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6. 11. 14. 09:17

퇴근후 망설이다 을지로입구에서 내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면서 내내 후회할 것 같아서...

소심한 나는 시청에서 내릴 자신까지는 없어서 을지로입구에 내렸는데

이미 롯데백화점 옆 도로까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있었다.

오후 4시가 채 안 된 시간.

놀라웠다.

그리고 무서웠다.

 

 

곱게 물든 단풍 아래 모여앉은 사람들.

이 사람들이 다른 이유로 이곳에 모인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나 안타까워 하기에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희망찼고, 결의에 찼고, 그리고 반짝거렸다.

온 가족이 손을 잡고 앉아 바람이 닿기를 희망하는 눈빛.

그리고 닿을거라고 확신하는 눈빛.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 한 가지 이유로 모였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국민 모두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거대하게,

간곡하게 평화적으로,

엄중하게 하나된 목소리로 내는 경고와 심판의 소리를 그녀도, 그들도 분명 들었으리라.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불명예스러운 하야가 죽기보다 싫은 걸까?

그렇다면 말해주고 싶다.

물러나는 것,

그것만이 최고의 명예라고.

그래야만 혹시라도 남아있는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지킬 수 있다고.

 

눈이 있다면,

귀가 있다면,

머리가 있다면,

생각이 있다면.

..... 그리고 인간이고 싶다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