한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가끔 후배들이 나한테 묻는다.

"선생님은 슬럼프 같은거 안오죠?"

사람들 눈에는 내가 기복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혹시 내가 너무 기계적으로 일을 했었나???)

아예 더 심각하게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

"선생님은 이제 모르는게  하나도 없죠?"

그런데 어쩌나...

산과초음파를 이만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냥 단지 조금 차이가 있다면.

모르는 게 생기면 어떻게든 알고 싶어한다는 거,

새로나온 검사법이나 특이한 내용들은 발표되면 찾아보고 싶어 한다는 거.

게다가 산과초음파랑 내랑은 궁합이 꽤 잘맞는 편이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직장 생활을 하다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에 들어가 시작한 전공이었다.

10여년 만에 펼쳐든 전기공학, 물리학, 화학은 낯선 이국의 언어보다 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사실 1학기 첫시험을 보고나서

내가 과연 이 학교를 졸업하는게 가능은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한참 어린 동료들과의 두뇌싸움에서는 매번 맥없이 나가 떨어졌고

뭘 하든 항상 조금씩 늦었다.

그런데 그걸 만회하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는 없더라.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반복.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잠이 많이 줄어든게...

어쨌든 결론은 그렇더라.

사람의 감정과 마음은 어떻게 하지 못하지만

그 나머지 것들은 확실히 어떻게 할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이런 말 쓰고 보니 참 노인네같다.)

 

고맙고 다행스러운 건,

스터디 덕분에 그동안 머릿속에 중구난방으로 들어있던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됐고,

거기에다 제법 괜찮은 교재까지도 만들 수 있었다..

다른 걸 모두 떠나서

이것만으로도 1년이 넘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어쩌면 이게 또 다른 시작이 되줄지도 모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