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이라는 숫자를 쓰는게 낯설다.
습관처럼 2017을 먼저 쓰고는 되짚어 다시 2018로 수정하게 된다.
토요일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오늘 아침 출근할 때까지 집 밖으로 단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의도한건 아니자만 어쩌다보니 스스로를 유폐(幽閉) 혹은 감금(監禁)시킨 꼴이 됐다.
1월 1일 새해 처음 먹은 음식은 아몬드였고
처음 먹은 식사는 컵라면이었다.
고독사로 치닫는 독거인의 삶... 딱 그 모양새였다.
12월 31일은 하루는 늘어질데로 늘어저 이리저리 뒹굴거렸고
1월 1일은 음악을 틀어놓고 스탠드 불빛 아래 책만 읽었다.
그 결과,
뒹글뒹글할 땐 배가 고프다는걸 인식하는데
책을 읽을 땐 배가 고프다는걸 인식하지 못한다는거다.
내내 쫄쫄 굶다가 오후 7시에 컵라면 하나를 끓여먹었다.
중간에 뭘 먹었지? 생각해보니
아몬드 10알 정도, 커피 한 잔, 그리고 100g 짜리 곰돌이 젤리 한 봉지가 다였다.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왜 저러고 살아....
근데 나는 그 시간들이 잔잔한 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평온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2018년에는 열심히 살지 말자고.
그냥 살아야 겠다고.
뭔가를 이루겠다는 바람도 없이,
어떤 누구와의 비교도 없이,
그냥 내 마음대로, 네 멋대로, 그렇게 살자고.
몸도 마음도, 생각까지도 다 게으른 삶.
그렇게 살면,
그래도 조금은 살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