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은 눈(目)의 여행이었다.
그리고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한 기록이 끝나야 비로소 이번 여행도 끝이 날테다.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들이 피어나는 걸 그대로 지켜보고 생각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하지만
조카들과의 여행은 또 그만큼의 눈높이와 키맞춤이 필요했다.
그래선지 잠깐잠깐씩 뜻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가령 동생과의 약간의 불화??? 아니면 다 잠들어있는 새벽 시간의 산책. 늦은 오후의 산보...)
혼자 내쳐 숙소를 나와 근방을 걷고 또 걸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풍경.
Fira의 sun-set이 내겐 그랬다.
사람이 죽어 한을 남기면 그게 모두 붉은 놀이 된다는데...
그래서 놀빛이 붉을수록 죽은 사람이 한이 많다는 뜻이라는데...
평소같았으면 이 말에 동의했을거다.
그러나 이곳 Fira에서만큼은 절대 이 말에 동의가 되지 않았다.
Fira의 석양에는 흥겨운 축제의 뒷끝같은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포악한 그리움도 없었고, 곱씹는 후회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단지 그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만 남았다.
"view"라는 단어가 주는 "느림"의 의미를 golden street의 벤치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
주변 여행객의 소란함도, 상점의 불빛도 모두 fade out 되버리는 것 같은 시간.
바다 위레 떨어지는 해와
붉게 물드는 하늘.
그리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는 나.
세상이 오직 이 세가지로만 이루어진 것 같다.
마치 꿈 없는 잠 속에 빠져있는 느낌.
잠의 힘은,
참 쎄다...
물이 있는 풍경은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는데,
내가 지금 착해지려는 중인가?
풍경은 그대로 반사판이 되어 나를 되비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사실은,
되묻고 싶었다.
아직 더 생각해야 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