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지금 이 순간> - 하지원
02. <촐라체> - 박범신
03. <희랍어 시간> - 한강
04. <달려라 애비> - 김애란
05.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06. <네 멋대로 행복하라> - 글,사진 박석
07. <싸이처럼> - 김혜남
08. <프라하의 묘지 1> - 움베르토 에코
09. <프라하의 묘지 2> - 움베르토 에코
10.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 - 김형경
11. <50가지 그림자 ; 해방 1> - E L 제임스
12. <통섭의 식탁> - 최재천
13. <푸드롤> - 마이클 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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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좋았던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참 이상하다.
첫느낌이 좋았 책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다.
사람은 그렇기가 쉽지 않은데...
(어쩜 그건 순전히 내 탓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히!)
박범신, 한강, 김연수의 책들을 다시 읽으며 순차적으로 그러나 각기 다른 이유로 가슴이 아팠다.
단지 소설일 뿐인데 이들은 늘 나를 구체적으로 절망하고 슬프게 한다.
그들의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그 이야기를 받아 쓰는 손이 때로는 무섭다!
움베르토 에코의 새로운 책은 여전히 사람을 매력적으로 주눅들게 한다.
이사람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일까?
도저히 가늠할 수도 없고 그럴 자신도 없다.
이 사람의 글을 읽을 때마다 해박함 이상의 지식과 감성에 늘 너덜너덜해진다.
사람을 극단적으로 비참하게 만든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황홀하게 한다.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와 동시대에 움베르토 에코라는 위대한 구루가 여전히 살아있음에...
김형경의 소설은 충격적일만큼 원초적이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란 사람, 언젠가 시체와 며칠을 함께 보낸 적이 있었던 건 아닌가 하고...
때로는 그 금기를 꾸역꾸역 기억해내고 싶다.
김형경의 소설은 그러니까 일종의 내가 기억하지못하는 트라우마에 대한 복기(復記)였던걸까?
공포는 잊혀지거나 달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걸 그녀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독한 감기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때는
거대한 빙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설맹(雪盲)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크레바스에 남겨진 얼어붙은 남자.
그 남자의 몸에 내 몸퉁아리 일부를 투장하고 내려왔는지도...
출근하는데 개학하는 학생들의과발걸음이 섞였다.
밝고 화사했고 싱그러웠다.
그 아이들은 이미 온 몸으로 봄을 걷고 있었다.
두려움도, 의심도, 걱정도 없는 발걸음들.
우뚝 내 걸음이 멈춰졌다.
그 아이들의 찬란한 속도가
눈부시게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