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3. 3. 4. 08:39

01. <지금 이 순간> - 하지원   

02. <촐라체> - 박범신

03. <희랍어 시간> - 한강

04. <달려라 애비> - 김애란

05.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06. <네 멋대로 행복하라> - 글,사진 박석 

07. <싸이처럼> - 김혜남

08. <프라하의 묘지 1> - 움베르토 에코

09. <프라하의 묘지 2> - 움베르토 에코  

10.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 - 김형경  

11. <50가지 그림자 ; 해방 1> - E L 제임스  

12. <통섭의 식탁> - 최재천  

13. <푸드롤> - 마이클 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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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좋았던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참 이상하다.

첫느낌이 좋았 책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다.

사람은 그렇기가 쉽지 않은데...

(어쩜 그건 순전히 내 탓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히!)

박범신, 한강, 김연수의 책들을 다시 읽으며 순차적으로 그러나 각기 다른 이유로 가슴이 아팠다.

단지 소설일 뿐인데 이들은 늘 나를 구체적으로 절망하고 슬프게 한다.

그들의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그 이야기를 받아 쓰는 손이 때로는 무섭다!

움베르토 에코의 새로운 책은 여전히 사람을 매력적으로 주눅들게 한다.

이사람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일까?

도저히 가늠할 수도 없고 그럴 자신도 없다.

이 사람의 글을 읽을 때마다 해박함 이상의 지식과 감성에 늘 너덜너덜해진다.

사람을 극단적으로 비참하게 만든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황홀하게 한다.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와 동시대에 움베르토 에코라는 위대한 구루가 여전히 살아있음에...

김형경의 소설은 충격적일만큼 원초적이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란 사람, 언젠가 시체와 며칠을 함께 보낸 적이 있었던 건 아닌가 하고...

때로는 그 금기를 꾸역꾸역 기억해내고 싶다.

김형경의 소설은 그러니까 일종의 내가 기억하지못하는 트라우마에 대한 복기(復記)였던걸까?

공포는 잊혀지거나 달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걸 그녀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독한 감기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거대한 빙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설맹(雪盲)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크레바스에 남겨진 얼어붙은 남자.

그 남자의 몸에 내 몸퉁아리 일부를 투장하고 내려왔는지도...

 

출근하는데 개학하는 학생들의과발걸음이 섞였다.

밝고 화사했고 싱그러웠다.

그 아이들은 이미 온 몸으로 봄을 걷고 있었다.

두려움도, 의심도, 걱정도 없는 발걸음들.

우뚝 내 걸음이 멈춰졌다.

 

그 아이들의 찬란한 속도가

눈부시게 부럽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