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드에서의 1박을 계획했던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블레드 호수를 걸어서 한 바뀌 돌아보기 위해서!
누군가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2시간이 걸린다고도 했다.
내 경우는,
중간중간 사진을 찍느라 멈춰야 하기 때문에
2시간 이상을 예상했다.
다행히 전날 일찍 잠이 들어서
새벽 4시경에 잠에서 깼다.
날이 너무 밝아 놀랐다.
새벽의 빛이 아니라 한 낮의 빛이라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밖으로 나오니 확실히 새벽빛이 다르긴 하다.
물빛도 다르고,
물에 비치는 그림자도 다르고...
거의 혼자였고
스쳐 지나간 사람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 고요함을 오래 차지할 수 있다는건
더없는 축복이고 감사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야 겠노라 다짐했다.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이고,
다시 오지 못할 곳이고,
다시 오지 못할 걸음이기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처음 같았고 마지막 같았다.
천지창조의 한 걸음.
최후의 심판인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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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잘 살자.